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한복판에 철탑은 안 될 말이다

경복궁, 남대문, 석굴암, 고려청자, 반달가슴곰, 그리고 설악산.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나라에서 지정한 ‘문화재’라는 점이다. 흔히 문화재라 하면 고색창연한 고궁, 사찰, 그리고 박물관의 유물들을 떠올릴 것이다. 국보, 보물 등의 명칭으로 불리는 것들이다. 하지만 동물이나 식물 같은 자연물도 ‘천연기념물’이라는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받는다. 다소 낯설 수 있다. 더군다나 설악산 전체가 천연기념물 171호인 ‘천연보호구역①’으로 지정되어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설악산은 국가문화재이면서 국립공원, 백두대간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등으로 겹겹이 보호받는 곳이다. 한국의 수많은 명산 가운데서도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그만큼 보호할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경복궁, 석굴암, 남대문은 그 나이로 치면 모두 수백 년에 불과하지만 설악산은 수 만 년을 넘어선다. 스케일이 다른 문화재인 셈이다.

1965년 설악산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던 당시의 문서를 보게 되면, 설악산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가 생생히 드러난다.

 

“8·15 해방 이후 급격한 인구의 증가와 자연자원 보호에 대한 정책의 미온으로 인하여 삼림의 남벌은 극도에 달하였으며, 어떠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자연계에 대한 멸망의 위기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자연상의 피해가 가장 적다고 할 수 있는 지역이 설악산과 그 외 수개 지역에 불과할 것이니, 이 지역만이라도 우선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여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설악산은 국가의 보물인 셈이다. 그런데 이 특별한 보물이 위태롭다. 바로 강원도 양양군이 추진하는 오색케이블카 때문이다. 설악산을 가로질러 꼭대기까지 철탑을 박고, 쇠줄을 걸어서 수십대의 케이블카로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그런데, 만약 경복궁 안에 전봇대를 세운다면? 불국사를 보다 편하게 관람하고자 그 위로 곤돌라를 지나가게 한다면? 비웃음을 살 일이다. 문화재로 지정한 곳에서 이런 행태가 벌어진다면 세계적인 비난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몰상식이 설악산에서 벌어지려 하고 있다.

2015년 8월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오색 케이블카 사업을 조건부 승인했다. 강원도 양양군이 앞장서고, 환경부와 청와대까지 밀어주고 있다. 관광개발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논리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많은 허가절차가 남아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다. 문화재에 영향을 미치는 공사를 벌일 때, 문화재청의 문화재위원회는 ‘현상변경심의②’를 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불가능해진다.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 10명의 전문가들은 설악산의 운명을 결정하는 막중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문화재위원회 심의에 부쳐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강원도는 1982년 오색-중청 구간의 케이블카 사업을 신청한 바 있다. 1970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특혜로 설악산 권금성에 케이블카가 들어섰다. 그 후 1980년대에 들어서며 강원도는 케이블카 추가 설치를 추진하게 된다. 당시 오색-중청 노선은 현재 강원도 양양군이 추진하는 케이블카 노선과 유사하다. 지난해 양양군은 환경부에 케이블카 사업계획을 제출하며 “국립공원의 탐방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 탐방객을 분산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설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많은 탐방객으로 인해 탐방로 훼손이 심해서 케이블카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1982년의 케이블카 추진 논리도 놀라울 정도로 이와 흡사했다. 당시 건설부의 주장은 다음과 같았다.

 

“년간 200만 명이 탑승하는 설악산은 기설 등반로만으로서는 수용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어, 케이블카 설치로 순환관광이 가능하게 할 필요가 있음. 현재와 같이 무질서하게 등반하는 데서 야기되는 자연훼손, 오물폐기 등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케이블카를 설치, 일정한 등반로를 개설할 필요가 있음. 설치되는 케이블카는 설악산 전역에 폐기되어 있는 오물을 용이하게 수거처리 하는데 이용되고, 산불 등 진화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게 됨.”

 

여기에 대한 문화재위원회의 답변은 무엇이었을까?

 

“설악산은 우리나라 자연 중에서 가장 대표가 되는 천연보호구역이며, 유네스코에서도 이 지역을 생물권 보존지구로 지정하였으므로, 동 지역의 자연은 인위적인 시설을 금지하여 자연의 원상을 보존해야 하는 것이 이 지역관리의 기본이 되어야 함. 케이블카 설치로 더 많은 사람이 산 정상에 오르내리게 됨에 따라 중청봉의 경우, 이 지역의 희귀자연이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음.”

“오색-중청봉간 케이블카는 내설악의 핵심지역에 설치하고자 하는 것이고 이로 인해 자연경관이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는 불가함.”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논리였다. 문화재 한복판에 케이블카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당시 문화재위원회는 강원도와 건설부의 설악산 케이블카 요청을 시종일관 반대했다. 1982년 8월 18일, 문화재위원회는 오색-중청봉을 포함한 3개 구간 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불가’ 결정을 내렸다. 같은 해 12월 건설부와 강원도는 오색-중청봉, 장사동-울산암 2구간에 대해 다시 문화재현상변경신청을 했으나 문화재위원회의 결론은 같았다. “불가하다”는 것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되어선 안 되는 이유를 보여주는 역사가 또 하나 있다. 1995년 정부는 유네스코에 설악산 세계유산 등재를 시도한 바 있다. 현장실사를 위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전문가가 파견되었다. 결론은 설악산이 “세계유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케이블카, 호텔 건설과 같은 관광개발 압력’이었다. 현재 문화재청은 설악산-금강산을 공동으로 세계유산에 올리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오색 케이블카 계획은 세계유산으로 가는 길의 걸림돌일 뿐이다.

1982년 뒤로 34년이 지났다. 대통령이 6차례나 바뀔 동안, 설악산에 케이블카는 없었다. 문화재위원회 민간전문가들의 소신 있는 결정 덕분이었다. 환경과 생태의 중요성이 높아가는 21세기에 34년 전의 결정이 뒤집혀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전문가들에게 있어 문화재위원은 명예로운 직책으로 알려져 있다. 설악산에 박는 케이블카 철탑은 일제가 명산에 박았던 말뚝과 다르지 않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심의는 우리 문화재의 명예가 걸려있는 중대 결정이다. 문화재위원 스스로의 명예가 걸린 결정이기도 하다. 온 국민이, 설악산의 야생동물들이,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가,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 각주 설명

① 천연보호구역

동물, 식물, 광물, 지질 가운데 학술과 관상의 가치가 높아 문화재로 지정하여 보호하는 자연유산을 천연기념물이라 한다. 이런 천연기념물이 풍부하게 서식하고 다양한 생물, 문화, 역사, 경관의 특성을 가진 일정한 구역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

 

② 문화재현상변경심의

문화재현상변경심의는 문화재나 문화재 주변 환경에 직접,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서 문화재위원회가 허가여부를 심의하는 것을 말한다.

 

글 황인철(정책팀)

*녹색희망 5-6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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