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에세이] 삶을 녹색으로 점차 물들여 간다는 것.

고백하건대 저는 아직 녹색을 띠는 사람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여름 숲 나무들의 생명력을 닮은 그 색을 지녀 본 적이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물론 꽤 오랜 시간 동안 녹색의 삶을 살았다고 착각했었습니다만 말입니다. 녹색연합의 존재도 몰랐던 시절, 아니 그린피스의 고래 구하는 활동이 유일한 환경 활동이라고 지레짐작하던 예전, 항상 입으로만 지구가 아프니까를 말버릇처럼 혹은 일련의 핑계처럼 되뇌며 사람들과 대화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고작 실천하는 거라곤 가끔 텀블러를 쓰고, 가끔 생색내듯 친환경 제품군을 사고, 당연한 분리수거에 괜히 뿌듯해 나 자신을 칭찬하던 그런 시절. 생각해보면 항상 생각하고 몸에 습관처럼 배어 있던 것이 아닌 일종의 겉멋처럼, 생각날 때마다 간헐적으로 행동하고 지구에 생색내던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꽤 오랫동안 그렇게 지냈습니다. 에너지 절약만이 환경 보호인 줄 알았고,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공장 굴뚝이나 자동차 등을 보며 아 저러면 지구가 아프지 라고 맘속으로만 읊조리던 그런 행동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참 혼자 아주 기특해했던 거 같습니다. 전기 멀티탭을 끄고 아, 내가 지구를 또 이렇게 살렸구나, 대중교통 이용할 때마다 아 이렇게 또 내가 지구를 도와줬구나. (제가 좀 자기 칭찬에 후한 편입니다) 이런 당치도 않은 생각 하며 살다 2016년 겨울 녹색연합을 알게 되었습니다. 굉장히 우연한 기회에 확실히 생각나지도 않는 경로로 알게 된 녹색연합에 후원을 시작하고 그해 송년의 밤 행사에 참석해 많은 회원분과 활동가분들을 만나고 대화를 하고 걸어 나오는 순간 알았습니다. 아 나란 사람은 여태껏 입만 녹색이었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 후로 꽤 여러 번 녹색연합이 주최하는 회원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용산 미군기지 담벼락 투어도 걸어보고, 새내기 회원 모임에 참가해서 친환경 모기 기피제와 죽염 연고도 만들어 봤으며, 상세한 해설을 들으며 서울 성곽도 다 같이 걸어 둘러 보았고, 어린이 자연학교에서 아이들과도 호흡해 보았고, 남한산성에서 로드킬 관련 캠페인에도 참석했고, 그리고 불과 며칠 전의 후원의 밤 이벤트까지. 근 1년 동안 참 알찼습니다. 녹색연합과 함께. 아 판도라 영화도 같이 보고 대화하는 시간도 있었군요. 사실 낯도 좀 가리는 성격이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에 대해 꽤 부담을 느끼는 사람입니다만, 다른 회원분들과 활동가분들이 워낙 친절하고 잘 대해 주셔서 생각보다 제법 잘 어우러져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모두 참 환경에 관심이 많으시고 해박하시기도 하셔서, 많은 정보를 얻고 또 주워들으며 많이 배웠습니다. 그러면서 환경을 생각한다는 것의 범위가 내가 무심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다양하다는 것에 엄청 놀랐습니다. 산의 생태, 케이블카 문제, 연산호 터전, 산양의 삶, 사육 곰 이야기, 쓰레기 문제, 미세먼지 그리고 탈핵까지도. 여기에 제가 아직 모르는 부분이 훨씬 더 많겠지요.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분야에 활동가들이 꾸준히 활동하고 있고, 계속 잊히지 않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처음엔 생각보다 더 무지한 저 자신이 아주 부끄러웠기도 하고 어떡하면 저들을 따라서 지구를 지켜낼까 많이 생각했습니다. 어떡하면 내가 저 많은 분야를 이해하고 활동하며 아름다운 지구인이 될 수 있을까? 저 많은 분야를 항상 신경 쓰고 챙길 수 있을까? 따라 잡아갈 수는 있을까? 등등 일련의 계속된 물음들 끝에 저는 그에 대한 나만의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 이게 아니구나, 내가 모든 분야에 활동가분들처럼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는 거구나, 나만의 방법은 따로 있겠구나였습니다. 물론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응원하겠지만, 나는 나만의 자리에서 할 방법이 따로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제 전반적 삶이 꽤 많이 변했습니다. 일단 꽤 오랫동안 고민해오던 하지만 정리되지 않던 예술가로서 개인 작업의 새 방향성이 정확하게 잡혔고, (아 저는 “예술”이란 이름으로 생산되는 꽤 많은 “예쁜 쓰레기”들을 어찌하면 줄여갈 수 있을까 재료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며 작업하고 있는 설치 미술가입니다.) 전반적 소식에 귀를 좀 더 기울이려 노력하며, 어디를 가서 누구를 만나던 조금은 더 떳떳하게 그리고 자세하게 환경문제에 관해 남에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물론 너무도 당연하고 떳떳하게 손수건과 텀블러, 물병이 가방에 한 자리씩 자기 자리를 차지하였고, 조금 더 세심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있으며, 환경문제에 관한 관심을 지속해서 가져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그럴싸하고 장황하게 말했지만 사실 얼마 되지 않은 저의 환경 보호 실천이 비약적인 발전을 해서 저를 단기간에 생생한 녹색의 사람으로 만들어 주지 않을 거란 거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지금부터 꽤 오랜 시간을 보내고 공을 들여야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조금씩 물들어 가겠지요. 인생의 그 어떤 것과 다를 바 없이 열심히 하며 꾸준히 기다리면 저도 언젠가는 남부럽지 않은 생생한 녹색을 띠는 한 사람의 “활동가”가 되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전선의 최전방에서 뛰고 있는 활동가분들처럼은 아니겠지만 묵묵히 뒤에서, 제자리를 지키고 후원하며 응원하는 다른 많은 회원님처럼 저도 그렇게 제자리에서 평화로운 녹색 세상을 위해 기다리겠습니다. 갑작스레 쓰기 시작한 이 글이 녹색연합을 위한 글이 아닌 왠지 저의 반성문 내지는 고해가 되어 버린 듯한 기분이라 왠지 죄송스럽습니다. 훨씬 강렬한 녹색을 띠시며 일상에서 실천 중이신 수많은 다른 회원분들이 많으신데, 이제 손톱 끝 봉숭아 물 정도만큼 녹색 물이 든 제가 이런 글을 쓴 점도 참 송구스럽습니다. 하지만 어딘가에 계실 저와 같은 막 시작하는 회원님들, 함께 힘내자고 부탁드리며 이 글 마무리하겠습니다. 다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에서 반짝반짝한 녹색으로 물들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글 : 김종석회원님 / 김종석 님은 고양이와 자전거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설치예술가다. 꿈은 세상을 구하는 슈퍼 히어로가 되는 것이고, 여전히 초능력을 얻길 바라며, 요즘은 친환경적인 예술 생태계에 대해 연구하는 중이다. 고양이들의 왕이 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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