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국내 미확인지뢰지대 전수조사하고 법적근거 마련하라.

2015.10.20 | DMZ

국내 미확인지뢰지대 전수조사하고 법적근거 마련하라.

파주인삼축제 체험장 인근 미확인지뢰 9발 무더기 발견,

– 인삼캐기 체험인가? 지뢰체험행사인가?

– 현행 국방부 지뢰관리정책의 허술함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

 

 

지난 17일, 파주인삼축제장 인근에서 미확인지뢰 9발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보도가 있었다. 파주시 민간인통제선(이하 민통선) 안쪽 인삼캐기 체험장 바로 옆에서 살상용 대인지뢰와 경전차 대인지뢰가 발견된 것이다. 이 사실을 모른 채 100여명이 체험행사에 참여했다. 섬뜩한 일이다. 이곳은 11일전에 또 다른 미확인지뢰가 발견된 버섯재배 체험장에서 불과 5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행사장에 위험을 알리는 표시는 어디에도 없었다. 자칫하면 인삼캐기 체험이 지뢰체험이 될 뻔했다. 미확인지뢰의 특성상 발견된 지뢰가 전부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 일대를 모두 조사하지 않은 이상 안심할 수 없다. 행사 당일, 체험장에서는 다행히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곳에 지뢰가 매설되어 있을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 할 수 없다.

 

인삼축제를 연 지자체의 허술한 관리와 안전불감증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또한 국방부의 현행 지뢰관리정책의 허술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국방부의 현행 지뢰관리정책 하에 미확인지뢰가 곳곳에서 발견되는 것은 놀랍지 않은 일이다. 행사를 하지 말아야 할 위험한 곳에서 지자체는 일을 벌인 꼴이고, 국방부는 강 건너 불구경한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 지뢰지대는 계획지뢰지대와 미확인지뢰지대로 구분된다. 정확한 매설정보 하에 구획 지어진 곳이 1) 계획지뢰지대이고, 매설정보가 없는 곳이 2)미확인지뢰지대이다. 문제는 미확인지뢰지대이다. 미확인지뢰지대는 1)지뢰가 매설되어 있음은 확인되지만 매설지뢰의 종류, 매설량, 매설위치가 확인이 안 되는 곳과 2) 지뢰의 매설유무 조차 알 수 없고 매설지뢰의 종류, 매설량과 위치도 확인이 안 되는 곳으로 구분된다. 후자의 경우, 어디에 어떻게 지뢰가 묻혀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그 위험성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당장 내가 서있는 땅에 지뢰가 묻혀 있을지 모르는 것이다.

 

국내 미확인지뢰지대 전체면적은 93백만㎡ 이며 그중 9천여만㎡가 민통선 이북에 위치하고 있다. 미확인지뢰의 대부분이 6.25 당시 매설되었고, 매설정보의 유실로 인하여 정확한 매설지뢰의 수는 알 수 없다. 국방부에 따르면 국내 미확인지뢰관리는 민통선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이북과 이남을 각각 관할사단과 합동참모본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민통선 북쪽은 군작전상 미확인지뢰지대를 유지하고, 남쪽은 계획적으로 제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관할사단이 어디서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정확히 밝혀진바 없으며 해당지자체 조차 이를 모르고 있다. 합참의 지뢰제거작전 또한 국내 미확인지뢰매설량에 비해 실효성이 적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이번 인삼밭 체험장 사례처럼 대부분의 미확인지뢰지대들은 안전장치 없이 민간인에게 노출되어 있다. 정확한 매설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해당지역에서 정확한 지뢰매설지도를 토대로 한 관할사단과 지자체의 업무공조가 있었다면 이런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을 것이다.

 

미확인지뢰지대라는 개념은 궁극적으로 사라져야 한다. 미확인지뢰지대로 파악된 곳, 미확인지뢰지대로 추정되는 곳, 접경지역 등을 전부 조사하고 계획지뢰지대로 설정한 후에 필요 없는 곳이라 판단이 되면 제거를 해나가는 것이 타당하다. 군당국이 주장하는 작전성을 고려해도 미확인지뢰지대의 존재는 타당하지 않다. 확인할 수 없는 지뢰지대는 아군에게 조차 큰 위협요인이다. 미확인지뢰지대를 계획지뢰지대로 전환하는 작업이 선행되고 작전성을 검토하는 것이 순서이다.

 

이번 파주인삼축제 지뢰밭 해프닝을 통해서 다시 확인되었다. 국방부와 접경지역 지자체들은 여전히 DMZ일원 미확인지뢰지대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났다. 이에 국방부는 다음과 같이 미확인지뢰지대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야 한다.

 

첫째, 미확인지뢰지대를 전수조사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통합적으로 지뢰지대를 관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미확인지뢰의 대부분이 6.25 당시 미군에 의해 매설되었고, 그 매설정보가 거의 유실된 상황이다. 그렇다면 미확인지뢰에 관한 가장 유효한 정보는 전후세대들의 증언이다. 그 당시를 기억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전후세대들이 한 명이라도 살아 있을 때, 미확인지뢰지대의 전수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 록 그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둘째, 지뢰 그 자체를 명확히 규정하고, 지뢰지대 현황을 관리하며 지뢰로 인한 피해들을 구제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지뢰관련 국내법은 ⓵ ‘지뢰 등 특정 재래식 무기 사용 및 이전의 규제에 관한 법률’과 ⓶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이 유일하다. ⓵의 법령은 관할부대는 지뢰지대의 경계표지 설치, 사전경고등을 하라는 안전조치지침만 있을 뿐이고, ⓶의 법령은 한시적인 특별법으로 지뢰에 의한 상해피해자에 대한 보상금 및 위로금 지급에 국한된다. 지뢰 전반에 대해 실질적으로 관리를 할 수 있는 법령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법적인 근거가 없으니 정책적으로 미확인지뢰의 완전제거는 성립되지 않고, 미확인지뢰로 인한 피해사례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지금도 DMZ 일원에는 많은 주민들이 살아가고 있고, 관광목적으로 많은 민간인들이 오고가고 있다. 국방부는 하루빨리 투명하고 실질적인 지뢰관리정책을 시행하여 국민안전을 보장하기를 바란다.

2015년 10월 20일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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