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어린이자연학교 후기] 자연뭉치들와 함께 머문 ‘바람’ 이야기

2018.08.25 | 행사/교육/공지

나는 바람이다. 이번 녹색연합 어린이자연학교 “으쌰으쌰, 자연뭉치들” 프로그램에 모둠교사로 참가하면서 지은 자연이름이다.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더운 여름 시원한 한줄기 바람이 되면 좋겠다는 뜻에서 지어본 이름이다. 그리고 어린이자연학교에서는 동료교사와 아이들로부터 ‘바람쌤’이라고 불렸다. 처음에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자꾸 듣다보니 자연이름도 괜찮아졌다. 그렇게 새로운 이름을 어린이 자연학교를 통해 얻었다.

녹색연합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요즘 심각한 환경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미세먼지 때문이었다.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바깥활동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고 건강에 위협을 느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미쳤다. 그런던 중 서울에 있는 환경단체 중 하나인 녹색연합을 발견하게 됐고 문제해결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하고 싶어서 자원봉사신청을 했다. 그렇게 신청을 하고 나서 응답이 온 게 이번 어린이자연학교 참가 권유였다. 사전현장답사와 교육 그리고 2박3일간의 프로그램 일정이 다른 일정과도 겹치는 게 있어서 처음에는 참가하는 데 조금 고민이 됐지만 아이들과 함께 자연을 접하고 생태체험을 한다는 데 마음이 끌려서 다른 건 제쳐두고 참여를 결심했다.

1박2일간의 현장답사에서는 아이들이 체험할 장소와 프로그램 그리고 숙소 등을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서울에서 설악산까지 가는 시간은 조금 길었지만 설악산을 중심으로 하는 주요 프로그램들과 숙소시설이 좋아서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 만난 동료교사들과 인솔해 주시는 선생님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면서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갖고 본 프로그램을 위해 필요한 점검을 꼼꼼하게 하면서 답사를 마무리했다.

며칠 뒤 서울에서 진행된 2차 워크숍이 진행됐다. 첫 번째 시간에는 성북소방서에서 안전교육이 진행되었다. 안전교육은 야외활동시 안전사고 발생에 대비하여 응급처리 요령을 숙지하는 내용이었는데 각 상황별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에 대해 담당자분이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직접 심폐소생술을 해보고 심장제세동기를 다뤄보면서 하면서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두 번째 시간에는 녹색연합 사무실에서 반성폭력교육이 있었다. 안전하고 건강한 어린이자연학교를 위해 모둠교사와 스탭을 대상으로 실시된 교육이었다. 다양한 사례와 함께 교육이 진행되었고 모둠교사와 스탭이 함께 질의응답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반성폭력교육도 잘 마무리되었다. 이렇게 사전교육을 마치고 드디어 어린이 자연학교의 날이 밝았다.

출발하는 날 날씨는 무척이나 좋았다. 하늘은 간만에 파란 색깔을 띠고 있었고 한여름이라 아침부터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출발장소인 압구정역 공영주차장에는 일찍부터 모둠교사들과 스탭이 나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출발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아이들은 부모님과 함께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이들 중에는 처음이라 다소 긴장한 듯 굳은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우리 조 모둠체크를 하고 이름표를 나눠주면서 아이들 얼굴과 이름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부모님과 잠깐의 작별인사를 나누고 난 뒤 참가한 아이들을 모두 태운 버스는 설악산으로 출발했다. 조용했던 버스 안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아이들의 어우러진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은 어색한지 조용히 가는 아이들도 있었고 옆자리 앉은 친구들과 금새 친해져서 재잘재잘 거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특히 우리 모둠 아이들은 유난히 옆 짝꿍과 빨리 친해졌는지 원래 알던 사이처럼 시끌시끌 이야기를 도착할 때까지 이어갔다.

