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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당 연산호, 무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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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다 연산호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한여름 볕이다, 살갗을 그을리는 계절이라지만, 제주의 바다는 아직 ‘여름바다’라고 하기 어렵다.
태풍이 제주 강정마을 옆으로 올라오고 나서야, 뭍보다 한발 늦게 비로소 여름이다. 태평양에서 시작된 태풍이 한반도 남부로 북상하면서 아열대의 바닷물을 끌고 제주로 온다. 태풍이 지나가고 연산호 조사를 위해 바닷속에 들어가면 이전과 확연히 다르게 물도 맑아 시야가 좋다. 태풍이후가 제주에서 다이빙을 하기 가장 좋은 때라고들 한다.

제주 바다가 계절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바닷속 풍경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기록하는 것은 녹색연합의 오랜 사업 중 하나다. 지금이야 제주 해군기지가 완공되어 해군의 선박뿐 아니라 미국의 전투선도 입항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녹색연합이 모니터링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대상지역으로 결정되기도 전이었다. 그 십년 전 그 바다에서 모니터링을 했던 활동가들은 해군기지가 있는 자리에서 연산호의 서식을 확인 했다고 했다. 바로 그 앞바다에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된 범섬 일대까지 올해로 십 년째, 녹색연합은 연산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형형색색의 산호들이 조류를 따라 부드럽게 흔들린다. 도감에서 보던 긴 수염과 줄무늬를 가진 물고기도 그 사이를 유영한다. 고기를 잠깐 돌려 수면 쪽을 바라보면 은색 비늘을 반짝이며 무리지어 헤엄치는 치어 떼도 보인다. 인어공주를 보며 상상했던 풍경, 다큐멘터리를 보며 예쁘다 하던 그런 바다는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섬에서나 볼 수 있겠지 했다. 그런데 그 풍경이 바로 서귀포 앞바다에서 펼쳐진다.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제주 서귀포 남단의 바다에서 산호 군락이 넓게 펼쳐져 있다는 것 말이다. 제주 연산호 서식지는 단일 면적으로 세계적 규모이고 개체수와 종 다양성은 말할 것도 없다. 바로 이곳에 천연기념물442호, 국제적 멸종 위기종 자색수지맨드라미(Dendronephthya putteri),둔한진총산호(Euplexauracrassa), 해송(Myriopathes japonica), 금빛나팔돌산호(Tubastrea coccinea)가 살고 있다. 사람들은 이곳을 ‘산호정원(Coral Garden)’ 이라고 부른다.

산호정원을 거니는 수많은 종의 물고기 바다생물 연산호가 어우러져 만드는 풍경은 가히 환상적이다.
이 아름다움은 눈에 보기 좋은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온갖 바다 생물의 보금자리인, 바닷속 생태계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바다생물의 4분의 1이 산호초 주변에서 번식하고 먹이 활동을 한다. 사람이 먹는 물고기의 20~25퍼센트 정도가 산호초 부근에서 잡힌다고 한다. 산호초 군락은 사람의 삶도 지킨다. 성난 바다의 해일을 바닷속에서 먼저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도 하고 있다.
위협속의 산호 정원
매년 미기록종 산호가 보고되고 있다고 하니 여전히 서귀포 남단의 연산호 군락지는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다. 2004년 문화재청이 제주연안 연산호 군락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당시만 해도 “한국산 산호충류 132종 중 92종이 제주연안 해역에 서식한다”고 했는데, 그 이후 꾸준히 미기록종이 확인되어 현재는 약 150종의 산호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가치 때문에 제주 범섬 문섬 등 서귀포 해역과 송악산 해역일대는 2004년 문화재청에 의해 천연기념물 442호로 지정됐다. 범섬, 문섬, 섶섬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일대는 제주도 절대보전연안, 환경부 자연공원 등 총 7개의 보호구역으로 보호받는 곳이기도 하다. 바닷속에 살고 있는 다수의 산호들은 환경부와 문화재청, CITES(국제적 멸종 위기종의 국가 간 거래에 관한 협약)에 의해 국내외 보호종으로 지정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연구는 물론 보존의 가치가 매우 높지만 이를 위한 충분한 예산과 인력이 투여되고 있지는 않다. 제주 해안가 난개발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고 관광이나 낚시행위도 사실상 모든 곳에서 제한 없이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보호구역의 명성에 맞는 보전관리다. 보호구역이 보호구역으로서 힘을 갖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적절한 보전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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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나팔돌산호 CITES 지정 보호종_공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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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나팔돌산호 CITES 지정 보호종_공사후>

