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식 교수 “원전 방사능 피해 국적과 민족 넘어선다”

2012.02.27 | 탈핵

서경식 교수 “원전 방사능 피해 국적과 민족 넘어선다”
25일 핵없는 세상 ‘후쿠시마를 걷는다’ 강연



서경식 도쿄경제대 교수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하고 3개월 후 후쿠시마 지역을 방문했다. 그 당시의 기록은 일본 현지 방송에서 ‘후쿠시마를 걸어서’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방송되었다.


25일 오후 4시 명동 카톨릭회관에서 열린 핵없는 세상을 위한 3번째 시민회의에서 서경식 교수는 ‘후쿠시마를 걷는다’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강연에 앞서 후쿠시마 현지의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감상했다.


핵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고향을 떠나지 못해 후쿠시마 지역에 남아 있는 농부의 이야기부터 재일조선인 학교의 운동장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었음에도 기준치에 미달한다는 이유에다 공립학교로 인정받지 못해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차별의 현장까지.


재일조선인 학교, 방사능 오염 제거 지원 못 받아


서경식 교수는 “일본 공립학교에는 방사능 오염 제거작업을 해주지만 재일조선인학교는 일본에서 학교로 인정되지 않아 지원을 해주지 않고 있다”며 “조선인학교는 현재 재정 상황이 어려운 데 오염제거 작업에 따로 돈을 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반면 “후쿠시마 주변 지역 재일조선인 학교 학생들은 다른 지역 조선학교로 전학해 교육을 받고 있는데, 일본 학교가 조선학교를 부러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재일조선인 학교는 일본에서 학교로 인정되지 않는 사립기관인 까닭에 일본 정부의 허가 없이도 조선인 학생들을 외부로 피신시킬 수 있었다.


반면 일본의 공립학교는 학생들을 외부로 이동시키는 데에 필요한 예산이 부담되기 때문에 사고 자체를 적게 보이게 하려 노력하고, 오염 제거만 하면 살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후쿠시마 주민, 살기 위해 방사능 오염 현실 외면


서 교수는 이어 “후쿠시마에서 방사능 피해를 받은 사람들은 후쿠시마 현에서 고립돼 있고, 가정 내 이혼율이 증가하는 등 가족간 불화가 심화되고 정신적인 불안과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주변 지역이 모두 방사능에 오염돼 있지만, 매일 그 영향을 생각하면서 살기는 어렵기 때문에, 직장과 학교, 친구들과 함께 살기 위해 이러한 현상을 외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불안 때문에 후쿠시마 지역 주민들은 조금이라도 낙관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고 도쿄 전력이나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을 외면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원자력마피아, 원전 정책 재추진 시도


서 교수는 또 “원자력마피아들이 원자력 피해를 작게 보이게 하면서 다시 원자력 정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에서는 현재까지 5~6만 명이 모이는 집회가 발생하는 등 시민의 힘으로 국가의 원자력정책을 바꾸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여성과 청년, 고령자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고, 회사원들은 회사와 국가 정책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기존의 삶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다 시민을 대변하는 정당이 없어 정치적인 대세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서경식 교수는 “한국도 마찬가지 상황으로, 한국도 진로를 바꿀 기로에 서 있다”며 “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위한 피할 수 없는 투쟁을 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신문을 통해 전해오는 후쿠시마 사고의 증언들은 있으나 듣지 않는 우리가 있다”고 탄식했다.


고통과 기억의 연대로…3월 10일 시청광장으로!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연대사에서 서경식 교수의 저서인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를 언급하며 “이러한 연대가 가능해야 우리사회에서 핵사고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탈핵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후쿠시마 방사능의 위험과 고통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며 “그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를 질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탈핵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인의 결단만이 아니라 국가를 변화시켜야 하는데, 가장 쉬운 방법은 광장에 사람이 모이는 것”이라며 “3월 10일 후쿠시마 1주기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핵없는세상’은 지난해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시작되었으며, 지난 1월 28일 ‘핵없는 세상을 위한 시민회의’로 개편한 이후, ‘핵없는세상’을 정식으로 확대 발족해 새로운 운영진을 꾸려 본격적인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권승문(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오마이뉴스에 중복게재됩니다.(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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