그렇게 3시간 가까운 시간이 지나고 숙소에 도착 했다. 짐을 한쪽에 두고 먼저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 어린이 자연학교 캠프에서는 식사를 하기 전에 모둠원이 모두 모여 앉은 다음 밥가를 불렀다. 밥가는 밥을 먹기 전에 하는 노래다. 짧은 노래를 부르며 밥 먹는 것에 감사를 드린 다음 식사를 했다. 식사는 숙소 내의 식당에서 했는데 시설도 깔끔하고 반찬도 잘 나오는 편이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아이들 중에는 골고루 잘 먹는 친구들도 있는 반면 먹고 싶은 것만 골라서 먹거나 아주 적은 양만 덜어서 먹는 친구들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음식을 남기지 않게 덜고 골고루 먹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건네주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식사는 끝나는 날까지 비슷하게 갔다. 식단이 대부분 채소류가 나와서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리 반갑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여기 와서 이렇게 먹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으로 남을 것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방을 배정했다. 방인원은 모둠과는 다르게 정해졌다. 그래서 모둠교사와 아이들 모두 모둠원 이외에 좀 더 많은 아이들과 얼굴을 대하고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짐을 풀고 잠깐 휴식을 취한 다음 첫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으쌰으쌰 밧줄놀이’로, 밧줄을 가지고 매듭을 만들고 그것을 연결하기도 하면서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었다. 원래는 숙소 근처의 솔밭으로 이동하여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밖에 비가 갑작스레 내려서 실내에서 진행하게 되었다. 진행 선생님이 얘기하는 대로 각자 밧줄을 가지고 모였다가 흩어졌다가 하면서 다양한 놀이가 진행이 되었고 아이들은 움직일 때마다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대면서 재미있게 밧줄놀이를 즐겼다. 함께 있던 모둠교사와 스탭들도 같이 즐거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몸으로 하는 놀이를 하고 나니 아이들과 좀 더 친해진 느낌이 들었고 아이들도 처음보다 표정이 자연스러워지고 서로 장난도 치면서 친밀해진 모습이었다.

밧줄놀이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한 다음에는 모둠별 활동이 이어졌다. 이 시간에는 다음날 있을 산양과의 만남을 위해 산양탈을 직접 만들어보고 모둠별로 생활약속을 정하기로 했다. 산양탈을 만드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조별로 두 개의 산양탈 재료가 배정되다 보니 개인별로 산양탈을 만들어 가져갈 수 없어서 불퉁거리는 아이들도 생겨났다. 그래도 내일 진짜 산양을 볼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아쉬움을 달래면서 모둠의 생활약속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각자 어떤 약속을 만들 것인지 의견을 활발하게 냈고 그것들을 종합해서 우리 모둠의 생활약속을 정했다. 그렇게 정한 생활약속을 모둠별로 돌아가며 발표를 하고 캠프가 진행되는 동안 잘 지키겠다는 다짐을 한 후 아이들은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첫날 긴장을 해서인지 낮에 움직이면서 했던 놀이영향이었는지 잠을 안자고 늦게까지 떠들 것 같던 아이들은 어느새 잠이 들어 있었다. 곤히 잠든 아이들은 한명한명 다 천사 같은 모습이었다. 이렇게 어린이 자연학교의 첫 하루가 지나갔다.

둘째날은 이번 어린이 자연학교의 메인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는 날이었다. 종복원기술원으로 가서 산양을 직접 살펴보고 설악산 지킴이 작은뿔 선생님의 인솔로 산을 탐방하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에는 계곡에서 물놀이도 있어서 기대가 되는 날이었다. 아침은 체조로 시작했다. 7시에 눈을 뜨자마자 모인 탓인지 아이들은 다들 졸린 눈으로 흐느적거리며 체조를 이어갔다. 체조를 마치고 아침식사를 하고 난 뒤 바로 종복원기술원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숙소에서 종복원기술원까지는 버스로 금방 가는 거리였다. 종복원기술원 건물로 다가가자 직원분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아이들은 두 조로 나뉘어 각각 직원분들의 인솔하에 교육을 들었다. 우리가 속한 조의 직원분은 먼저 기술원에 살고 있는 산양을 보여주었다. 말로만 듣던 산양을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되니 무척 신기하고 반가웠다. 언뜻 보기에는 다 비슷하게 생겼는데 직원분은 산양도 사람처럼 제각각 다 다르게 생겼고 오래 같이 있다보면 각각의 산양이 구분이 된다고 했다. 그걸 듣고 나니 조금씩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도 했다. 아이들도 처음 보는 산양의 모습에 신기해하고 흥미로워했다. 그렇게 산양을 보고 나서 교육실로 들어가 산양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산양은 천연기념물이면서 멸종위기1급의 동물이라는 설명과 함께 지금까지 산양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현재 어떻게 관리가 되고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아이들도 산양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짓고 관심을 보였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종복원기술원 탐방을 마쳤다.

