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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평화를 위해 걸은 19번의 순례 – 녹색연합의 순례 이야기 <우리는 걷는다>

1998년 녹색연합의 첫 번째 순례. 강화에서 새만금까지.ⓒ 녹색연합

“걷기는 하나의 명상이며, 땅에 닿아있는 느낌을 품고 느리게 걸어가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많은 메시지가 담긴다. 마르틴 루터 킹이, 간디가 그랬듯이, 비노바 바베가 그랬듯이 말이다. 그들은 걸었고, 그 걸음은 하나의 정치적 메시지가 되었다. 영성과 정치는 함께 걷는 것이다.”
1998년 녹색연합의 첫 녹색순례. 강화에서 새만금까지ⓒ 녹색연합
2004년 한국을 방문한 인도 출신 생태운동가 사티쉬쿠마르가 녹색연합 활동가들에게 다시금 걷기에 대해 말했다.
그는 과거 60년대 구소련의 핵무기개발을 반대하며 인도에서 유럽과 러시아를 거쳐 미국까지 2년 8개월을 걸어갔다. 그의 평화순례는 98년 녹색연합이 처음 ‘녹색순례’를 준비하며 좇고자 했던 방식이었다.
1999년 녹색순례ⓒ 녹색연합
1998년 어느 날, 누군가가 순례를 제안했다. 함께 걸으며 이 땅 곳곳의 아름다움과 아픔을 직접 겪자고.
바쁘게 돌아가는 여러 일들을 내려두고 모두가 길을 떠나는 게 가능할까? 하는 걱정을 안고 출발한 첫 순례.
그해 4월 22일 지구의 날 우리는 강화에서 새만금 갯벌까지 서해안 갯벌을 따라 걷는 ‘녹색순례’를 시작했다.
새만금간척사업이 논란이 되던 때였고 한편으로 곳곳에 ‘천혜의 갯벌’이 여전히 남아있던 때였다. 강화에서 새만금까지 8박9일 첫 순례를 마친 뒤부터 이제 녹색연합에게 순례는 역사가 되었다.
경기, 강원지역의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1999년 녹색순례ⓒ 녹색연합
99년에는 경기 강원 일대의 765kv 송전선로 건설 예정지, 2000년 해남에서 새만금까지, 2001년 DMZ 철책을 따라, 2002년 미군기지 지역, 2003년 낙동강 1300리, 2004년 덕유산부터 지리산까지 백두대간, 2005년 천성산, 2006년 지리산 둘레, 2007년 제주도, 2008년 경부운하 건설예정지, 2009년 울진 왕피천, 2010년 무주-진안-장수 마을길, 2011년 남도길, 2012년 강원도의 환경분쟁현장, 2013년 철원부터 백령도 2014년 새만금, 금강, 섬진강 2015년 가리왕산과 설악산까지.
어느덧 18번의 순례를 다녀왔고 이제 19번째 순례를 맞이했다.
2000년 녹색순례ⓒ 녹색연합
“가자 천리 길 굽이굽이 쳐 가자, 흙 먼지 모두 마시면서 내 땅에 내가 간다”어느덧 녹색순례가(歌)가 되어버린 김민기 님의 노래 ‘천리길’을 부르며 우리는 환경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마을들을 찾아가는 길을 떠난 적도 있고 너무나도 아름다워 발을 딛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귀한 자연을 만나기도 했었다.

강을 따라 걷고 뻘밭에 쑥쑥 빠지며 걷고 산길을 헤매며 오르내리고 몇날며칠 순례단을 빼고는 사람을 만날 수도 없는 곳을 걷기도 했고 시장 한 복판을 지나며 사람들을 만나고 차들이 생생 달리는 아스팔트를 따라 걷기도 했다.

분명 우리 땅이지만 들어갈 수 없었던 담벼락을 따라 걷기도 했고 철책 너머의 땅을 그저 눈으로만 좇으며 군인들의 보초를 받으며 걷기도 했다.

 

2000년 녹색순례ⓒ 녹색연합
우리가 걸은 곳 모두 희망과 절망, 분노와 흥겨움, 기쁨과 슬픔을 간직한 우리 땅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우리는 순례를 통해 신음하는 자연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고, 상처난 곳을 치유하기 위해 고민하고 또 행동했다.
또 순례에서 만난 이 땅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은 절망하고 포기하려는 우리는 일으켜 세우는 힘이기도 했다.
비가 와도 걷습니다. 2012년 녹색순례ⓒ 녹색연합
사랑할 때, 그 자체를 온전하게 경험하지 않고 어떻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녹색순례는 이 땅을 사랑하기 위해,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알아야 할 가장 근원의 무언가를 몸으로 알게 해 준다.
발이 부르트고 발바닥의 물집이 터지고 다리가 저려오는 순례길을 누군가는 고행의 길이라고 하고, 생각을 내려놓고 마음마저 비울 수 있는 순례길을 누군가는 성찰의 길이라고 한다. 또 그 길에서 환경운동가의 길을 걷고 있는 나를 만나기도 한다.
함께 걷고 함께 밥해먹고 함께 잠자며 서로 다른 색을 지닌 이들이 녹색과 어울려졌을 때 어떻게 빛나는지를 겪기도 한다.
2016년 19번째 녹색순례. 그렇게 모두 설악이 된다ⓒ 녹색연합
그래서 우리는 또 걷는다.
지금 우리는 개발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설악산을 걷는다.
설악산 꼭대기에 더 빨리 닿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둘러둘러 돌아가면서 멀리서 바라보아도 아름다운 설악산을 만나기 위해 또 함께 걷는다.
글 : 정명희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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