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년의 위험한 쓰레기! 핵발전소의 불을 끄는 것만이 답이다.

‘10만년의 위험한 쓰레기!’지나치기는 커녕 오히려 부족한 감이 드는 표현이다. 위험한 정도로 치자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이란 수식어를 붙인다고 해서 딴지를 건다거나 감히 겨뤄보자고 덤벼봄직 할 무엇인가가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고준위 핵폐기물. 1m 앞에 17초만 서 있어도 누구도 예외 없이 사망에 이른다. 생명 있는 모든 것들로부터 10만년 이상을 영구 격리시켜야 하지만 우리에겐 이 핵폐기물을 영구 처분할 곳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둘 곳’없는 핵폐기물을 발생시키는 핵발전소가 지금도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이고 게다가 5기를 추가로 짓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구상에서 핵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는 국가는 31개국이다. 이 중 최고의 기술력을 자부하던 미국과 러시아, 일본에서 핵발전소 사고가 났다. 2011년 사고 이후 죽음의 지대가 되어버린 후쿠시마. 후쿠시마 지역만이 문제가 아니다. 사고 당시 녹아내린 원자로 핵연료의 온도가 치솟아 2차 화학반응을 막기 위해 쏟아 부은 냉각수 111만 톤. 여의도 63빌딩을 빼곡히 채울 만큼의 양이 쌓여있다. 매일 130톤씩 늘어나고 2021년이면 오염수 저장탱크마저 가득 차게 될 예정이라고 하지만 추가로 탱크를 증설할 계획은 없고, 오염수를 희석해서 해양에 방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해마다 750톤씩 발생하지만 둘 곳 없는 고준위핵폐기물

우리나라는 1977년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핵발전소를 가동한 이래, 임시로 넣어둔 저장 수조가 가득 찰 때가지 대책이 없었다. 현재까지(2015년 기준) 발생한 고준위핵폐기물은 총 1만 4천 톤이다. 핵발전을 하는 만큼 핵폐기물이 나오기 마련이지만, 저장수조가 가득차면 저장 간격을 좁혀 저장하는 방편을 써왔고, 별도로 발전소 부지 내에 임시로 저장시설을 지어 보관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 역시 포화 시점이 멀지 않았다.

핵발전소를 운영해 온 나라 중 고준위핵폐기물 영구처분장을 갖고 있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핀란드 만이 유일하게 영구처분장을 짓고 있는 상황이다. 스웨덴은 부지를 결정했지만, 핵폐기물 용기 부식 우려가 제기되자 환경법원에서 허가신청을 반려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고준위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 결정하는 공론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핵발전소를 통해 생산된 전기를 쓴 모든 국민이 당사자가 되어 이 폐기물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언제, 어떻게 최종 처분장을 지을 것인가를 논의할 것이다. 논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어 이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도출해도, 처분장으로 적합한 안정적인 부지를 조사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 선정된 부지에 처분장을 건설하는 기간을 위해 수십 년은 필요하다.

‘화장실 없는 맨션아파트’를 또 짓자고?

핵폐기물을 처분할 곳도 없으면서, 핵발전소를 또 짓자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핵산업계와 자유한국당 등 친원전 정치권은 이미 백지화하기로 했던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재검토하자고 서명운동을 벌이더니, 급기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까지도 원전을 새로 짓자고 주장한다.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 노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대안으로 원전이 필요하다나? 건설허가도 나지 않은 신한울 원전 3,4호기를 두고 공사가 30%나 진척되었다느니, 매몰비용 수천억 원이 발생한다느니 하는 말들이 부유중이다.

노후화력발전소는 신규 원전이 있어야만 폐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노후화력발전소는 신규 원전 없이 가동을 중단해도 전력수급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 왜 이들은 둘 중의 위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법만을 강요하는 것일까?

우리에겐 처분할 곳이 없는 10만년의 위험한 핵폐기물을 만들어내는 핵발전소나, 죽음의 먼지라고 불리는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석탄화력발전소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햇빛과 바람이라는 자연의 선물을 발전원으로 미세먼지도 핵폐기물도 발생시키지 않은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할 수 있다. 큰 발전소를 세울 필요도 없이, 장거리 송전을 할 필요도 없이, 내가 사는 지붕과 마을 곳곳에 작은 발전소를 세우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를 직접 생산하거나 근거리 송전을 하면 된다.

전력손실도 적고 비용도 적게 든다. 가장 싸다고 알려져 온 화석연료보다 이미 재생에너지로 인한 발전단가가 저렴해질 날이 몇 년 남지 않았다. 이미 선진국은 재생에너지로 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독일은 2022년이면 핵발전을 완전히 멈추고, 2038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전부 폐쇄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핵발전소 사고를 인근에서 겪은 독일의 교훈은 조기 탈핵을 결정했다. 2011년 후쿠시마를 가까이 목격한 우리나라는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둘 곳 없는 위험한 핵폐기물은 만들어 내지 않아야 한다. 핵발전소의 불을 서둘러 끄는 것만이 답이다.

글 : 녹색연합 전환사회팀장 임성희(mayday@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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