이때 하늘이 어두워지며 빗방울이 조금씩 거세지기 시작했다. 사실 전날 일기예보에서 오늘 설악산 인근에 비가 내린다고 해서 일정에 대한 걱정을 했었다. 그래서 비가 올 경우를 대비해 다른 일정을 준비는 했었다. 예상대로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우리는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버스는 출발을 했고 버스가 멈추자 내린 곳은 숙소가 아니라 설악산 등반로 입구였다. 알고 보니 날씨가 갑자기 변해서 설악산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하여 이쪽으로 온 것이었다.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비가 오지 않아 메인코스 중 하나인 설악산을 오르는구나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여기저기서 원성(?)이 들려오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원성의 주인공은 아이들이었다. 비가 온다고 해서 당연히 숙소로 들어가는 줄 알고 있었던 아이들이 설악산으로 오게 되자 산에 올라가고 싶지 않다고 항의를 했다. 아이들에게 미리 얘기하지 못하고 데리고 온 것은 사실 미안한 일이었다. 그래도 날씨가 좋아져서 기왕 설악산을 오르러 왔기 때문에 아이들을 잘 달래서 산을 올라가기로 했다.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운동을 벌이면서 이번 산행을 위해 함께 해준 작은뿔 선생님이 인솔을 하여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른지 얼마 되지 않아 비가 다시 오는 게 아닌가. 지나가는 비라고 생각하고 계속 올라갔으나 비는 금방 그치지 않았다. 다들 미리 준비한 우의를 갈아입고 다시 올라가려고 하는 그때, 그렇잖아도 불퉁거리며 산을 오르던 아이들 중 일부가 더 이상은 못가겠다고 얘기를 했다.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던 차에 비까지 내리니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었다. 잠시 산행을 멈추고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달래보려고 여러 차례 얘기를 했지만 끝내 몇몇 아이들은 산행을 거부하고 내려간다고 했고 함께 가던 모둠교사분들 중 일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먼저 내려가게 되었다. 모두 함께 올라가지 못하게 된 것이 안타깝기는 했지만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없었고 안전상의 이유도 있었기 때문에 거기서 아이들은 나눠지게 되었다. 그래도 산행을 포기한 아이들보다는 남아서 끝까지 가려는 아이들이 더 많았고 비를 맞으면서도 싫은 소리 안하고 끝까지 산행을 한 아이들을 보며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행의 목적지였던 대승폭포에 이르니 비는 어느덧 그쳐있었고 눈앞에는 겹겹이 펼쳐져 있는 산과 안개가 어우러져 신비로운 풍경을 선사해주었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준비해온 김밥을 꺼내 다함께 먹었다. 힘들게 올라온 만큼 김밥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아이들도 배고팠는지 여분으로 가져온 김밥도 다 해치우고 어느덧 빈 통만 남게 되었다. 멋진 배경을 뒤로하고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 산을 내려갔다. 김밥도 맛있게 먹고 날도 좋아지니 내려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험하거나 미끄러운 부분은 서로 조심하라고 얘기해주고 잡아주기도 하면서 모두 무사히 산을 내려왔고 기다리고 있던 버스에 올라타 숙소로 이동을 했다.

비를 맞으며 산행을 했기 때문에 오후 일정이었던 물놀이를 할 것인가를 놓고 잠시 모둠교사와 스탭들이 상의를 했다. 몸은 좀 힘들 수는 있지만 그래도 물놀이를 기대하는 아이들이 많고 그냥 쉬어버리면 시간이 아깝다는 의견이 많아 잠시 쉬고 난 뒤 바로 물놀이를 가게 되었다. 그때 또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를 본 아이들 중 일부는 비가 오는데 물놀이를 가야하느냐고 의문을 던지기도 했지만 금방 지나가는 비고 비가 조금 올 때 물놀이 하는 것도 재미있다고 얘기를 하니 아이들도 별소리 없이 물놀이를 하러 인근의 계곡으로 이동했다. 다행히 물놀이를 하러 계곡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그쳤고 물을 본 아이들은 하나둘 계곡 속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수심이 아이들에게도 깊지 않았기 때문에 큰 위험은 없었지만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대비해 모둠교사들이 안전요원이 되어 위험하지 않게 통제하면서 물놀이는 진행이 되었다. 막상 물에 들어가니 들어가기 싫어했던 아이들도 재밌게 놀았고 모둠교사들도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서로 물을 주고받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중간에 간식으로 온 미숫가루와 수박은 달콤했고 먹고 난 아이들은 다시 힘을 내서 물놀이를 신나게 하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어느덧 저녁식사를 할 때가 되어 주변을 정리한 뒤 아이들을 인솔하여 숙소로 향했다. 길을 따라 아이들과 함께 이런저런 게임도 하고 이야기도 주고받으면서 걸어가니 금방 숙소에 도착했다. 방으로 들어가 젖은 옷을 벗고 아이들이 씻을 동안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저녁식사를 먹으러 갔다. 다들 물놀이를 하고 나서인지 식사를 맛있게 하였다.

