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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야탐단_야생동물탐사단 7기 마지막 날

4시간 반을 꼬박 달려 울진에 도착해도 설레는 맘 때문에 피곤함도 몰랐던 때가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야생동물 탐사단(이하 ‘야탐단’) 마지막 날이 되었다. 새삼스레 시간의 빠름을 실감하게 된다. 8박 9일이라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야탐단 대원 7명에게는 길고도 무거운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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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 천연기념물 제217호. 이 동물에 대한 각기 다른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7명이 울진 두천리에 모였다. 나이도 직업도 다른 청년들이 모여 어색할 법도 했지만 ‘야생동물 보호’라는 공통된 관심사 덕분에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거칠고 험한 산행과 조별로 이루어진 산양 똥 조사, 무인카메라 모니터링을 하면서 우리는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함께 나아갔다.

산양의 족적을 찾아 산을 오르내리면서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인간이 마음대로 사용하는 이 산이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여러 야생동물들과 함께 나누며 사는 공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산 곳곳에 있는 산양의 배설물과 무인센서카메라에 담긴 새끼를 데리고 산길을 지나가는 멧돼지, 나무 놀이터에서 친구와 신나게 노는 담비 등. 이 산에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삶을 이루고 산다는 증거가 너무 많았다. 단지, 인간이 이를 자세히 모르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을 뿐이었다.

산의 한 곳에서는 광산 재개발이 준비 중이었고 수풀 사이에는 교묘하게 올무가 놓여 있었다. 인간은 이 산이 품고 있는 ‘공존’의 가치를 저버린 채 경제적 이익만 바라보고 있었다. 개발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산을 바라볼 때 한 번만이라도 그곳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우리와 함께 존재하는 야생동물들을 떠올려 달라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집터를 빼앗기고 가족을 잃는 슬픔은 그들에게도 인간만큼이나 큰 고통이다. 그러니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생각해달라는 것이다.

동물이라 하면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내가 그와 같았다. 야생동물은 그저 신기한 존재이고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모호하게 여겼다. 야탐단 활동을 할수록 이런 내가 부끄러워 참을 수 없었다. 나와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는 건 나의 집에 있는 반려동물뿐만이 아니라 야생에서 목숨을 위협 받고 있는 동물들도 있다는 것을 가슴 깊게 깨달았다. 무인센서카메라를 지긋이 바라보던 그 산양이 내게 말하는 것 같았다. “제발 우리를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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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탐단 활동은 나를 포함해 7명의 대원들의 ‘야생동물’에 대한 이해와 보호활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깨우쳐 준 너무나 값지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활동은 끝났지만 야탐단의 자부심을 가지고 야생동물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적극적인 보호활동에 참여할 것이다. 돌아오던 차 안에서 바라본 울진의 푸르른 산 어딘가에서 산양이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부디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그곳에서 산양들이 잘 지내고 있기를 조심히 바란다.

 

글쓴이 : 이미희(야생동물탐사단 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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