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활동가, 울진에 가다!

2018년 12월부터 녹색연합과 함께 하게 된 신입 활동가들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울진에서 함께 걷고 느낀 현장의 이야기 입니다.

 

다섯 시간을 달려 울진에 도착했다. 맑은 하늘, 적당히 춥고 상쾌한 공기. 먼 길 이동하는 피곤함이 가시는 날씨였다. 중요한 교육을 앞둔 긴장과 설렘이 교차했다. 구수곡자연휴양림 뜨끈한 숙소에서 야생동물과 지도, 조사 장비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야생동물 위협요소 대부분이 인간에 의한 것이란 점은 몇 번을 들어도 괴롭다. 인간에게는 ‘길’인 도로가 원래 동물들에게는 ‘집’이라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누군가의 터전을, 목숨을 빼앗으면서 빠르게 달리고 더 많은 것을 얻으려 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앞으로는 더 빨리 더 많은 것들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이미 잃어버린 것들이 너무 많다. 산양 또한 잃어버릴 위험에 처해있다. ‘멸종위기종 1급’ 지정이 이름에만 그치지 않으려면 현재 살아있는 개체와 그 서식지를 보호하려는 더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안정적인 개체 수를 유지하며 산양이 살아가고 있는 울진은 산양의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최남단 서식지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산양과 산양 서식지 울진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의미와 중요성을 잊지 않도록 녹색연합 해온 그동안의 활동이 울진 산양 구조·치료 센터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면 좋았겠지만 여러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다는 게 안타까웠다. 야생동물과 그 생태계를 조사하고 보호하는 일이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 교육을 통해 더 절실히 느꼈다. 지도와 조사 장비, 방법 대한 교육을 들으면서 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뿌듯함이 들었다. 하지만 하루 동안 조사 체험을 하러 온 것을 아님을 알기에 더욱 진지하게 임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박은정 신입활동가)

 

새벽 5:40, 알람이 울린다. 얕은 잠을 잔 터라 그리 개운하진 않은 몸을 일으켜 후다닥 채비를 한다. 막상 밖으로 나가 차가운 아침 공기를 맞으니 상쾌해지며 설레는 마음이 일어난다. 차를 타고 첫 번째로 조사할 금강송면 백골교 근처에 도착, 생각보다 강하게 부는 겨울 바람을 맞으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내로 진입한다. 2-300m나 걸었을까, 앞에서 “똥이다!!!”라고 외치는 소리에 달려가 보니 산양똥이 무더기로 뿌려져 있다. 꽤나 높이 절벽을 타고 올라가야 마주칠 줄 알았는데 고도 200m도 안 되는 지점에서 발견하다니! 측정 담당을 맡은 나는 신나게 GPS를 확인하고 줄자로 크기를 잰다. 똥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상태로 보아 최근에 싼 것 같지는 않지만 몇 백개의 똥알(?)을 관찰하고 기록하자니 이제 진짜 활동을 시작했다는 생각에 뿌듯하기까지 한다. 조금 더 걷다보니 덤프트럭이 뿌연 흙먼지를 흩뿌리며 우리를 지나친다. 한두 대가 아니다. 우리가 올라갈 산 너머에서 한창 공사 중인 36번 국도의 공사 차량인 것이다. 산양과 노루가 살아가는 산 가운데를 뚝 잘라 차량이 좀 더 편하게 오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공사. 하루 아침에 집 가운데를 쑥 뽑아가 버렸으니, 그 속에서 살아가던 동물들이 얼마나 황당했을까. 덤프트럭을 지나쳐 우리가 가야할 지점을 향해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물론 등산로는 없다. ‘여기를 올라간다고?’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누가 봐도 그냥 경사면인 흙벽 같은 곳을 나뭇가지를 요리조리 피하며 기어 올라간다. 생각 외로 오르는 게 그리 어렵진 않다. 경사가 워낙 가파르기 때문에 힘은 좀 들긴 하지만 그래도 미끄러지는 느낌이 없어 수월하다.

