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그들이 산다_야생동물탐사단7기 6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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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자욱이 내려앉은 아침 6시. 조금은 익숙해진 몸으로 차를 타고 산행길로 들어선다. 야탐단 일정 중 가장 험하고 힘들다는 산행을 하게 될 날이라 그런지 뿌연 안개가 스산하게만 느껴진다. 아침엔 웃고 장난쳐도 누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산행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터라 다들 살짝 겁을 먹었으리라. 날이 개고 산에 도착해서도 왠지 모를 스산한 기운은 사라지질 않았다.

산행 장소가 다름 아닌 삼척의 폐광된 가곡광산이기 때문이었을까. 이 산의 사연이 어떠한고 하니, 광산채굴로 한 번 쓰이다 버려지고, 가곡자연휴양림으로 운영되다가 또 다시 버려진 산이란다. 가곡자연휴양림의 계곡물은 태풍피해로 시설이 파괴되면서 사방댐 건설로 일부분 콘크리트로 덮였고, 결정적으로 2003년 태풍 ‘매미’ 피해로 갱도에 방치된 방산폐기물이 계곡물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말았다. 멀쩡하게 계곡이 흐르고 나무가 있는데 오염된 채 아무도 찾지 않는 유령산이 되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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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실망감으로 울적해질 무렵, 아무도 찾지 않았기에 산양이 이곳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산을 그렇게 괴롭혔는데도 삶을 이어가고 있는 야생동물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리곤 산행에 열중. 땀이 범벅된 몸으로 절벽을 넘고 “낙석!”을 수없이 외치며 도착한 곳에는 산양의 휴식처가 있었다.

바위가 지붕이 되어 비를 막아주고 경치가 한 눈에 보이는 곳. 말로만 듣던 곳을 직접 와서 보니 어디선가 산양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았다. 우린 설레는 마음으로 설치되 있던 무인카메라를 확인했다. 다람쥐부터 삵, 새끼산양, 어미산양까지 두루 찍힌 것을 보고 입가에 웃음이 번졌지만 우리의 환호성을 자아낸 것은 영상에 찍힌 날짜였다. 불과 3일 전에 찍힌 영상이었다는 것.

 산양을 실제로 보지도 못하고 하산하는 길에 벌에 쏘이고 가시가 가득한 관목수풀을 헤치며 고생했어도 우리가 내일 또 다시 숲으로 나설 수 있는 것은 그곳에 그들이 아직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 숲 어딘가에서 풀을 뜯고 새로운 똥자리를 만들고 있을 산양. 이 산에서 오래토록 살아주렴!

 

 글쓴이 : 김예지(야생동물탐사단 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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