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파리에서 마라케시로, 새로운 여정의 출발점

–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파리협정(COP21)이 오늘 11월 4일 공식 발효.
– 한국의 경우 폭염, 가뭄, 태풍 등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늘어가지만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적응 정책은 지지부진.
– 각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합산해 분석해 보면, 지구의 온도는 2℃를 훨씬 초과해 3℃ 내외에 이를 것.
– 2018년 이후 5년마다 전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e) 통해 온실가스 감축추진 현황 평가 및 협의.

 

 막장 드라마 같은 현실이 계속되는 대한민국에서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전 세계 국가들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대비 2℃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약속했다, 더 나아가 온도 상승 폭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그로부터 1년이 채 되지 않은 11월 4일, 파리협정이 공식 발효되고, 제22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2)가 오는 7일부터 2주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진행된다.

 기후변화협약, 파리협정, 지구온도 2℃ 혹은 1.5℃ 같은 말들은 매년 이맘때 쯤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먼 훗날, 먼 나라 소식쯤으로 여겨진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기에는 현재가 너무도 참혹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그 미래가 이미 현실임에도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올해 여름,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부각되고, 공공의 적으로 몰리게 된 원인도 결국은 기후변화인데, 기후변화와 전기요금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폭염, 가뭄, 태풍 등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들은 늘어만 가는데,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적응 정책은 지지부진하다.

 각 국가가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합산해 분석해 보면, 지구의 온도는 2℃를 훨씬 초과해 3℃ 내외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2014년 전 지구 이산화탄소 연평균 농도가 400ppm대에 들어섰다고 발표했다. 1958년 이산화탄소 농도를 관측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400ppm라는 수치는 2℃ 상승 억제를 위협하는 수준을 의미한다.

 한국이 UN에 제출한 NDC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이다. 이 중25.7%는 국내 수단을 통해 11.3%는 해외 탄소 시장을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기후정책 평가·분석 기구인 기후행동추적(CAT)은 한국의 기후변화대응 평가 등급을 ‘불충분’으로 평가하면서 대부분의 나라가 한국처럼 행동할 경우 지구 기온 상승폭은 섭씨 3~4도를 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을 포함한 각 국가들의 NDC가 파리협정에서 결정한 국제적인 약속을 지킬 수도 없거니와 이미 목표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이쯤 때면 기후변화협약이 다 무슨 소용인지 회의가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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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https://www.climateinteractive.org/programs/scoreboard/

하지만 그나마 희망의 여지는 남아 있다. 각 국가들은 2020년부터 자발적으로 설정한 NDC를 제출하고 이행해나가되 그 후 매 5년씩 상향 수정 가능성을 평가해 그 결과를 반영한 목표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

 또한 2018년 이후 5년마다 전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e)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추진 현황을 평가 및 협의하기로 했다.

 이러한 평가 및 협의 과정을 통해 전 지구적 온도 상승 억제 목표에 부합할 때까지 각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조정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파리협정은 이제 겨우 출발점에 선 상황이다. 파리협정의 채택과 발효는 파리협정의 이행에 비해서는 오히려 쉬운 단계였다. 이제는 NDC의 범위와 내용, 투명성 체계, 시장 메커니즘, 전지구적 이행점검, 재원, REDD+ 등에 대한 세부 협상이 진행되어야 한다.

 파리에서 출발해 마라케시에 도착하려는 지금이 바로 새로운 여정의 출발점이다.

 

글 권승문 녹색연합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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