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좋은 여행자가 되는 길

2016.07.17 | 행사/교육/공지

지난해 중국 관광객의 해외소비가 약 1조2000억 위안(21조6천억 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세계 관광산업이 날로 증가해 오랜 기간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를 간직했던 곳들까지도 몰려드는 여행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핀란드 같은 유럽 북극지역도 산타클로스 마을을 보거나 눈 축제를 즐기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모이면서 생태계를 위협받고 있을 뿐 아니라, 늘어나는 호텔이나 리조트를 비롯해 관광관련 시설들이 들어서면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던 원주민들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합니다. 관광객들은 아무데서나, 아무 때나 카메라를 들고 찍어대기 때문에 사생활마저 위협받고 있어 여행객 수를 제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사정은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는 아름다운 섬 제주도 해수욕장에서는 모래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제주도 11곳 가운데 7곳에서 해수욕장 모래 유실이 우려할만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한 탓도 있지만 수많은 관광객들을 위한 무분별한 ‘해안개발’이 더 크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제주도는 고육지책으로 지난 10여 년 동안 해마다 다른 지역에서 모래를 퍼와 해변에 보충하는 식으로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또 다른 문제를 가지고 옵니다. 제주 해변은 화산활동, 그리고 오랜 기간 형성된 지역의 고유한 환경 속에서 다른 지역과 다른 독특한 모래성분을 지니고 있는데 외부 모래가 그냥 합해지면 고유한 성질을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가 제기되자 지금은 자갈을 골라내거나 평탄작업을 하는 식으로 대치하고 있다는데 사라진 모래들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해안 침식으로 인한 모래사장 면적 축소는 비단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해 경북도 연안침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울진·영덕·포항·경주·울릉을 비롯한 동해안 10곳 가운데 8곳이 연안 침식이 우려되거나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줄어든 경북 동해안 침식 면적이 서울 월드컵축구장 면적의 10.6배에 달할 정도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해안가에 모래를 붓는 식의 눈앞의 해안침식 복원에만 급급하고, 해안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는 부족한 상황이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해외관광 시장의 지나친 발달은 그 지역의 환경과 사회 문화에 많은 악영향을 미칩니다. 숙박 같은 관광시설 건설에 따른 생태계 파괴, 갑작스런 인구 증가에 따른 여러 오염이 일어날 뿐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가치를 바꾸기도 하고, 외지에서 들어온 관광시설과 지역주민의 경제생활과의 경쟁이 일어나 지역 고유의 경제구조를 망가뜨리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여행이 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본격 휴가철이 돌아오는데, 올해도 국내여행 뿐 아니라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공항에 넘칠 것입니다. 꼭 휴가철이 아니더라도 요즘은 주말을 이용한 해외관광이 우리 삶에 익숙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지만요. 올 여름에 어떤 여행계획을 세우고 계신가요? 혹시 해외여행을 하려고 하시나요? 그럼 올해는 이전과는 ‘다른’ 여행을 계획해 보시면 어떨까요?

생태여행, 지역을 살리는 공정여행, 착한여행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그렇게 해봐야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실행은 잘 못하게 됩니다. 큰 여행사 패키지 상품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거나 여행지 정보가 충분치 않거나 숙박 장소나 항공 같은 요소들이 불편한 탓에 결국 편한 여행사의 싼 여행상품을 예약하곤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정답은 바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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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지구인의 여행은, 내가 가는 여행지가 돈만 내면 무엇이든 누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선하게 소통하고 겸손하게 그곳 문화를 배우는 여행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곳의 생태를 해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원거주민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어디에 가서 무엇을 볼지를 결정하는 것과 함께 여행을 통해 내가 얻으려는 가치가 무엇인지도 함께 고려하면 참 좋겠습니다.

 

글 : 김혜애(녹색연합 공동대표)
*이 글은 녹색희망 253호(2016년 7-8월)에 실린 글을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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