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과의 공존을 꿈꾸다_야생동물탐사단 7기 3일차

땀방울이 모자에 맺힌다.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는 손수건마저도 흡수한 물기를 모조리 뱉어낼 정도의 습기. 날씨가 특출나게 더워서가 아니다. 녹색연합의 야생동물 탐사단으로 한 번 지원해보시라. 실소가 절로 흘러나올 정도의 산행을 겪게 될 것이다.

재밌는 것은 이제 고작 3일차라는 것. 그동안 여기에서 대략 지냈던 시간을 모두 합쳐도 겨우 72시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경악스러울 정도로, 이곳 울진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간다.

산양의 모습은 (당연하지만 야생동물이니까) 우리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찾는 건 바로 산양의 화장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똥자리다. 콩자반같은 변무더기가 쌓인 그들의 은밀한 장소를 찾는 게 우리, 야탐단의 일인 것이다. 물론 정확하게 말한다면, 그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는 일이지만. (산양은 항상 같은 자리에 일을 보기 때문에, 무인 카메라를 이용해 생태 습성 파악이 가능하다)

능선을 타고 오르며 전망 좋은 그들의 화장실을 찾고, 사진을 찍으며, 야장을 기록하는 일을 반복하다보면 처음 산양의 똥을 보고 아이처럼 기뻐했던 감상도 땀방울에 번져 옅어진다. 어느덧 발견의 기쁨은 사라지고 힘듬만이 남게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머리 속에 담겨있던 질문들이 속속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이 첩첩산중에 내가 왜 왔지?’
‘길도 아닌 길을 내가 가고 있는 이유는 뭐지?’

언제부터 쌓였는지도 모를 낙엽 속에 파묻히는 종아리를 보며 걷다가 문득, 그 대답이 나에게 왔다.
바로, 우리들 때문이다.
야생동물을 마구 남획하고 그들의 서식지마저 뺏어서 산 속 깊숙이 숨죽이고 살도록 그들을 내몰은 우리. 사람이라는 동물의 야만성에 대해서 직시하게 되는 것이다.
오소리 똥자리에서 채 오십 걸음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된 밀렵꾼의 올무. 입산이 통제된 곳임에도 보이던 굵직한 탄피. 무엇을 더, 얼마나 더 설명해야 할까. 깊숙한 남한의 오지, 울진에 도착해야 볼 수 있는 고작 1백여 마리의 산양들이, 야생동물 탐사단에게 목소리를 전한다.

‘이제는 우리와 공존할 수 있느냐고.’

 

글쓴이 : 김백준(야생동물탐사단 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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