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나들이 후기] 옛날구경과 나들이를 같이 했던 날

 

폭염이 사라진 뒤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분다. 요 며칠 날씨가 맑고 하늘이 좋아서 토요일이 코 앞으로 다가오자 바깥 바람 생각이 났다. 마음이 동한 김에 가볍게 걷기 좋을 것 같은 성곽나들이를 서둘러 신청했다.

집합장소는 독립문 역이었다. 장소에 도착하자 활동가분들이 반갑게 맞아 주신다. 역시나 소소하게 잘 챙겨주는 녹색연합이다. 간식을 미처 준비 못했는데 양갱과 음료수를 쥐어 주신다. 마음이 든든해진다. 어? 그런데 명찰도 주시네. 자연물 중에서 골라 이름을 적으면 된다고 하신다. 아무쪼록 선선한 날씨를 바라면서 나는 오늘 하루 ‘펭귄’이 되기로 했다.

함께 갈 인원이 모두 모인 후 우리는 인왕산 입구를 향해 출발했다. 경사가 있는 언덕길을 지나고 평지에 모여 서서 오늘 코스에 대해 녹색연합 활동가님이 해주는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스트레칭으로 가볍게 몸을 푼 뒤 산행을 시작했다.

인왕산_성곽나들이2

날씨는 좋은데 쨍쨍한 햇빛이 얼굴에 내려앉는다. 5 분쯤 걸었을까? 양쪽으로 아름다운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길이 나왔다. 기분이 좋다. 야외에 나와서 좋은 건 이런 거다.

성곽을 따라 걷고 있는데 종종 경찰이 서있는 것이 보인다. 다른 산에서는 보지 못한 광경이어서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근처에 청와대가 있었던 것. 옛날에도 누가 어떤 복장을 하고 이곳을 지켰을까? 궁금해진다.

서울 성곽은 조선의 도읍지 한양을 에워싸고 있던 도성으로 백악산을 주산으로 하여 남산, 낙산, 인왕산을 잇고 있다. 조선 태조 때, 서울 성곽 자리를 이곳으로 결정하고, 팔도에서 사람을 동원해서 성곽축조를 시작했다고 한다. 성벽을 보면 모양이 다른데, 태조, 세종, 숙종의 세 시기에 따라 돌을 쌓아 올린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태조 때는 자연석을 거칠게 가공하여 쌓았고 세종 때는 직사각형으로 된 돌을 쌓았으며 사이사이에 잔돌을 섞어 쌓았다. 숙종 때는 한 변이 45센티미터 정도되는 정사각형에 가까운 돌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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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밑에서 아스팔트만 밟고 사는 나는 적어도 산에 오면 포근한 흙을 밟고 싶은 기대가 있다. 하지만 서울 어디에도 그런 산은 없어 보인다. 인왕산길 역시 아스팔트 같다는 생각을 혼자 하고 있는데, 활동가님이 해주는 설명을 들으니 또 한 번 안타깝다. 인왕산은 소나무가 많기로 유명한 산인데 소나무가 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산을 이용하는 것이 원인일 수 있다고. 이렇게나 나무 그늘이 없는 이유가 있었구나. 나까지 등산을 즐기게 되면 산이 어떻게 되겠어, 라는 생각을 나는 또 한다. 앞으로도 산에 매료되지 않으려고 일부러 애써야 할까?

나는 학교 다닐 때부터 “옛날에는 말이야” 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듣기 싫어했다. ‘그래서 뭐가 어쨌는데요?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잖아요.’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적으면서 돌아보니 사실 나는 ‘옛날’이나 ‘현재’ 양쪽 모두에 관심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부터 조금씩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귀를 열기 시작했는데, 내 얕은 역사적 지식이 현재를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예상치 못한 경험에 여러 번 부딪치게 되었다. 그 싫어하던 ‘옛날에는 말이야’ 같은 이야기를 자세히 다룬 소설에 빠져들고 있는 요즘, 성곽걷기는 나들이와 옛날 구경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꽤 괜찮은 행사였다.

3시간 정도 적당히 힘들고 적당히 땀 흘리고, 적당히 바람 쏘일 수 있었던 가벼움이 마음에 들었다. 조금만 집밖으로 나와도 이렇게 휴식이 되는 공간들이 서울에는 곳곳에 있다. 이번 가을, 자주 자연으로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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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영 회원

정리. 수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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