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탐사단 8기 “처음 마주한 야생동물의 세계

처음 산양에 관심이 생긴 것은 지난 6월이었다. 6월 24일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토요일에 자연생태팀 배제선 팀장님 덕분에 야생 모니터링 연구 및 활동을 하는 Conservation International 소속의 Eileen Larney 박사님과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Larney 박사님은 22일에 진행된 국립공원 50주년 기념 “국립공원과 생태계서비스 콜로키엄”에서 자연 생태계 보전 및 모니터링 관련한 사례 발표를 위하여 한국을 방문하셨는데, 한국 사육곰에 관심이 있어 사육곰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녹색연합 활동에 대하여 이야기 듣고 싶다고 직접 연락을 주셨다고 한다. 녹색연합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 중 사육곰과 더불어 산양 실태조사에 관한 활동에 대하여 소개해드리고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산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생태를 공부하기 시작한 나는 그동안 오직 나무와 풀에만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인터뷰 준비로 사육곰과 산양에 대한 공부를 급히 하면서 “동물”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산양(Amur goral)은 러시아, 북한, 남한에 주로 서식하며, 남한에는 약 700여 개체가 살고 있다, 특히 울진·삼척 지역은 산양 서식지의 남방 한계선임에도 불구하고 산양 모니터링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야생동물 보호센터가 마련되지 않아 산양 구조가 어려운 실정이다. 녹색연합에서는 국내 천연기념물인 산양 보호를 위하여 연구가 미흡한 울진·삼척 지역을 대상으로 산양 실태조사를 2002년부터 진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인터뷰가 끝난 후 짧은 앞다리를 가진 산양에 애타는 마음이 들어 7월부터 산양 실태조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에 냉큼 며칠 동안만이라도 쫓아다니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지난 8월 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함께 조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야생동물에 무지한 나는 무인카메라를 어디에 어떻게 설치하는지, 흔적조사는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산양 실태조사 야장은 어떻게 작성하는지 궁금한 것이 많았다. 임태영 활동가님, 최승혁 활동가님을 비롯하여 야탐단 8기 선배님들인 상민, 현진이가 차근차근 야생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항상 나무와 풀만 보던 내가 발자국, 똥을 관찰하고 무인카메라를 들여다보았다. 무인카메라 속에 찍힌 산양의 아찔한 뒷태, 장난기 많은 담비 등을 직접 눈으로 보니 신기한 마음이 가득했다.

가곡광산 조사지 전방 전경(산행의 즐거움)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전경

 

그런데 조사 2일차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한 곳에 무인카메라가 모두 사라진 것이 확인되었다. 사람들이 무인카메라를 떼어가지고 갔다 한다. 야생동물 서식지를 침범하는 것도 모자라 보호활동을 위한 노력까지 뭉개버리는 사람들의 이기심에 속이 탄다. 우리는 아직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이번 조사를 가기 전 마음먹었던 것은 내가 해보지 않은 다른 경험을 마음껏 해보고 오자였는데, 산양 똥을 보다가도 그 옆에 있는 나무와 풀에 눈길이 흘깃흘깃 갔다. 아직 한창 배우고 있는 대학원생이여서 울진·삼척 지역의 산에 오르는 경험만으로도 세상 기뻤다. 쭉쭉 뻗은 멋진 소나무와 함께 신갈나무, 쇠물푸레, 철쭉 등의 식생이 주로 분포하고 있었고, 바위지대의 척박한 환경을 대변해주는 굴참나무 군락도 곳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특히 바위지대에서 주로 출현하는 꼬리진달래, 바위채송화 등의 꽃을 보았을 때는 새벽 4시에 일어난 피로가 달래지는 듯하였다.

바위채송화

바위채송화

꼬리진달래

꼬리진달래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산양 실태조사를 다녀온 것이 뿌듯하여 이곳저곳에 자랑하였다. 친구가 “그래서 산양은 보았어?”라고 물었고, 그 질문에 나는 “아니 안 봐도 좋았어.”라고 답을 했다. 조사 다닐 때는 산양이 너무나도 보고 싶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나를 보면 무서워서 화들짝 놀랄텐데,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은 욕심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응가로나마 잘 지내주는 것을 확인하였으니 그걸로 된 거라 생각하기로 하였다.

이번 여름, 야생동물의 세계를 처음 마주하며 든 생각은 ‘나 역시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종들에 대한 관심이 많이 부족하구나.’ 이었다. 산양 조사 야장이 모두 채워지고 나면, 그리고 주기적으로 다시 조사되고 연구된다면 산양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사람들이 낸 도로로 서식지가 파편화되고, 여기저기 나 있는 탐방로 등으로 점차 살 곳을 잃어가는 야생동물들에게 우리는 무작정 잘 살아보라고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란 생각이 들었다.

비록 3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물 안 개구리였던 나에게는 조금이나마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 모든 기회를 제공해주시고 야탐단을 위하여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뒷바라지를 해주시는 배제선 팀장님, 앞장서서 즐겁게 야탐단을 이끌고 안전한 조사를 위하여 노력해주시는 임태영 활동가님, 맨 뒷머리에서 야탐단원들의 안전을 살피고 물부자로 등극하여 아낌없이 물을 나누어주시는 최승혁 활동가님, 자연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시고 야탐단원들에게 꿀맛같은 진수성찬을 사주신 임항 기자님, 그리고 항상 밝은 기운으로 모두를 힘나게 하고 산양보호 동영상의 멋진 주연들인 야탐단 8기 현진과 상민까지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글쓴이 : 야생동탐사단 8기 손님 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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