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아시아포럼 참가기 1> 후쿠시마 아이들을 지켜야 합니다

2011.08.01 | 탈핵

일본의 도쿄와 후쿠시마에서 열리는 올해 반핵아시아포럼에 녹색연합에서는 녹색에너지디자인 신근정 국장, 이유진 팀장이 참가했다. 신근정 국장은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이유진 팀장은 4일까지 참가할 예정이다. 녹색연합은 이들로부터 일본 현지의 생생한 소식과 반핵아시아 포럼 행사 소식을 전한다.


 



 이번 반핵아시아포럼 행사에서 녹색연합은 7월 30일에는 후쿠시마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 7월 31일에는 후쿠시마 현지에서 열리는 후쿠시마 현민대회와 원수폭금지 세계대회에 참여하며 8월1일에는 반핵아시아 포럼, 8월 2일에는 국회세미나와 국회에서의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 녹색연합은 일본에서 매일 진행되는 행사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일본은 현재 54개의 핵발전소중 39개의 핵발전소가 가동을 멈추고 15개의 핵발전소만 가동되고 있다. 일본에 가기전에 절전이 진행중이며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다. 일본은 여름에 습하고 덥기로 유명해 주위에서 모두들 매우 걱정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지낸 지난 며칠은 그런 것을 거의 느낄수 없었다. 지하철과 숙소, 행사장의 에어컨은 충분했고 곳곳에 절전스티커가 붙어있긴 했지만 생활의 불편은 느낄수 없었다. 지하철 티켓 발매기 서너대중 1대를 가동중지하거나 엘리베이터 운행댓수를 줄이는 등의 절전은 진행중이지만 그다지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사고 전 일본의 핵발전 비중은 34%,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핵발전소가 실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심리적으로 지나치게 의존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정도라면 우리나라가 단계적으로 탈핵을 하는 것도 생각보다 큰 불편없이 할수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도쿄에 도착한 첫날, 후쿠시마 현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반핵아시아포럼 사토상의 안내를 받아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지하철로 한참을 이동한 후 도착한 곳은 와세다 대학 경제법학센터, 강의실엔 아시아 각국의 참가자 50여명이 모였다. 주로 외국의 참가자들을 위해 후쿠시마 현내의 현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인지라 대부분 외국인이었다. 필리핀, 대만, 한국, 인도네시아, 일본, 핀란드 등 각국의 참가자들은 각 나라의 언어로 후쿠시마 현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행사장은 아시아 각국의 언어로 가득찼다.


첫 발제자는 우리나라에도 방문한 적이 있는 원자력 자료정보실의 반 히데유키 씨, 후쿠시마 사고 개요와 방사능의 피해정도를 설명했다. 실제 일본정부가 아시아 각국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해양오염상황을 비롯해 제대로 된 방사능 오염정도를 제대로 발표하지 않고 있어 민간 전문가와 시민들, 민간단체가 자체적으로 방사능을 측정, 데이타를 만들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두번째 발제를 맡은 사람은 아이들을 방사능으로부터 지키는 후쿠시마 네트워크 대표인  나카테 세이이치씨. 20여년전에 3년 정도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활동을 진행하다 생업으로 그만두었다가 이번 핵사고로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약 50킬로 지점에서 살고 있다. 그는 3월 15일~16일에 가장 많은 방사능이 유출되었으며 20일에도 대규모의 방사능 방출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방사능은 매우 광범위하게 오염되고 있으나 오염지도를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나카테 씨는 3월말 직접 방사능 측정기를 구입해 측정을 시작했고 학교 교정에서 10마이크로시버트, 하수구표면이 108마이크로시버트의 수치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7곳에서 조사한 자료를 현교육위원회에 제출, 전면적인 조사를 요청했다. 그리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봄방학을 연장하여 시업식을 연기할 것을 공식 제안했다. 그러나 그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4월에 예정대로 시업식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일부 성과는 있었다. 일부나마 조사가 진행된 것이다. 후쿠시마 현 내 위치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1,600곳의 운동장을 4월 5일~7일까지 조사를 진행했다. 광역피해조사는 처음이었다. 그 결과 많은 지역이 0.6㎲v/h(5.2msv/y)의 오염을 나타냈고 20%정도 오염이 심한 지역은 3.8㎲v/h(33msv/y)까지 나타났다. 0.6㎲v/h는 원전관리구역 수준의 오염정도다.