7개 보호구역지정, 천혜의 자연환경, 세계 최대 연산호 군락지라는 명성과 어울리지 않게 이 곳에는 해군기지가 건설되었다. 해군기지 대상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온갖 보호구역은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공사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이나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에 해군기지를 내주면서 조건으로 걸었던 내용도 제대로 수행 된 것이 없다. 해군기지 앞에서 보호구역이니 연산호니 하는 모든 것들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해군에게도 행정에게도 말이다.
그러는 동안 바닷속의 연산호는 급격한 변화를 맞았다. 서귀포 해역의 대표적인 연산호 서식지인 강정등대와 서건도 사이에 2킬로미터가 넘는 방파제를 만들면서 수만톤의 철근 콘크리트인 케이슨이 투하되었다. 매립이 진행되고 온갖 부유물이 밀려들어갔을 뿐 아니라 바다속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바다에 들어갈 때마다 연산호들이 예전 같지 않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해군기지에서 밀려온 온갖 부유물질들이 산호 위에 덮여져 있었다.
녹색연합이 해군과 문화재청에 대책을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연산호 감소는 태풍 탓’ 정도였을 뿐이다. 그러다 올해 초, 녹색연합이 지난 2015년 10월 해군이 발간한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주변 천연보호구역 연산호 생태 사후조사’ 보고서를 입수하면서 조금 달라졌다. 보고서에서는 최초로 해군기지로 인한 연산호 훼손을 인정했다. 해군기지로 인한 연산호 훼손 우려가 제기된 지난 2007년 이후 8년만의 일이다.

re_서건도 2012년 8월 해상공사 본격화 전 산호가 바위를 가득 메웠다 _ 공사전

<서건도 2012년 8월 해상공사 본격화 전 산호가 바위를 가득 메웠다 _ 공사전>

re_서건도 공사후_ 2014년 6월 서건도 지역의 모습 물이 가장 빠른 시간임에도 산호가 수축되어 있다

<서건도  2014년 6월 서건도 지역의 모습 물이 가장 빠른 시간임에도 산호가 수축되어 있다_공사후 >

연산호를 지키는 것은 제주를 지키는 일
육상 48만㎡, 해상 92만㎡ 규모의 해군기지는 지난해 완공되었다. 풍경은 그 사이 아주 많이 바뀌었다. 구럼비 바위가 있던 자리에는 해군의 관사와 시설들이 건설되어 지역주민들과 활동가의 출입을 막고 있다. 강정포구에서 범섬을 바라보면 시야에 걸리는 것이 없었는데, 이제는 배의 길이만 180m에 달하고 배의 규모가 1만톤 규모라고 하는 미군의 대형 전투선박인 줌월트급 스텔스 이지스함 같은 것도 보게 된다.
작은 어선들이 줄지어 있고 때때로 비린내가 물씬 풍겨오던 작은 포구의 풍경은 사진 속에서나 볼 수 있다. 엄청난 크기의 최신 무기를 장착한 미군의 전투선에서는 화약 냄새조차 나지 않는다. 레이저 무기와 미사일을 장착한 선박을 제주에 배치할지를 정부가 논의 한다고도 한다.
대형 전투선이 입출항을 하면서 해군기지의 간접영향권인 산호정원이라 불리는 연산호 군락지의 핵심 지역인 기차바위와 범섬 일대의 모니터링은 더 중요해졌다. 선박의 운행경로가 산호정원 바로 옆이기 때문이다. 선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 프로펠러의 너울로 인한 외상, 예측할 수 없는 기름유출 사고 등 연산호 군락에 대한 위협요인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올해도 녹색연합의 모니터링이 이어진다. 올해는 강정 앞바다에서 서귀포 남단 바다까지 넓히려 한다. 강정해군기지를 비롯한 서귀포 남단의 연산호 위협요인을 확인할 것이다. 연산호를 지키는 일은 제주 바다를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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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녹색희망258호(78월호)에 실렸습니다.

 

 

 

글 배보람 사진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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