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이동의 단절 – 꼬리와 지느러미가 전부인 그들에게

2016.05.08 | 4대강

4월 말, 녹색연합은 물고기를 만나기 위해 금강 모니터링을 진행했습니다. 궁금했습니다. 생명의 계절 봄, 대부분의 물고기들이 이동하기에 바쁜 시기일 산란기에 보가 있는 금강에서는 물고기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4대강 사업을 강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대로 어도가 있으니 물고기는 정말 괜찮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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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을 따라 모여드는 물고기, 그 앞에 철옹성 같은 보. 금강의 세 개 보 가운데 중간에 위치해있는 공주보에서 마주한 모습입니다. 하얀 물보라 앞에 물고기들이 많이도 모여있습니다. 물이 흐르는 곳을 찾아온 것입니다. 물이 자연의 섭리대로 흐르니까, 물고기 또한 그 섭리대로 물줄기를 따라 이동하려고 온 것입니다. 그러나 콘크리트 보는 물고기들에게 길을 내어주지 않습니다. 공주보의 고정보 높이는 7m입니다. 물고기에게 7m 높이는 사람으로 치면 어느 정도의 높이일까요? 아니, 사실 그런 건 상관이 없습니다. 1m든 7m든 물고기가 넘어갈 수 없는 보를 인간이 설치한 것이 사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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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 어도가 있지만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습니다. 꽤 오래도록 유심히 바라보았지만 바로 옆 보 앞에는 물고기가 가득한데, 어도에는 한 마리의 물고기도 없었습니다. 이용하기가 어려웠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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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마리의 새가 어도 입구(혹은 출구) 앞에 서서 물고기를 기다립니다. 이곳으로 물고기들이 지나다닌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어도를 찾아 이동을 하는 물고기도 어도를 찾지 못해 이동하지 못하는 물고기만큼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4대강 어도는 물고기가 이용하기 힘들게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이 여러 차례 보도를 통해 소개가 되었지요. 어렵게 어도를 통해 이동한다고 해도 천적이 곳곳에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설치한 커다란 콘크리트 구조물 때문에, 물고기들에게 삶만큼이나 자연스러웠을 이동은 생존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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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에서 멀리 떨어진 고정보 앞입니다. 여기에도 물고기들이 여러 마리 보입니다. 가만히 바라보며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다 백제보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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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보에서 보 상류의 물고기들을 만났습니다. 물이 떨어지는 지점을 경계선 삼아 상류에 머무르고 있는 물고기가 여럿 보입니다. 물고기들 스스로 상류에 남아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보 때문에 하류로 이동할 수 없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보로 인해 없던 ‘경계’가 생겼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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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초 만났던 섬진강의 황어 떼가 생각납니다. (섬진강 황어의 이동 – 그 강에도 보가 세워졌더라면 https://www.greenkorea.org/?p=52447) 하굿둑이 없는 바다에서 보가 없는 강을 따라 이동해 계곡까지 올라왔던 황어. 같은 4월임에도 섬진강과 금강의 물고기는 이렇게 다른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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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 斷絶.
끊을 단 : 끊다, 절단하다, 쪼개다, 가르다, 근절시키다
끊을 절 : 끊다, 막다, 그만두다, 가로막다, 사이를 띄우다, 없애다, 버리다, 멸망시키다, 끊어지다, 물이 마르다, 망하다, 숨이 그치다, 없다, 떨어지다, 말라 죽다, 건너다, 곧바로 가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물고기의 길은 ‘단절(斷絶)’ 되었습니다. 물고기의 이동을 이야기하면서 종종 듣게 되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는 ‘물고기는 길이 막히면 지천이든 어디든 이동한다.’였습니다. 그렇지요. 물고기에게는 지느러미와 꼬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뿐입니다. 물고기에게는 자동차도, 자전거도, 버스나 택시, 배 등 그 어떤 교통수단도 없습니다. 물속에서 호흡할 수 있는 아가미와 힘차게 헤엄칠 수 있도록 해주는 꼬리와 지느러미가 전부입니다. 그런 물고기의 앞을 멋대로 막아놓고 ‘여기는 막혔으니 너희는 지천으로 가’라니요. 제대로 이용할 수도 없는 어도만 놓아주고 ‘여기로 지나갈 수 있으니까 됐지?’라니요. 물고기는 스스로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이동할 수 있으니 인간 마음대로 서식처를 망쳐도 되는 것일까요? 지천으로 이동할 수 있으니 보 몇 개쯤은 설치해도 되는 것일까요?
물고기가 지천으로 이동을 할 수 있든 없든, 그들이 본래 살던 곳과 다니던 길을 막을 권한이 인간에게 없습니다. 그리고 모든 생명은 그 본래의 방식과 습성대로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물고기를 비롯한 모든 수생생물의 삶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 수문을 열고 보를 허물어야 합니다. 경계를 허물고 자유를 되찾을 수 있도록, 녹색연합은 모든 생명의 평화를 위해 일하겠습니다.

글: 평화생태팀 이다솜(leeds@greenkorea.org)
사진: 평화생태팀 이재구(bommulkyel@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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