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지리산 재방사 반달가슴곰, 다시 수도산으로

2017.07.25 |

지리산 재방사 반달가슴곰, 다시 수도산으로
– 지리산국립공원은 동물원이 아니다. 방사를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 하라 –

지난 6월 14일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포획되어 7월 6일 지리산으로 재방사한 반달가슴곰이 다시 수도산으로 이동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곰은 백두대간 줄기인 덕유산 국립공원을 거치지 않고 백두대간 줄기에서 벗어난 거창 쪽을 지나 약 90km를 이동해 수도산으로 다시 들어갔다. 당초 수도산에서 발견된 곰이 ‘지리산에서 방사한 곰’이라고 확인되었을 때 환경부는 ‘생태축 복원 사업이 효과를 거두었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 백두대간 줄기에서 벗어난 지리산 곰이 두 번이나 김천 수도산으로 이동한 것은 지금까지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이 과학적 기반 위에 진행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들이 수차례 지리산국립공원 관리 권역을 이탈해왔음에도 환경부는 지금까지 어떠한 대책도 수립하지 않고 포획 후 공원권역 안 재방사라는 기계적인 방식만 반복해 왔다. 수도산으로 이동한 반달가슴곰도 다시 포획하기로 결정했다. 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을 방사한 지 15년이 되어가는 데도 자연스럽게 서식지를 옮기는 개체를 위한 대책은 전무하다. 이것이 우리나라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의 현 주소다.

녹색연합을 비롯한 야생동물보호단체와 전문가들은 지리산 권역의 서식지가 파편화되어 대형 포유류가 살아가기 적절하지 않으며 방사 이전에 서식지 복원과 안정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환경부는 오직 최소 존속개체 수 50마리라는 목표만 바라보고 사업을 추진해 왔다. 개체수가 늘었다고 성공한 것이 아니다. 야생 적응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양봉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전기 울타리 각인, 사람 기피 훈련 등을 받았음에도 지난 12년간 지리산 반달곰이 양봉, 민가 시설물 훼손, 등산객 피해 등을 입힌 사례는 총 390건이다.

다른 곳보다 탐방객이 많고 탐방로와 포장도로로 사방이 단절된 지리산을 절대 면적으로만 평가해 사업을 무리하게 지속해온 정부의 잘못이다. 또한 수도산 반달곰의 이동경로를 통해 그간 정부에서 추진한 생태축 복원 사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백두대간 주능선에 등산객이 많이 다녀 동물들이 회피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생태축 복원 사업이 ‘백두대간 마루금 등산로 잇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반달가슴곰이 증명하였다.

환경부가 수도산 반달곰을 다시 데려오겠다는 것은 한 마디로, 회수해서 ‘관리권역’ 안으로 재방사 하는 것 말고는 어떤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개체수 증식에만 급급했을 뿐 이런 상황을 전혀 준비하지 않았던 탓이다. 야생동물이 적합한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일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며 이는 반달가슴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환경부는 지리산국립공원을 반달가슴곰 동물원으로 만들려는가? 종복원 사업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2015년 7월 25일

녹 색 연 합

문의: 배제선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010-7111-2552)

임태영(녹색연합 자연생태팀, 010-4917-9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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