얼마 간을 기어 오르고 걷다 보니 어느새 첫 번째 무인카메라 설치 지점에 다다른다. 두 개의 카메라가 설치 되어 있는 곳. 설레는 마음으로 지난 3개월 동안 찍힌 사진들을 확인한다. “앗, 노루다!!!” 노을이 질 무렵 미모의 아기노루가 금빛으로 반짝이는 털을 뽐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루를 직접 본 것도 아니고 그저 사진일 뿐인데도 너무나 반가워 연신 소리를 지르게 된다. 바람 탓에 풀만 연속해서 찍힌 사진들도 있지만, 다행히 노루와 산양 등 야생동물이 찍혀 주어 (내가 카메라를 설치하진 않았지만) 뿌듯함을 느낀다. 카메라 근처에 있는 똥무덤에 대한 기록도 마치고선 얼른 다음 카메라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산 속이라 그런지 몸이 흔들릴 정도의 차갑고 강한 바람이 계속 불어대는터라 앉아서 쉬는 게 오히려 더 괴롭다. 다음 카메라는 36번 국도 공사 현장을 지나 (원래는 이어져있던) 산을 새로 올라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공사 현장에 도착해 보니 상황이 좋지 않았다. 하나였던 산을 쑹덩 잘라내어 터널을 짓고 도로를 건설하고 있는 현장에서는, 잘라진 면에 콘크리트를 부어 고정시키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36번 국도로 인해 서식지 중간이 뚝 끊겨 산양의 생존이 위협 받고 있다, 라는 사실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실제 눈으로 목격한 공사 현장은 말을 잇지 못하게 한다. 통행량이 많지도 않은 지역, 원래도 도로가 있는 곳에 직선 도로를 하나 더 짓는 게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인가… 의문이 든다. (유새미 신입활동가)

 

능선을 타고 이동을 하지 못했으니, 산의 반대쪽으로 가서 오르기로 했다. 도착한 곳은 평평한 산길이 나 있는 것 같았지만 우리는 슥 옆으로 빠져나가 사면을 오르기 시작했다. 위에서 아래로 오르내리다 예전의 헬기장이나 발길이 끊긴 듯한 묘지를 발견할 때면 어리고 푸른 금강소나무를 찾을 수 있었다. 큰 소나무들이 없는 곳에 씨앗이 트여 어린 나무들이 함께 쑥쑥 자라고 있는 듯 했다. 키가 크고 곧은 어른 소나무와 달리 어린 나무들의 가지는 춤을 추듯이 부드럽게 휘어있었고 조금씩 달린 별모양의 뾰족한 잎들은 맑은 연둣빛이었다. 끙끙 참으면서 오른 산이 힘들었지만 생명의 현장들을 발견할 때면 보람차고 의미있는 행동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한 군락에서는 몇몇 소나무의 껍질이 파헤쳐져서 칼로 깊게 패이기도 했는데, 누군가 송진을 추출해 간 흔적이라고 했다. 나무는 여전히 푸르렀지만 칼질의 흔적은 없어지지 않았다.

한참을 주욱 내려가던 부분이 있었다. 끝없이 내리막이 보였고, 다른 활동가는 이 곳은 보통 굴러 떨어질 때 낙하하는 부분이 아니냐고 웃으며 물었다. 내리막을 조심스럽게 내려가기 위해 한 발은 앞으로 한 발은 옆으로 걸었다. 중간 중간 위치하는 금강소나무를 향해 다다다 뛰어 내려가서 살짝 부딪히며 멈추기도 했다. 조그만 나무의 잔가지들은 나에게 부딪혀서 툭툭 끊어졌다. 얼음 얼은 계곡물을 따라 걸을 때면 바위에 붙어 기다시피 하기도 했고, 그런 나의 모습에 작아지기도 했지만 생존이 달린 문제처럼 느껴져서 돌다리도 몇 번이나 두드리고 건너곤 했다. 조그만 바위가 아주 많은 경사를 오를 때 돌이 떨어지면 크게 낙석을 외치기로 했다. 자갈이 굴러도 낙석! 하고 장난을 치곤 했는데 한 번 머리 두 개만한 돌덩이가 아래로 떨어졌다. 태영 활동가가 크게 낙석! 하고 외쳤고, 돌은 다행히 중간에 멈추어 섰는데, 밑에 오던 활동가들은 정말 깜짝 놀란 듯 했다. 결국 우리는 그 마지막 코스를 가지 않기로 한 채 밑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태영 활동가는 산양처럼 폴짝 뛰어서 위로 향해 올랐다. 3대의 카메라를 만나고 마지막 한 대를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4곳의 장소에서 그간의 야생동물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흔적을 좇아다니다보니 그들이 머물렀던 시간을 상상하면서 같이 걸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산을 내려와 주차가 된 곳까지 걷는 오솔길에서 눈위에 찍힌 멧돼지 발자국을 따라 걸어 나왔다.

숙소에 와서 카메라를 열어보니 한 언덕배기는 산짐승들의 광장 쯤 되는 길목이었나보다. 낮이며 밤이며 멧돼지 가족들과 오소리 형제들이 와서 뒹굴고 놀았고 청설모가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고라니와 노루가 지나다녔다. 산양가족도 그 곳을 들렀다. 인적이 드문 곳일 수록 동물의 이동이 훨씬 자유롭다는 것을 확실히 보았다. 그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우리가 오늘 다녀온 그 산이 겉으로 보기에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아서 길도 없고 나무도 부러져있는 험한 산자락이지만 실은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움트고 살아있는 곳이었는지 느끼게 되었다. (김진아 신입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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