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어린이 자연학교 “시냇물 따라 졸졸졸~” 물고기 친구를 사귀고 왔어요!

2017.08.25 | 행사/교육/공지

2017년 어린이 자연학교를 마친지 벌써 보름이 지났습니다.
오늘 오전 출근길에 학교 가는 아이들을 보니 어린이 자연학교에서 만났던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을까요?

올해 어린이 자연학교 주제는 <시냇물 따라 졸졸졸~>이었습니다.
물 속에 사는 물고기 친구들을 만나면서 생명과 함께 사는 법을 아이들 스스로 생각해보고자 했습니다.
어린이 자연학교 기간동안 만난 다양한 풀과 나무, 곤충 등을 통해 생태감수성을 키우고, 생명을 따뜻하게 품어 안을 수 있는 아이가 되었으면 바랐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이불을 개며 일어나던 그 순간,
지역에서 자란 농산물로 만든 요리를 입에 넣어 오물거리던 그 순간,
손으로 물감을 찍어 물고기 친구를 그려보던 그 순간,
내리는 비를 맞으며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그 순간,
시냇물 속에서 물고기를 만나던 그 순간,
자연물을 주워와 나무배를 만들던 그 순간,
자기전 동화책을 읽어줄때 선생님 주위로 옹기종기 모여있던 그 순간들.

첫 날 점심, 음식물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잘 먹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디서 이런 아이들이 왔어?”라고 놀라시던 마을 주민분의 말이 생각이 납니다.
자연을 닮은 아이들을 만나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어른 친구 물방개 모둠교사의 후기와 사진으로 어린이자연학교를 다시 추억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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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콧잔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무더운 여름 날. 너무나 순진하고 예쁜 아이들과 어린이 자연학교를 다녀왔습니다. 모둠교사로 지원하고부터 출발하는 당일까지도 무척 설레고 기다려졌던 어린이 자연학교가 마치 이등병 군인이 백일휴가를 나온 것처럼 순식간에 끝이 나버렸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마음 한쪽으로 힘겹게 밀어두었던 아이들 모습과 행복한 추억을 새록새록 되새기며 어린이 자연학교 참가 후기를 씁니다.

아이들과의 첫 만남은 좀 어색하고 낯설었습니다. 아이들이 어색하지 않도록 말도 걸어주고 얼른 친해지고 싶었습니다. 평소 초등학생과는 말할 기회가 없었던터라 도통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다른 선생님들을 보니 벌써 아이들과 둘도 없는 친구가 된 듯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저도 어렵게 입을 열어 봤습니다. “아침 밥 먹었니?”라고…

버스가 출발하자 이른 아침부터 멀리까지 오느라 피곤했는지 아이들이 하나 둘씩 곯아떨어졌습니다. 어린이 자연학교 기간 동안 부를 노래를 열심히 알려주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잠든 아이들의 표정은 아무 걱정 없이 맑고 순수해보였습니다. 그런 아이들 표정을 내심 흐뭇하게 바라봤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아주 잠시였습니다. 아이들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엄청난 슈퍼 파워 활동성을 보였습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장난 치고 웃고 떠들고… 아이들은 자유시간만 되면 숙소와 운동장 곳곳을 날아 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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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인 중학교 1학년 때, 녹색연합과 HSBC에서 공동으로 주관하는 ‘미래세대 섬 환경 캠프’라는 제주도 탐방 캠프를 갔습니다. 정말 즐거웠고 많은 추억이 남아 있습니다. 그 캠프를 다녀온 것이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로 꼽힐 정도입니다. 같이 다녀온 형, 누나들과도 10년 째 연락을 이어오며 종종 만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어린이 자연학교가 인생캠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제가 제주도 캠프에서 느꼈던 행복한 추억과 좋은 친구들과의 인연을 아이들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 점심 식사 후 운동장에 나와서 각자의 자연이름과 하고 싶은 것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안녕, 나는 모기에 물리고 싶지 않은 물방개야!”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자꾸만 “안녕, 나는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야”라고 소개하는 것입니다. 인생캠프의 첫 날부터 집을 무척 그리워하는 아이들에게 약간 서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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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물 따라 졸졸졸”이라는 주제에 맞게 시냇물, 물고기를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했습니다. 한지를 이용해 하늘을 나는 물고기를 만들어 보고, 붓이 아니라 손에 물감을 발라 직접 물고기를 그려봤습니다. 물고기가 살고 있는 시냇물을 상상해 그리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제각각이었습니다. 물고기 비늘을 펜으로 그려야 하는데 혹여 망칠까 두려워하며 손을 대지 못하는 아이, 붙인다기보다는 물풀을 왕창 칠해서 온통 풀투성이로 만들고 즐거워하는 아이, 손바닥 도장으로 물고기 모양을 만들지 않고 종이 전체를 문지르는 예술적인 아이 등 각자의 예술 세계를 뽐냈습니다. 특히 상상 속 시냇물 그리기에 미사일과 핵이 등장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대단한 상상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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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자기 자신이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은 잘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예술성과 창의력을 보며 나는 좀 어른이 되었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풀은 적당히 칠해서 붙이는 것이고, 손바닥 물고기는 손바닥 모양이어야 하고, 시냇물에는 물고기가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른입니다. 이제는 시냇물에 미사일을 상상해 그려도 아무도 예쁘게 봐주지 않을 나이가 되었지만 순수한 아이들의 창의성을 칭찬해주고 같이 웃었던 그 시간들이 제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2박 3일은 정말 짧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인생캠프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는데 오히려 저에게 두 번째 인생캠프가 되었습니다. 다른 모둠교사 분들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합니다. 아침이 오면 날이 밝아와 창밖에 새소리가 나를 부르기는커녕 각자 일상의 할 일들을 하다가, 다시 저녁이 되어 누우면 창밖에 별님이 나를 부르는 노래 소리와 함께 아이들 얼굴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행복한 추억에 함께한 아이들과 다른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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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물방개(오윤석)
사진: 오리너구리(김종석)

 

*2017 어린이자연학교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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