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바다, 산호와 듀공, 구럼비 바위 이야기

2017.08.11 | 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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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의 정체
형형색색의 산호가 일렁이는 바닷속은 아름답고 신비하다. 바다의 꽃이라고 불리는 산호는 식물, 혹은 광물로 오인되고는 하는데 촉수를 가진 폴립이 군체를 이룬 자포동물이다. 산호초는 산호 군락이 만든 탄산칼슘이 쌓인 지형으로, 물고기와 갑각류 등 해양생물의 산란장이자 은신처이며 지구에서 생물학적으로 가장 풍요롭고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한다.

산호초의 면적은 지구 전체 바다면적의 0.1% 정도에 불과하지만, 해양생물의 25% 이상이 서식처로 삼고 있다. 아름다운 생태경관뿐 아니라 침식과 태풍으로부터 해안을 보호하고, 여러 생물종과 공생하며 광합성을 통해 엄청난 산소를 만들어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산호와 산호초는 난개발, 해양오염, 지구온난화 등으로 큰 위협을 받고 있다.

군사기지로 인한 위협
그 중 동아시아의 산호는 유독 군사기지 건설 문제로 인한 훼손문제가 심각하다. 작년 가을 헤이그 상설 중재재판소(PCA)에서는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중요한 판결을 내렸다.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타이완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 군도 주변 어장은 산호초가 많은 데다 사방의 조류가 뒤섞인 황금어장이다. 중국은 이 곳 암초와 산호초를 집중적으로 매립하여 인공섬으로 조성하여, 함정과 유조선이 정박할 수 있도록 항만시설을 공사하고 군 통신 시설을 배치했다.

필리핀은 이를 제소하였고, 중국은 섬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주장하였다. 상설 중재재판소는 중국이 주장한 지형 모두 섬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중국이 건설한 7개의 인공섬으로 인해 산호초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생태계와 멸종위기에 놓인 어종의 서식지가 위협받은 사실을 언급했다.

남중국해 제주 그리고 오키나와
남중국해의 산호만 위협받는 것은 아니다. 국내엔 제주 해군기지가 건설되면서 해상공사 이후 직접 영향권에 있는 강정등대와 서건도 주변 연산호는 한눈에 알아챌 만큼 개체수가 사라졌다. 인위적인 대형 구조물이 생기면서 조류의 흐름이 정체되고 오염된 탓으로 추정한다. 일본 최남단의 아열대 기후의 섬, 오키나와도 마찬가지이다. 일본 산호의 90% 이상이 서식하고 있는 오키나와 해역에는 멸종위기의 산호들이 많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희귀한 산호 중 하나인 블루코럴(푸른 산호)이 모여 있는 곳이고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해양포유류 듀공이 서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방위성은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오키나와 중북부 오우라만(灣)의 헤노코를 매립하여 새로운 미군기지를 건설하려고 한다. 이에 맞선 주민들과 환경·평화활동가들의 저항이 벌써 4,700일이 넘었다. 태평양 전쟁 막바지에 벌어진 오키나와 전투로 전체 섬 주민의 3분의 1이 숨진 오키나와에서는 군사기지 반대운동이 시민사회의 중요한 핵심 축이다. 전쟁을 경험한 오키나와 사람들은 주일미군기지의 74%가 배치된 오키나와가 군사기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며, 그 상황을 거부하겠다고 주장한다.

무엇을 지켜야하는가
한국, 미국, 대만, 오키나와의 학생·주민·환경활동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안보’의 의미에 대한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각 나라들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어 바다를 매립하고 산을 벌목하고 핵전략무기를 수입하면서 지키려고 하는 안보가 무엇인지 말이다. 대신 삶의 터전이자 아름다운 생명의 바다, 산호와 듀공, 구럼비 바위와 맹그로브 숲이 왜 우리와 함께 계속해서 존재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글 신수연 녹색연합 평화생태팀장 /사진 녹색연합

위 글은 녹색희망 258호(2017년 7-8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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