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으로 보호구역 산사태 가속화

2017.08.21 | 고산침엽수

기상이변으로 보호구역 산사태 가속화

– 백두대간, 국립공원, 생태경관보전지역 등 보호구역의 산사태 피해 증가로 생태계 훼손 및 경관변화 초래

 

녹색연합은 2015년 7월부터 2017년 7월말까지 2년 동안 전국의 보호구역 및 고산지역의 산사태 실태를 조사하였다. 이 결과를 <2017 기후변화 산사태 현장실태 보고서>로 발표한다.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등 백두대간과 국립공원을 비롯하여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 방태산과 점봉산 산림보호구역 등 전국적으로 고산지역의 산사태가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 일대는 채석장보다 큰 산사태가 2개소나 발생했다. 이로 인해 지리산 북사면의 자연경관 자체가 변하고 있다. 설악산, 덕유산, 대암산, 왕피천 등의 산사태 피해지역도 생태계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 및 실태파악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책 마련 시급하다. 개소별 정밀 조사와 전수조사를 통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요구된다.

지리산국립공원에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다.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일대다. 지리산 천왕봉과 제석봉 사이의 바로 아래 북사면 일대다. 지난 2014년 7월에서 8월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훼손 현장을 하늘에서 보면 마치 채석장 같다. 해발 1,700m일대의 아고산대 지역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지리산국립공원 고산지역 생태계가 송두리째 쓸려 내려갔다. 가문비나무, 구상나무, 주목 등을 비롯하여 신갈, 사스레 등의 천연림이 사라졌다.

2017년 8월 현재 지리산 천왕봉을 중심으로 동부권역에 36개의 산사태가 발생하였으며 산사태 발생지역은 여전히 훼손 지역으로 방치돼 있다. 천연갱신은 기대하기 어렵다. 비가 오면 계속해서 토사가 쓸려나가고 있다. 지리산 천왕봉을 중심으로 동쪽으로 중봉-하봉, 서쪽으로 제석봉 등의 북사면이 산사태로 흉물스럽다. 해발 1,900m∼1,500m 일대 지역에서 산사태 현장이 집중적으로 확인된다. 더욱이 2010년 전후부터 산사태 양상은 대형화되기 시작하였다. 북사면 정상부 일대에는 대형 산사태로 훼손이 심각하게 발생한 곳이 모두 8개소나 된다. 이중 채석장 규모를 능가하는 것이 2개소이며, 대형스키슬로프만 한 곳도 6개소나 된다. 산사태는 지리산의 자연 생태계를 위협한다.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지리산 아고산대의 깃대종인 구상나무가 급격히 고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사태까지 가속화되고 있다.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 등 고산 침엽수는 해발 1,200m 전후에서 서식한다, 이들 고산침엽수는 뿌리가 천근성(淺根性) 수종이다. 뿌리가 수직으로 아래로 내리뻗기보다 수평으로 퍼져 기본적으로 산사태에 취약하다. 뿌리가 수직으로 내리뻗어서 집중강우에 강한 활엽수에 비해 침엽수는 강우량이 누적되면 견디는 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림1

특히 구상나무의 고사나 쇠퇴단계에는 비가 오지 않는 초봄이나 늦가을에도 뿌리째 뽑혀서 쓰러지는 경향이 다반사다. 그러므로 이렇게 허약해진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 등의 토양층에 집중강우가 스며들게 되면 산사태의 발생 가능성은 일반적인 수목지역 보다 훨씬 높다. 지리산을 비롯하여 백두대간과 주요 국립공원의 고산지역 산사태 발생지점을 보면 해발 고도와 위치가 구상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서식지와 거의 겹치는 것으로 확인된다. 지리산국립공원, 설악산국립공원, 오대산국립공원, 점봉산(설악산국립공원), 인제 가리봉(설악산국립공원), 덕유산국립공원 등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리산국립공원의 천왕봉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발생하고 있는 산사태에 대하여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의 정점인 지역에서 생태계와 경관에 상당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 면밀하고 정확한 조사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시급하다.

마지막은 자연하천인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의 산사태다. 발생 위치는 경북 울진군 근남면 구산 3리로 속칭 굴구지 일대다. 왕피천 하류의 명소인 용소 아래쪽으로 하천 바로 옆 산림에는 토양과 지반층이 쓸려 내려간 흔적이 선명하다. 짙푸른 수목 속 드러난 토사는 이발기로 잘못 민 머리 같아 한 눈에 보인다. 토사는 적나라하게 드러나 호박만 한 돌들이 누런 흙더미들과 뒤엉켜 있다. 급격한 경사를 따라 산림 전체가 쓸려 내려간 탓이다. 2010년대 전후의 산사태로 추정된다. 산사태로 인한 훼손 규모가 매우 크지만 현장은 여전히 방치돼 있다. 복구가 힘들다는 것이 그 이유다. 왕피천은 환경부가 지정·관리하는 법적 보호구역으로 생태경관보전 지역이다. 우리나라 자연 지역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보호가 이루어져야 하는 곳이다. 전국의 생태경관보전 지역 중 산사태가 발생하여 훼손지가 방치된 곳은 왕피천이 유일하다.

백두대간과 국립공원 등 보호구역의 산사태는 지난 2007년 까지 주로 지리산과 설악산을 중심으로 발생했다. 그런데 2010년 이후부터는 백두대간을 비롯한 보호구역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백두대간 곳곳에 스키장만한 산림 훼손지가 발생하고 있다. 확인된 곳만 10개 지역이 넘는다. 지리산국립공원과 설악산국립공원은 물론이고 오대산국립공원, 점봉산(설악산국립공원), 왕피천생태경관보전지역, 대암산보호국유림지역, 인제가리봉(설악산국립공원), 방태산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덕유산국립공원, 김천대덕산(백두대간보호구역), 함양백운산(지리산국립공원) 까지 모두 포함된다.

한반도 남쪽에는 산림과 자연이 버티기 힘들 정도의 폭우가 도래하고 있다. 특히 백두대간과 국립공원의 고산지역에는 일반지역보다 더 강하고 강력한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산림생태계는 온대 기후대에서 적응해 왔는데 강우 양상은 아열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것이 산사태를 키우고 있다.

정부는 보호구역 산사태의 실태 파악에 나서야 한다. 기후변와화 연관된 재해재난에 대한 인식과 접근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해마다 발생지역에서 산사태가 어떻게 증가하고 변화하는지 정밀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미국, 호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수 십년 전부터 산사태 진행과정 및 발생 원인을 연구하고 있다. 산사태 발생 가능지역에 대한 재해도 작성 및 평가, 실시간 경보시스템 구축, 국가 산사태 재해 저감 전략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발생 개소수와 위치 파악을 하는 데에 그치고 있다.

보호구역 산사태 현황

지금과 같은 속도로 산사태가 확산된다면 자연복원은 불가능하며 생태계의 직접적인 훼손과 변화를 피해갈 수 없다. 기상 이변으로 인한 생태계 피해와 생물다양성의 영향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와 연구를 시작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백두대간과 국립공원의 보전 관리에서 기상이변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야만 한다. 보호구역과 고산지역의 산사태는 한반도 산사태의 경고등이다. 자연의 신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전체 현황 파악과 정확한 원인 규명에 나서야 한다.

2017년 8월 20일

녹색연합

문의 :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010-8478–3607)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