저녁식사 후 원래 예정되어 있던 프로그램이었던 야간산책은 산행와 물놀이로 힘들어할 수도 있는 아이들을 고려하여 영화를 보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강당에 옹기종기 모여앉았고 미리 준비해온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영화는 감정을 의인화하여 한 가족의 스토리를 보여주는 ‘인사이드 아웃’이었는데 이 영화를 한번 이상 본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아 영화를 집중해서 볼 수 있을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막상 영화가 시작되고 주위를 살펴보니 아이들은 모두 영화에 집중해서 조용한 것이 아닌가. 봤다고 한 아이들도 집중해서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을 보니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렇게 영화와 함께 저녁시간은 평화롭게 흘러갔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아이들은 방으로 들어갔고 오늘 하루 산행과 물놀이를 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일찌감치 푹 자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건 오해였다. 돌아가는 전 날 밤이어서 그런지 아쉬움이 잔뜩 묻은 얼굴로 아이들은 배게 싸움을 시작했다.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며 배게 치는 소리가 숙소를 울렸고 그 소리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렇게 아쉬움을 달랜 아이들은 늦은 시간 잠이 들었고 잠이든 아이들은 다시 천사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비가 내려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많았지만 그것대로 의미 있고 즐거웠던 둘째 날이었다.

마지막 날 아침도 체조로 시작되었다. 여전히 졸린 눈으로 흐느적대기는 했지만 끝까지 체조를 마친 아이들은 아침식사를 하고 짐을 챙겨서 강당에 모였다. 거기서 마지막 날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인 ‘쇼미더설악’이 진행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본래 아이들이 직접 랩가사를 써서 반주에 맞춰 함께 랩을 하는 것으로 처음에는 모둠교사들이 잘 진행될 수 있을까하고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역시 아이들은 달랐다. 모둠교사들이 어떻게 하면 되는지 가이드를 제시하자 이번 어린이 자연학교에서 겪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금방 가사를 만들었고 그것들을 조금씩 수정해가면서 틀을 만드니 멋진 랩가사가 완성이 되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가사이다보니 흥미와 참여도가 높았고 우리 모둠은 비트에 맞춰 가장 멋진 랩을 한 조가 되었다(물론 개인적인 평가입니다^^).

그렇게 ‘쇼미더설악’을 마지막으로 모든 프로그램이 끝났고 바로 이어 졸업식이 진행되었다. 졸업식에서는 이번 어린이 자연학교에서 찍은 모둠별 사진이 담긴 카드가 제공되어 같은 모둠끼리 롤링페이퍼를 써주기로 했다. 아이들을 각자 한명씩 생각하며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고 생각보다 아이들은 진지하게 롤링페이퍼를 썼다. 모두 돌고 받아본 롤링페이퍼에는 아이들의 감사인사가 많이 적혀있었고 계속 반말을 해서 미안하다고 사죄의 한마디를 쓴 친구도 있었다. 또 기묘한 문자와 그림으로 독특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쓴 아이들도 있었다. 나도 아이들을 생각하며 함께 보낸 시간들을 추억하는 글을 쓰면서 롤링페이퍼를 썼고 완성된 롤링페이퍼를 서로 돌아가며 인상깊은 얘기를 발표하고 나서 졸업식은 마무리되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점심식사를 먹은 후 서울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오는 버스에서와는 다르게 그새 친해진 아이들은 서로서로 또는 모둠교사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며 가는 시간을 보냈다. 나도 같은 조가 아니었던 친구와도 이야기를 나눠보며 이번 어린이 자연학교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보니 버스는 어느덧 서울로 진입하고 있었고 곧 우리가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도착을 했다. 이미 도착해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부모님들도 계셨고 직장 때문에 뒤늦게 오신 부모님들도 계셨다. 끝까지 아이들과 남아서 부모님의 곁에 보내고 나서 이번 어린이 자연학교 일정은 마무리가 됐다.

처음 초등학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참가한 어린이 자연학교는 내게 쉽지만은 않은 시간이었다. 자꾸 지정된 장소를 벗어나 돌아다니면서 계속 찾아다녀야만 했던 아이들도 있었고 프로그램 참여에 비협조적인 아이들을 볼 때는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건 내가 모둠교사 입장에서만 아이들을 이끌려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었나 싶다. 보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을 했다면 좀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도 내게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무엇보다 솔직하고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게 좋았고 다양한 프로그램 속에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게 가장 값진 게 아니었을까. 현장답사와 사전교육부터 시작해서 2박3일간 어린이 자연학교가 잘 진행될 수 있게 고생하신 모든 모둠교사분들과 스탭분들에게 감사하고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에도 감사한다. 녹색연합의 오랜 전통처럼 진행되어온 어린이 자연학교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쭉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글 : 바람 _ 2018 어린이자연학교 ‘자연이네’ 모둠교사

사진 : 오리너구리 _ 녹색연합 회원 ‘아름다운지구인’, 설치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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