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탐사단 8기 두 번째 이야기

야생동물과 나

동물은 내가 어릴 적부터 희노애락을 함께한 존재였다. 동물은 나에게 자연스럽게 빠질 수 없는 관심사이자 이야기였다. 야생동물을 전공하고자 하는 내게 야생동물 탐사단의 모집공고는 설렘으로 다가왔고 간절히 합격을 바랐다.

야생동물을 하겠다고 야생동물의 분야로 뛰어든 이유는 단순하다. 인간으로 인한 다양한 동물들의 서식지 파괴, 그리고 멸종‥
동물에게 붙여지는 “멸종”이란 수식어는 언제부터인가 나를 애타게 만들었고, 슬픔으로 다가왔다. 그 슬픔이 역동적인 야생동물이 되어 나에게 뿌리내렸고, 이제 막 싹을 틔었다.

그렇게, 야생동물 탐사단의 40일 간의 산양조사가 시작되었다.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오지의 야생?”이라는 신비하고 아리송한 느낌과 “어떤 야생동물의 삶과 마주칠까?”라는 무지막지한 기대감이 나를 휘감았고 산에 오르는 순간을 기다리게 만들어줬다.

 산양1

복잡한 숲에 가려진 야탐단원의 뒷모습

 새벽같이 일어나 산에 오를 준비를 하고 도착한 울진의 어느 숲의 입구.
“길은 어디인가?”라고 잠시 생각했지만, 아차! 등산로가 아닌 풀숲이 길이다.
각오를 다지며 새로 장만한 신발은 풀과 돌, 나뭇잎과 부대끼며 야생의 거친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다.

 산양2

흔히 바위지대를 끼고 발견되는 산양의 배설물

숲의 초입에서 TV로만 보던 멧돼지가 진흙목욕을 한 흔적이 나타났고 이어 삵의 배설물도 관찰되었다. 나는 들뜬 마음으로 산행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또 얼마나 걸었을까. 드디어 만나고자 했던, 흔히 산양의 똥자리라고 부르는 산양의 배설장소에 설 수 있었다. 배설물을 볼 때마다 괜스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야생동물의 모든 것을 기록하는 ‘야장’에는 좌표, 시간, 배설물자리의 크기, 배설물의 색깔, 모양, 크기, 수량들을 적고 그 주변의 식생 등을 관찰하여 빠짐없이 기록했다.

 

산양3

산양이 좋아하는 앞이 탁 트인 바위지대

산양 녀석, 정말 바위를 좋아하나보다. 바위지대를 따라 셀 수 없는 양의 똥이 즐비하였고 배설물이 많이 보일수록 마음엔 웃음이 번졌다. 지나간지 얼마 안 된 산양의 똥은 우리를 설레게 했고 애태웠다. 그런 산양이 언제쯤 홀연히 모습을 드러낼까 들떠만 갔다.

 산양4

당당한 듯 서있는 부끄러운 송전탑

산양을 조사하겠다고 산을 오르길 이틀 째, 흔적을 찾아 산을 누비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바위지대 능선 위로 여유를 부리며 지나친다. 고개를 돌렸을 때 아름다운 경치가 보이긴 커녕, 수많은 송전탑이 자신을 과시하는 듯 서 있다. 그렇게 자연은 인간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있었고, 문득 나의 한숨이 그대들의 삶은 안녕한지 물었다.

 산양5

바위지대를 넘다 만난 다람쥐, 자연은 공존하고 있다

 7월 28일, 오늘로서 산양조사 12일 째. 며칠 산에 올랐다고 몸이 벌써 적응했는지, 안 넘어가던 오지에서의 점심밥이 술술 넘어간다. 잠깐의 달콤한 휴식을 뒤로하고 다시 능선을 따라 흔적을 찾아 가파른 바위지대를 넘고, 나무를 헤치며 비탈길을 아슬아슬하게 건넌다. 산양은 그래야만 우리에게 흔적을 내어주었다. “그렇게 깊숙한 곳에 자신을 꽁꽁 숨겨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지켜주고 싶은 욕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간절히 보고 싶기도 하지만 어쩌면,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나는 더 고맙다.

 글/사진 : 야생동물탐사단 8기 정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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