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그 빈 구석을 채우기 위한 정부, 시장, 시민사회의 변화가 필요하다.

2017.12.14 | 탈핵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 대한 녹색연합 논평]

에너지 전환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그 빈 구석을 채우기 위한 정부, 시장, 시민사회의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이하 8차(안))을 오늘 국회에 보고했다.

8차(안)은 큰 틀의 기본 방향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담고 있다. 첫째 발전설비 운영 측면에서 과거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수급안정과 경제성만을 고려하였다면 8차(안)은 환경성과 안전성도 포함시켰다. 둘째 과거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공급을 중시하여 발전소 건설을 핵심으로 담고 수요관리를 보조 수단으로 다룬데 반해, 8차(안)은 수요관리를 최우선의 과제로 선정하였다. 발전원 측면에서도 원전/석탄 중심의 대규모 중앙공급식 발전시스템 중심으로 계획을 수립한데 반해, 8차(안)은 재생에너지 및 LNG확대라는 소규모 분산형 발전시스템을 중심으로 수립되었다. 전체적으로 지속가능하며 안전한 전력설비시스템으로 변화 방향을 확고히 했다는 측면에서 높은 평가 점수를 받을만하다.

그러나 세부적인 측면에서 따져본다면 속빈 강정에 불과하거나, 오히려 전력생산과 이용 환경을 악화시킬 요소를 담고 있다. 그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기요금 가격 정상화에 대해 시장과 국민에게 왜곡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은 핵심 비판 대상이다.
정부는 전기요금에 대해 8차(안)에서 “2018년 산업용 요금을 경부하 요금 중심으로 차등조정(전체 요금수준은 최대한 유지), 2019년 계절 및 시간대별 요금제 확대 등 전기요금체계 전반을 개편해 수요관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면서도 “2022년까지 에너지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거의 없”으며, “2022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인상요인은 1.1~1.3%로 4인 가족(350kWh/월)으로 환산하면 동 기간에 월평균 610~720원 오르는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과연 이 정도 수준에서 수요 관리가 가능하다고 본다면, 녹색연합은 정부가 오판하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동안 낮은 전기요금은 비효율적 에너지 사용과 불필요한 전력 수요를 창출하였다. 산업공정 중 직접가열분야의 전기화가 대표적 예다(아래 그림 참조).

이 부분을 획기적으로 바로잡지 않는다면 에너지 전환은 불가능하다. 정부는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체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재생에너지가 기저부하를 담당하지 않는 한 1차 에너지원 가격과 전기요금의 가격이 역전되는 현상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전기 요금의 상승은 불가피함을 밝혀야 한다.

둘째, 지난 7차 계획까지의 한계로 불가피한 면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2030년까지 석탄발전의 설비용량이 2017년 36.8GW보다 증가한 39.9GW를 유지하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다. 이는 정부가 입으로 강하게 주장하는 것과 다르게, 실제 정책 집행 과정은 미세먼지 저감과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는 것이다.

8차(안)에 따르면 2030년까지 노후석탄 7기(2.8GW)가 폐지되고, 계획 중인 6기의 석탄발전이 LNG로 전환되며, 사업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신규 7기(7.3GW)가 건설될 예정이다. 석탄화력발전 2.8GW가 퇴출되지만, 7.3GW가 증설되는 것이다. 신규 석탄발전소를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의 감축을 위해서 석탄발전소의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의 엄격한 기준치를 제시하고 이를 맞추지 못하는 발전소에 대해서는 퇴출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담은 계획이 8차(안)에 담겨있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 8차(안)에서는 이러한 부분은 배제되었다. 실제 정부가 퇴출하기로 한 30년 된 노후 석탄발전 이외에도 1990년대에 완공된 석탄발전의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량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일정 기준 이상의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석탄발전소에 대해서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8차(안)의 보완이 필요하다.

셋째, 퇴출하는 설비를 대신할 발전설비로 양수발전의 등장은 심히 우려되는 요소이다. 산림생태계의 훼손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전력계통의 안정적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양수발전소는 전문가들이 선호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전력계통의 운영 측면을 떠나 생태계의 관점에서 양수발전소는 산림생태계를 파괴하는 심각한 요소이다. 산정상부와 하부의 지형변화와 수몰로 인한 생태계 파괴가 극심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 측면이라는 면에서 ESS와 가스의 조합이 있음에도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가스와 양수발전소의 조합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 생태계 보호라는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다. 정부는 8차(안)에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인 기존 양수발전소를 가변속 양수발전으로 전환하여 활용하는 방안이 충분히 고려되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가스+양수발전소, 가스+ESS, 가스+ESS+양수발전소의 조합이 가지는 장단점에 대해 검증하는 자리를 통해 어느 조합이 우리나라 실정상 가장 이상적인 조합인지를 충분히 논의한 후, 결정된 내용을 8차(안)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8차(안)은 위에서 살펴봤듯 불완전한 부분이 매우 많다. 그러나 이것을 정부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불가피함에도 표를 잃을까봐 전전긍긍하는 정치권에게 전기요금인상을 감수하겠다는 시민의 요구가 없었다. 인간의 존엄권, 행복 추구권, 평등권 등 헌법에 보장된 여러 권리 중 유독 재산권만이 강조되는 사회 현실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없었다.

이것이 에너지 생산과 이용 과정에서 기업과 사업자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고 있다. 녹색연합은 이러한 관점에서 청정지대인 강원에 들어서는 강릉안인화력과 삼척화력에 주목한다. 두 석탄화력발전소의 사업주체는 삼성물산과 포스코에너지다. 삼성물산과 포스코에너지는 삼성그룹과 포스코그룹의 계열사다. 그런데 두 그룹사의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와 포스코제철은 우리나라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 2위와 3위를 차지한다. 2016년 박주민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전자가 4,291억 원으로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고, 다음이 포스코로 4,157억여 원을 받았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전기요금 감면으로 혜택을 받으며 그 비용을 시민들에게 전가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와 기상이변을 일으켜 삶터를 망가뜨리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석탄발전으로 이윤을 취하고자 하는 기업의 행태를 녹색연합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그것은 시민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따라서 녹색연합은 포스코와 삼성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포기하고 다른 대안을 적극 모색할 것을 촉구한다.

에너지 전환은 지속가능하며, 안전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시대의 요구를 담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이미 다져진 탄탄대로가 아니다. 새롭게 길을 내는 과정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걸어갈 때, 탄탄대로가 될 것이다. 이 길에 정부와 시장, 시민사회가 각자의 영역에서 서로의 빈곳을 채우며, 책임을 다하길 기대한다. 녹색연합도 그 길에 든든한 길동무로 함께 할 것임을 다짐한다.

2017년 12월 14일

녹색연합

문의: 윤기돈 활동가(kdyoon@greenkorea.org, 02-747-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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