[논평]강원도청 입장만을 철저히 대변한 춘천지법 제7민사부

2015.07.15 | 가리왕산

강원도청 입장만을 철저히 대변한 춘천지법 제7민사부

–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공사중지가처분신청 기각은 재판부가 강원도청 산하 일개 행정기관으로 전락했음을 증명한 것

7월 14일, 어제 춘천지방법원 제7민사부는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고, 환경보전을 이유로 공사가 중지될 경우 강원도의 피해 규모가 너무 크다는 것이 이유다. 이에 녹색연합은 이번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공사중지가천분신청 기각 결정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 그리고 국민 다수의 안녕을 책임지는 엄정한 법원으로써의 의무를 방기한 춘천지방법원 제7민사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지난 4월 9일, 녹색연합, 산과자연의친구우이령사람들, 정의당 강원도당 등으로 구성된 25명과 단체로써 ‘산과자연의친구우이령사람’은 춘천지방법원에 현재 진행 중인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공사에 대해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500년 보호림인 가리왕산에 고작 며칠짜리 1회용 스키장이 건설되는 현실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춘천지방법원 제7민사부가 내린 기각 결정의 주요 판단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우선 ‘가리왕산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은 공사로 인하여 침해받는 채권자들의 이익과 공사중지가처분으로 침해받는 채무자의 이익을 비교한 후 그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이 고도로 소명된 경우에 한하여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가 첫 번째다. 이 말은 가리왕산 파괴로 비롯되는 손해보다 공사 중단으로 입게 될 강원도의 피해가 더 크고, 원고로서 자격이 있는지 아주 면밀히 증명되지가 않았기에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다.

2. 또 ‘채권자들이 주장하는 환경권 등은 헌법상의 기본권으로서 명문의 법률규정이나 관계 법령의 규정취지 및 조리에 비추어 권리의 주체, 대상, 내용, 행사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정립될 수 있어야만 사법상의 권리로서 인정된다 할 것인데, 이를 사법상의 권리로 인정할 명문의 법률규정이 없고, 채권자들이 근거로 들고 있는 관계 법령 등을 통하여서도 구체적으로 정립되기 어렵다고 보이므로, 위와 같은 헌법상 기본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곧바로 채무자에 대하여 공사의 중지를 청구할 수는 없다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여느 동네 뒷산이 아니라 국유림이면서 국가 지정 보호구역인 가리왕산 파괴문제에 있어 헌법에 보장된 시민적 환경권보다는 여타의 관계법령을 무력화시킨 일개 특별법을 우선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3. 마지막으로 ‘이 사건 사업이 중지될 경우, 채무자로서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당한 규모의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여, 결국 채권자들이 주장하는 가처분을 발령할 고도의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정문에 명시했다. 달리 말하면 재판부는 가리왕산 보전 필요성 같은 것은 강원도가 입게 될 손실을 생각하면 논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내린 것이다.

이상의 판단요지들을 살펴봤을 때 춘천지방법원 제7민사부는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공사 중지로 인한 강원도의 손실만을 염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기각 결정문에 누차 언급되고 있는 강원도의 손실이 도대체 어떤 것이냐 하는 문제다.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건설은 건설비 1732억 원, 거기다가 최소복원비용까지 더하면 기본 2800억 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토목사업이다. 이중 75%는 중앙정부 예산으로 충당된다. 강원도 예산은 25%에 불과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리왕산 활강경기장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동안만 유지되는 단 보름짜리 1회용 스키장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반인들은 이용하려고 해도 절대 이용할 수 없는 것이 올림픽 활강경기장이다. 당연히 상업 스키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전무 하다. 더욱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해제하면서 정부가 내놓은 것은 가리왕산 사후 복원이다. 이는 활강경기장 부지로 가리왕산이 결정된 2012년부터 산림청, 환경부 등 모든 중앙부처에서 견지하고 있는 공통된 행정 결정사항이다.

그래서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공사중지가처분을 신청했다. 가리왕산의 생태적 가치는 둘째로 두더라도 무주, 용평 등 기존 시설을 활용해서 실익 없이 허공에 날릴 수천억 원의 예산을 아끼자는 것이다. 당연히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입장에서 가리왕산이 아니라 대안을 찾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물론 공사 중단으로 매몰비용은 발생한다. 하지만 기존시설을 활용하는 것이 매몰비용을 부담하는 것보다 예산과 공사기간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미 일부 전문가들은 300억 원이면 기존시설 보완이 충분하다는 결론을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중앙 언론사에 발표한바 있다.

이쯤에서 확실해 진다. 춘천지방법원 제7민사부에겐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건설로 인한 전 국민의 손해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그리고 결정문에서 언급한 강원도의 손해는 강원도민들의 손해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왜냐면 강원도민들도 똑같이 세금 내는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춘천지방법원 제7민사부가 이야기하는 강원도의 실체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잘못된 정책결정을 했음에도 그 번복을 자신들의 손해로 여기는 강원도의 일부 공무원들이다.

신청인들은 재판부에게 일반 상식에 기댄 법률적 엄정함을 기대했다. 그래서 국민적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판단을 바라며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공사중지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다. 그리고 법리해석의 한계로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이 설령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최소한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건설의 부당함과 국민적 손해를 환기시킬 수 있는 기회는 재판부가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국민이 마지막에 기댈 수 있는 중립적인 기관은 법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원고적격, 수인한도 초과 등 기술적인 법리문제는 고사하고, 춘천지법 제7민사부의 기각 결정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원도의 손해만을 언급하고 있다. 가리왕산에서 자행되고 있는 환경파괴의 위중함과 대한민국 역사 속에 예산낭비 전형으로 기록될 행정실패에 대해서 줄곧 강원도청 입장만을 철저히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기각 결정문은 춘천지방법원 제7민사부가 대한민국 사법부로써의 위상을 스스로 파기하고, 강원도청 산하 일개 행정기관으로 전락했음을 증명한 것과 다르지 않다.

 

2015년 7월 15일

녹 색 연 합

문의: 정규석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010-3406-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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