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탐사단 8기 첫 번째 이야기 “울진의 현진”

40일간의 야생동물탐사단.
뭐 얼마나 비정한 마음으로 지원한 건 아니었다. 세상에 멸종위기인 생물은 수두룩하고,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하지만 뭘 할지 모르겠다고 가만히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인간 문명의 확대와 수많은 종의 멸종이 격한 상관을 보이는 이 시점에, 인간 종으로 태어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내가 이 프로젝트를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자연에, 공존에 관심을 갖고 안 갖고는 본인의 선택이지만, 가지지 않는자가 비난으로부터 닫혀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산양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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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 흔적 조사

조사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산양 조사 나가는 것보다 이 글 하나 쓰는 게 더 힘들다고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이겠지.
노트북 앞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입에 박하사탕을 물고 조사의 현장을 떠올려 보자면,..

처음에는 몸 사방군데서 맥박이 뛰고 습식 사우나에 있는 것처럼 얼굴에 열이 오르고 땀이 나서 그 순간에는 정말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 그렇게 힘들다가도 잠깐 쉬며 바람에 땀을 말리고 나면, 숲의 향기에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 엉덩이를 질펀하게 때리고 정성껏 치료해 준 뒤 다시 때리고를 반복한다는 고문을 연상케했다. 역시 자연은 마냥 친절하지만은 않은가 보다.

산양이나 다른 동물의 흔적이 발견되면 그 자리에 서서 사진을 찍고, 야장을 적고 크기를 재는 등의 일을 한다. 내리 오르막길을 걸을 때는 산양 똥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잠깐 멈춰서 산양 똥을 감상할 시간이 생기는 것이니까. 땀을 뻘뻘 흘리면서 산양아, 어디 똥 싸놨니? 애타게 찾는다.

산길을 걸을 때면 이곳에 정말 그렇게 큰 포유류가 사는지, 대체 어디 있기에 이리 조용한지, 의문이 들다가도, 산양이나 오소리의 배설물을 보면 아, 정말 이곳에 있나보구나! 한다. 무인카메라로 보는 산양은 정말 사랑스럽던데, 언제쯤 그 모습을 눈앞에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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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카메라 설치 모습

상황이 견딜만해진 건지, 고통에 무뎌진건지는 모르겠지만 처음보다는 일주일을 막 넘기고 있는 오늘에는 꽤나 괜찮다. 아닐 수도 있다. 가만히 앉아서 키보드만 두드리는 주제에 괜찮은 척하고 있을 수도 있고, 모르겠다. 내일 또 오르막길에 서면 ‘괜찮긴 뭐가 괜찮아, 개뿔’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그래도 오늘은 오늘을 즐겨야지! 내일은 내일의 산양 똥이 있으니까.

 

글 : 야생동물탐사단 8기 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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