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노래를 다시 하게끔 하는 일, 함께 해요” – 정은혜회원이 만난 녹색연합

유학시절 번역알바 를 할 때 일이다. 외교부에서 하는 프로젝트 번역을 하게 되었는데, 내가 번역할 글 중에는 4대강 사업을 대한민국의 녹색발전의 예로 소개하는 글이 있었다. 고민을 하다가, 그 일을 못하겠다고 전체메일을 보내버렸다. 일개의 번역알바가 쓴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쓰여 있었다. “저는 녹색연합 회원으로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합니다.” 번역알바야 얼마든지 있고, 그들에게 이것은 귀찮은 작은 일 하나였겠지만, 나는 “녹색연합 회원으로서” 라고 말할 수 있어서 무척 자랑스러웠다. 그것은 나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생태적으로 살고 싶고, 그렇게 살겠노라 결심을 자주 하지만, 녹색의 입장에서 행동하지 않을 때가 아주 많이 있다. 주로 귀찮아서 또는 불편해서이다. 이렇게 삐긋거리면서도, 큰 맥락에서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바탕으로 살고자 하는 결심을 잊지 않게 하는 것이 녹색연합 후원이다. 나는 녹색연합을 위해서 후원한다기보다, 이러한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후원을 한다. 또한 후원을 통해서 내가 혼자가 아님을 알고자 후원을 한다. 나처럼, 자연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사는 많은 회원들과 연결되고, 우리가 못하는 직접적인 행동을 해주는 활동가들과 연결되고자 후원을 한다.

내가 내는 작은 후원금이 활동가들의 월급이 되고, 그들의 벌금이 되고, 그들이 움직이는 발과 귀가 되는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거대한 자본의 세력 앞에서 풀벌레의 소리를 내는 것 같이 그들의 노력이 연약할 때도 있고, 그들의 노력이 결실로 빨리 안 나타나는 것이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들이 고맙다. 이러한 연결이 있어, 녹색희망을 품는 연결된 점으로 존재할 수 있어서 참 고맙다. 자연을 생각하면 미안함이 가득이다.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을 담아 녹색연합을 후원하고, 이 후원으로 인해, 나는 포기하지 않고 자연의 편에 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하나로 서있다. 이 길이 아무리 작고, 우리의 목소리가 아무리 작더라도, 녹색의 입장에서 서서 사는 길이 있음을 잊어버리고 싶지 않다.

최근에 나는 녹색연합 활동가들을 포함한 몇 명의 사람들과 함께 제주도의 동백동산 습지와 순천만 습지의 밤의 소리를 듣고, 생명들의 소리와 조율을 시도하는 생태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소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스펙트로그램 어플을 사용하여, 풀벌레와 개구리와 새들이 각각의 주파수를 유지하고, 서로의 소리에 조율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았다. 그러다가 사람이 큰 소리로 말을 하거나, 비행기가 날거나 하면, 그들이 소리를 멈췄다. 그러다가 우리가 소리를 낮추고, 띄엄띄엄 소리와 쉼표를 반복하며 리듬감 있게 “풀벌레처럼” 말을 하니 그들이 다시 노래를 불렀다.

우리의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숨을 죽이고 있는 수많은 생명들에게 무척 미안했다. 우리가 그들의 소리의 주파수에 맞추어 이야기를 하니, 그들도 함께 소리를 낼 수 있는데, 그들의 주파수 영역을 장악하고는 그들이 없다고 생각했다.

녹색연합이 하는 일은 생명의 작은 소리들을 들어주고, 멈춘 노래를 다시 하게끔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너무 시끄럽다. 큰 소리밖에 안 들린다고 해서 큰 소리를 내는 존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외된 작은 소리들을 듣는 녹색연합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내가 녹색연합 회원이어서, 나 혼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 글과 사진 :정은혜회원

정은혜회원은 제주 선흘에 살며 자연의 품에서 위로받고 치유를 경험하게 하는 생태미술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다. 미술 치료사로 살아가기 시작하면서 만난 정신병동의 환자들, 쉼터의 청소년들과 소통해 가는 이야기를 담아낸《행복하기를 두려워 말아요》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가리왕산 500년 원시림을 지켜내기 위해서 제주에서 정선까지 달려오고, 설악산 케이블카를 반대한다는 1인시위에 참여하는 열혈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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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동산 밤의 소리. 제일 위에서부터, 새, 풀벌레, 개구리가 각각의 고유한 주파수를 가지고 서로의 소리에 조율하며 노래하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 spectral view 어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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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가을의 새벽. 주위는 흑두루미, 짱뚱어, 도둑게 소리로 가득하다. (사진: 황일수)

* 프로젝트 웹사이트: www.gotjawal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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