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시간 속에 머물러보아요

2018.01.11 | 행사/교육/공지

 

2018년 무술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새해를 어떤 마음으로 맞으셨는지요? 대개, 우리는 새로움에 대한 설렘으로 한 해를 맞습니다. 이때의 시간은 여느 때의 시간과 무척 다른 듯합니다. 우리는 이때 시간 자체에 관심을 모으고, 순간과 순간을 새롭게 느끼며 시간 속에 머뭅니다. 하지만 시간의 새로움은 이내 바래지고 우리는 어느덧 그렇고 그런 일상의 시간을 보내게 되지요.

 

우리는 대부분 시간이 아니라 공간에 관심을 쏟습니다. 공간은 우리가 무언가를 ‘하는’ 곳입니다. 공간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확장합니다. 무엇을 만들어내고, 대상을 통제하고 지배하려고 합니다. 자연에서 더 많은 것을 뽑아내고, 남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풍경입니다. 치열한 경쟁의 연속입니다.

 

이럴 때, 시간은 공간에서 무엇을 이루는데 필요한 것일 뿐, 그 자체의 의미는 없어집니다. 어제나 오늘이나 똑같습니다. 공간에서 언제나 더 많은 것을 하려는 우리에게 시간은 늘 모자랍니다. 우리가 언제나 바쁜 까닭입니다. 우리가 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생산하고 소유하고 소비하는 데 몰두하는 한, 자원은 유한하고 욕구는 무한한 세상에서 갈등과 분쟁은 불가피합니다. 평화를 이루려면 우리가 공간 속의 활동이 아니라 시간 속의 침잠이 필요합니다. 바로, ‘안식’입니다.

 

공간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시간의 고요함으로 들어가면, 우리의 마음은 소유가 아니라 존재 자체로 향합니다.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체제를 거부하고, 끝없는 경쟁과 효율의 체제에 저항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하는 우리의 이웃임을 알게 됩니다. 자연이 우리의 욕구 충족을 위한 자원이 아니라 그 자체로 소중한 것임을 알게 됩니다. ‘관상하는 안식’은 맹목적이고 공허한 행동주의, 자신의 이득만을 추구하는 끝없는 탐욕과 고립감을 막아줍니다. 안식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을 벗어나 밖으로 시선을 돌리게 됩니다. 안식은 탐욕과 고립감에서 비롯되는 무관심에 대한 해독제가 됩니다. 그래서 안식은 축복이자 거룩한 시간입니다.

 

새해, 안식의 시간을 자주 경축하고 그 시간 속에 머물렀으면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더욱 온전히 우리 자신이 되고, 세상은 더욱 평화로워졌으면 합니다.

그렇게 함께 녹색세상을 일구었으면 합니다.

 

잊지 마세요.

“시간은 공간보다 위대합니다.” 모두 평강하시길 빕니다.

 

 

 

 

녹색연합 상임대표 조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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