이다테무라, 나미에마치등 그전에는 피난구역이 아니었던 곳이 이 조사결과 계획피난구역으로 지정되었다. 피난정책이 방사능 오염정도에 따라 과학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거리에 따라 일률적으로 진행되어 오염이 적은 곳에서 많은 곳으로 피난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후쿠시마 시내 시민들은 자체적으로 시민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20밀리시버트이상 확인된 지역에 대해 피난권고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 권고는 마을단위가 아닌 개별 집 단위로 이뤄진다. 같은 지역안에서도 개별적으로 피난이 지정되다보니 공동체가 붕괴되고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경우도 많다. 정부로부터 피난권고를 받지 않고도 자발적으로 피난한 사람도 약 5만명으로 추정되고 여름방학동안 일시피난된 아이들이 약 8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에 대한 정부지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원전관리구역 수준의 오염이 확인된 곳에 살고 있는 주민은 150여만명, 이들중 18세 미만의 어린이와 청소년은 약 30만명이다. 미래를 위해, 이들만이라도 피난이 이뤄져야 한다고 나카테씨는 주장했다.


나카테씨의 발제가 끝나고 아시아 각국 참가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아이들의 건강피해가 이미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국내에서 전해들었는데 이에 대한 의사들의 지원이 궁금했다.
집단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후쿠시마 아이들이 코피를 쏟는 등 건강피해는 벌써 일어나고 있으나 관청에서 고용한 건강관리리스크 전문가를 비롯해 지역내 모든 의사들은 오히려 방사능수치는 안전하다고 말하면서 바깥활동을 재개할 것을 권고하거나 식품오염이 공식 보고되었는데도 우연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등 어린아이를 둔 부모나 임산부등 방사능에 가장 취약한 계층조차 안심시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오히려 다른 지역의 소아과 의사들이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결성, 건강상담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피난대상을 늘리고 자주피난자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현민의 목소리에 지자체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한 답으로 놀랄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자체를 비롯한 지역내 리더그룹이 오히려 지역민이 피난을 갈까봐 ‘엘리트 패닉’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사장은 고객과 직원이, 시의원은 유권자가, 공무원은 지역인구가 줄어들것을 걱정하며 피난권고에 소극적이며 심지어 복지기관조차 직원들이 피난을 갈 경우 해고하겠다는 위협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들이 보호해야할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보다 자신의 기반이 흔들릴까봐 더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라고 해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명박대통령을 비롯한 국회의원들과 에너지정책결정자들은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보다 그들의 정치적 기반, 치적쌓기가 더 우선이니 말이다. 이어 후쿠시마 농민의 실질적인 피해상황과 그들의 절망, 일본의 식량오염, 그에 따른 식량자급기반 축소, 후쿠시마 지역상황의 변화에 대한 발제가 이어졌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로 전 세계의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 일본의 국민과 NGO활동가들이 후쿠시마를 지원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에 나가테씨는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학교 재개의 조건으로 20msv를 정부가 내걸었을때 후쿠시마 참가자보다 10배나 많은 참가자가 일본전역에서 참가해 일본문부성을 몇겹이나 에워쌓았고 그 결과로 20msv를 취소시키지는 못했지만 1msv를 지향한다는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약속에 따라 학교 교정에 대한 방사능 검사, 오염제거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원수폭금지 세계대회도 후쿠시마에서 열어 일본전역, 아시아전역의 참가자가 후쿠시마를 방문, 주민들에게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후쿠시마 현민 보고대회를 통해 아이들과 부모들이 얼마나 실질적인 피해를 입고있는지 느낄수가 있었다. 수십만의 사람들이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자체판단에 따라 지역에서 피난하고 있으나 아이들을 지키는 댓가는 혹독했다. 부모는 직장을 잃고 아이들은 친구를 잃고 있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선 그동안 쌓아왔던 사회적, 경제적 기반을 모두 잃는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나가테씨는 이것이 불합리하고 억울하다고 호소한다. 후쿠시마 사람들 누구나 다른 지역의 사람, 다른 나라의 사람과 마찬가지로 피폭당하지 않을 권리, 피폭으로부터 사회적, 경제적 부담없이 가족을 보호할 권리, 피난 후에도 피난전과 마찬가지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쟁취하기 위해 후쿠시마 현민들은 쉼없이 노력하고 있으며 전 일본의 국민, 전 세계의 사람들의 응원과 지원을 요청했다.


이후 아시아 각국 참여자들간의 소개와 환영만찬이 이어졌다.


글 : 신근정(녹색에너지디자인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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