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건설과 사회적 공론화

2017.07.07 | 탈핵

지난 6월27일, 정부는 신고리 5·6호기를 공론조사 방식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공론화위원회가 공론화 과정을 설계, 관리하고, 최종 의사결정은 시민배심원단이 맡는 방식이다. 핵발전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에너지전환 정책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정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전문가가 배제된 채, 비전문가인 시민들이 최종 결정을 하는 것은 문제라며, “전문가 참여와 합리적인 방식의 공론화”를 요구한다.

첫째, 합리적인 방식의 공론화. 민주사회에서 사회적 의제의 논의와 결정 과정에 시민대표들이 주체로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고 합리적이다. 나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의 최종결정권은 소수의 전문가가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에게 있다. 핵발전 논의의 핵심 요소인 ‘안전’은 돈으로 환산하여 다른 경제적 요소들과 단순 비교할 수 없는, 가치의 문제다. 신고리 5·6호기는 전문가들이 풀어야 할 복잡한 계산식이 아니라, 시민들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숙의, 선택할 문제라는 뜻이다.

둘째, 전문가 참여. 전문가들은 공론화 과정에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논의와 결정을 제대로 하도록 돕는 막중한 역할로 공론화에 참여한다. 공론화위원회는 이번 논의가 ‘사회적’ 공론화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공론화의 전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고, 시민배심원단의 논의 과정을 TV 생중계 등으로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핵발전에 관한 기본적인 물음에 충실히 답하도록 하고, 사실관계를 다툴 땐, 이견들을 가감 없이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전문가 참여와 합리적인 방식의 공론화”를 통해 시민배심원단이 최종 결정을 하여, 그 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와 핵산업계의 일방적인 홍보로 핵발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만연해 있고, 핵발전 정책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논의되고 결정되었다. 한동안은 깨끗하고 안전하고 경제적이라는 ‘원자력 신화’가 우리를 지배했다. 후쿠시마 사고로 안전 신화가 깨지자, 안정적 전력수급과 값싼 전기요금을 위해선 핵발전 외에 대안이 없다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해왔다.

전문가들에게 묻는다. 한국에서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같은 핵발전소 사고의 발생 가능성은 ‘제로’인가? 그렇지 않다면, 사고가 났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원상회복은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언제쯤인가? 고리의 경우, 핵발전소 반경 30㎞ 내의 지역주민 382만명의 대피 방안이 있는가? 제한된 시간 내에, 그 많은 사람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는가? 핵발전소 내 임시저장소는 곧 포화상태가 되는데,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은 무엇인가? 10만년 동안 완벽한 분리와 차폐를 요구하는 영구처분장 건설이 가능한가? 언제 가능한가?

에너지전환을 하면 전력의 안정적 수급이 어렵다는데, 전력수요 예측과 전력수요 관리는 합리적으로 해왔는가? 전기요금은 얼마나 인상되나? 안전 확보의 비용으로도 수용할 수 없는, ‘폭탄’ 수준인가? 핵발전 단가가 가장 싸다는데, 발전원별 단가 책정은 합리적인가? 발전소 설계에서 건설·운영·폐기 비용을 모두 고려하면, 사고의 사회적 비용까지 반영하면, 핵발전 단가는 어떻게 되는가?

시대는 변했다. 위험을 무릅쓴 값싼 에너지보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바람이 커졌다. 문 대통령의 탈핵·에너지전환 공약은 이런 시대의 요구에 대한 응답이었고, 대선에서 국민의 승인을 받았다. “어떤 것이 생명 공동체의 온전함, 안정성, 아름다움의 보존에 이바지한다면 그것은 옳다. 그렇지 않다면 그르다”(알도 레오폴드). 핵발전으로 생겨나는 방사성물질들은 “생명 공동체의 온전함, 안정성, 아름다움”을 파괴한다. 생명 공동체에 맞는 에너지는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해와 바람, 바로 거기에 있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 7월 6일자 경향신문 ‘녹색세상’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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