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흐르지 않으면, 모래가 사라지면,

2015.07.27 |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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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0일부터 22일까지, 낙동강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눈으로 변화를 관찰하는 조사 외에도 수질조사, 저질토 조사, 수중 촬영 등 완공 4년차 낙동강이 어떻게 변해가는 지 좀 더 심층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조사는 녹색연합이 속해있는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와 대한하천학회에서 꾸린 ‘4대강 재자연화를 향한, 낙동강 국민조사단’이 진행했습니다.

물이흐르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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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첫 날 아침, 김해 대동 선착장에서 어민들을 만났습니다. 낙동강에서 고기를 잡으며 자식들을 다 키워냈다는 어민들은,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의 물고기들이 90-95% 멸종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강이 보에 가로막혀 흐르지 못하면, 흐르던 강에 살던 물고기들은 사라지고 고인 물에 사는 물고기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됩니다. 그러나 현재 낙동강에는, 고인 물에 사는 물고기들도 제대로 살지 못한다고 합니다. 어민들은 낙동강 보 수문개방을 통해 강이 다시 흐르게 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어민들과 나눈 이야기를 기사로 정리했습니다. : http://omn.kr/emfr “알이 뱃속에 그대로” 낙동강 물고기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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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중하류 보에서 저질토를 채취했습니다. 사진은 달성보 상류의 저질토입니다. 악취 나는 오니가 올라왔습니다. 유속이 느려지면 미세한 입자들이 가라앉게 됩니다. 이 때 오염물질도 같이 가라앉게 되는데요, 이것들이 뭉쳐져서 펄 층을 이루면 공기가 통하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생명이 살 수 없는 상태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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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멈추면 녹조도 쉽게 생깁니다. 녹조가 생기려면 광합성을 위한 햇빛과 녹조의 먹이가 되는 영양염류가 필요합니다. 수온도 높아야하고요. 영양염류는 오염물질입니다. 물이 멈추게 되면 쉽게 오염이 됩니다. 수온도 흐르는 물에 비해 금방 올라가고요. 4대강 보가 녹조가 생길 상황을 조성해주는 것입니다. 위 사진은 함안보 상류인데, 오전에 조사했는데도 녹조가 많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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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빗이끼벌레도 여러 차례 만날 수 있었습니다. 상 하류에서 골고루 살고 있었습니다. 고인 물에 사는 큰빗이끼벌레에게 멈춰버린 4대강은 좋은 서식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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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로 인해 수위가 높아지면서 생명이 몰살당한 현장도 찾았습니다. 하빈의 버드나무입니다. 파릇파릇 잎이 달려있어야 할 이 계절에 모두 죽어버렸습니다. 익사했습니다. 버드나무는 물이 들어왔다 빠졌다 하는 곳에 삽니다. 보로 인해 수위가 높아지면 살 수 없습니다.

 

그래도 낙동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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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수달 발자국입니다. 황강 합수부에서 만났습니다. 황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곳에 모래가 다시 쌓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4대강 조사를 다니면서, 낙동강에서는 수달 발자국을 처음 보았습니다. 모래가 많은 내성천에서는 볼 수 있지만, 깊어지고 직강화된 낙동강 본류에서는 수달 발자국을 보지못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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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감천 합수부입니다. 강 한가운데 들어가도 깊지 않습니다. 모래가 다시 쌓인 덕분입니다. 모래에는 물고기와 수서곤충, 미생물이 삽니다. 수초도 살아가고요. 또한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역할도 합니다. 4대강 사업으로 엄청난 모래를 파냈지만, 강은 다시 순리대로 모래를 제자리에 옮겨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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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합수부에서도 수달의 서식 흔적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낙동강을 재자연화를 위해서는 상류에서 내려오는 모래가 필수입니다. 모래는 생명을 키우는 존재이자, 한국강의 원형을 지켜주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낙동강 모래 중 절반이 넘는 양이 내성천에서 내려옵니다. 그러나 지금 내성천 모래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상류에 지어진 영주댐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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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커다란 댐은 유서 깊은 마을을 수장시키고, 멸종위기종 흰수마자의 보금자리를 빼앗고, 수달의 길을 단절시키며, 내성천의 모래를 막을 예정입니다. 댐과 함께 지어지는 유사조절지는 모래가 강을 따라 흐르지 못하게 막습니다. 영주시는 그 모래를 퍼내어 판매할 계획이고요. 영주댐이 지어지면서 모래가 아름답던 내성천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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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들고 있는 사진이 과거의 내성천이고, 그 뒤로 보이는 풀밭이 지금의 내성천입니다. 박용훈 사진작가님이 남긴 내성천의 기록인데요, 본래 내성천에는 모래가 많고 두터워 풀이 자라지 않았습니다. 자라더라도 큰 비에 함께 휩쓸려 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큰 비가 와도 휩쓸려나가지 않을 만큼 풀이 깊게 뿌리내렸습니다. 영주댐 때문에 모래가 차단된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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뿅뿅다리의 과거사진, 그리고 현재의 모습입니다. 다리 기둥을 잘 봐주세요. 과거 사진에서는 다리 기둥이 거의 다 모래에 묻혀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드러나있죠. 저 과거사진은 오랜 옛날이 아닙니다. 불과 몇 년 전입니다. 영주댐이 지어진 후 모래가 제대로 공급되지않아 생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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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얼마나 더 많은 강을 잃어버려야 멈출 수 있을까요? 이명박 전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독일에서 배워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현재 많은 하천을 다시 하천정비 전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재자연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왜 우리는 독일의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일까요?

곧 영주댐의 담수시기가 결정된다고 합니다. 영주댐에 의해 토막 난 내성천의 상류는 이제 호수가 됩니다. 그곳에 강이 있었다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이들이 기억할까요. 모래톱에 살던 흰수마자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우리의 강이 물에 잠겨 익사하고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성천이 영주댐 때문에 ‘익사’하지 않도록, 영주댐에 대해 주위에 많이 알려주세요. 댐에 물을 채우면 안된다고 항의해주세요. 내성천의 생명들을 지키는 간절한 목소리가 모이면 내성천을 지켜낼 수 있을 것입니다. 내성천이 살아있어야 낙동강도 재자연화될 수 있습니다.

평화생태팀 이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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