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의회 권력 교체했지만, 환경과 생명이 없다.

2016.04.15 | 환경일반

20대 총선, 형식은 갖췄지만 내용적인 한계는 분명

의회 권력 교체했지만, 환경과 생명이 없다.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으로 국회 본회의장 300석 자리는 채워졌다. 20대 국회의원 선거는 세간의 예측을 여지없이 무너트렸다. 그래선지 ‘성난 민심’, ‘준엄한 심판’, ‘뿔난 2030’, ‘2030의 선거반란’ 등 언론들의 수사는 통쾌하다. 그리고 ‘20년 만에 3당 체제를 출현시켜 국회의 황금비율을 만들어낸 민심’을 치켜세운다. ‘무능하고 오만한 정치권에 위대한 국민이 내린 명령’이라고 20대 총선을 규정하기도 한다. 당연히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독주를 막아냈다는 안도에서 여기저기 환영사도 이어진다. 도통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제 1당 새누리당의 공공함이 깨져버린 것이다. 그야말로 가히 생물이라고 불리는 변화무쌍한 정치가 살아났다.

 

초록후보 당선은 청신호, 하지만 초록정책 실종은 적신호

녹색연합을 비롯해 환경단체들은 초록투표네트워크라는 연대기구를 결성해 초록후보(6명)와 반환경후보(10명)를 선정 발표했다. 그리고 설악산국립공원을 파괴하는 국회의원 후보 6명을 낙천·낙선운동 대상자로 규정했다. 결과는 제법 고무적이다. 초록후보 중 우원식의원(더불어민주당), 심상정의원(정의당)이 20대 원내에 진입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그리고 10명의 반환경 후보 중 4대강 전도사 이재오 의원(새누리당)을 비롯해 4명의 반환경후보가 낙선했다. 설악산국립공원을 파괴하는 국회의원 후보로 지명된 6명 중 3명도 낙천·낙선했다. 분명 성과다. 초록후보가 당선되고, 반환경후보가 국회에 입성하지 못한 것은 새누리당 독주가 예상되던 상황에서 여소야대 구도로 의회 권력을 교체시킨 것과 더불어 커다란 성과다. 하지만 내용면에선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20대 국회의 절대 다수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 등은 정책선거 면에서 사실 낙제점에 가깝다. 설악산 케이블카 문제를 포함해 환경정책 자체가 당의 주요 정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물론 정책의 부재는 환경정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반면 그나마 정책선거에 몰입했던 진보정당들은 선거 자체에서 참패했다. 지역구 의원뿐만 아니라 정당투표율이 좌우하는 비례대표 의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33.5%, 국민의당 26.7%, 더불어민주당 25.5%, 정의당 7.2%, 녹색당 0.7%, 노동당 0.3% 등이 20대 국회의원 선거 정당투표의 득표율이다. 정책의제가 실종된 선거판에서 환경정책 등이 투표를 통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셈이다. 다시 말하지만 초록후보들의 약진과 새누리당의 독주와 박근혜 정부의 오만에 제동을 건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19대 국회보다 더욱 희망적인 의회권력을 20대 국회에서 마냥 기대할 수만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경제가 아니고 정도(正道)다.

무엇보다 제 1야당이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심각하게 우려스럽다. 우리는 분명히 기억한다. 경제 프레임이 만들어낸 17대 대선의 악몽은 여전히 4대강과 핵발전소와 방산비리에서 끊임없이 재현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과 환경면에서 차별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미 지난 정부에서도 광역으로 보전지역으로 지정하려던 금강산-설악산의 연계개발을 공언하고 있는 것이다. 전 국토의 난개발을 부추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충언하건데 우리 정치가 정쟁을 극복하고 민생을 올바로 만나기 위해선 ‘문제는 경제가 아니고 정도(正道)’여야만 한다. 경제 민주화, 착한일자리, 인권이 실종된 공권력의 타파, 침몰한 세월호의 인양, 미래세대를 위한 환경보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등 우리가 직면해 있는 문제의 본질은 돈이 아니라 선인의 말씀처럼 정도(正道)냐 사도(邪道)냐에 달린 것이다. 불법과 편법을 권리와 융통성으로 여기는 기업들이 여전하다면 경제민주화와 착한일자리는 요원하다. 헌법을 무시하고 주권자인 국민을 모독하는 공권력이 지속된다면 세월호는 계속될 것이고, 대한민국의 인권은 설 자리가 없다. 개발과 발전을 여전히 단순 동의어로 알고 있다면 결코 지속가능한 발전을 우리는 이룰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는 지난 10년의 실패를 거울삼아야만 한다. 결국 문제는 경제가 아니고 정도(正道)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시선으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선거다. 그리고 우리는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치러냈다. 물론 여전히 불완전하다. 여야의 차별성을 찾기 어려울 때도 있다. 우리 정치사에서 최악과 차악의 대결, 최선과 차선의 선택은 유권자로서 항상 있어왔던 해묵은 딜레마다. 도대체 언제가 되어야만 극복될지 답답하기도 하다. 하지만 불통의 대통령과 여당의 독주만은 막아낸 20대 국회가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깨어있는 시민의식이 먼저다. 의회권력을 끈임 없이 감시하고, 적극적인 대안모색을 강제해야 한다. 그렇게 20대 국회에서 무엇을 기대할지보다 무엇을 요구할지를 먼저 찬찬히 따져보기로 하자.

 

2016년 4월 16일

녹색연합

문의 : 정규석(010-3406-2320,nest@greenkorea.org)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