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살까요? 아니면 어떻게 살까요?

최근 이사를 하면서 도움받은 애플리케이션이 있습니다. 내가 사는 공간과 비슷한 규모의 인테리어 정보를 이용자끼리 공유하고, 인테리어에 활용한 소품들과 가구를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쇼핑 서비스까지 제공합니다. 평생 살 내 집이 아니기 때문에 금방 이사할 것을 생각해 살림살이를 장만해야 했습니다. 좁은 공간을 크게 차지하지 않아야 하니 접이식인 제품을 선호하며, 무거운 완제품보다는 조립이 가능한 가벼운 제품을 찾았습니다. 물건의 종류와 양에 압도당하는 것만 같았고, 저에게는 다분히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었습니다. 세상에,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이렇게나 넘치는 상품이 쌓여 있다니. 비현실적이기까지 했습니다.
21세기가 시작된 이래 ‘집’과 관련된 산업 중 부동산 산업을 바짝 뒤따르며 엄청난 시장을 형성하는 산업은 다름 아닌 ‘홈 퍼니싱’ 산업입니다. 이런저런 가구로 집을 채워 꾸미는 ‘라이프 스타일’이 유행을 타기 시작한 것입니다. 글로벌 기업 이케아를 비롯해 일본의 무인양품, 국내 기업인 한샘 등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다이소와 같은 생활 전반에 걸친 퍼니처-라이프 스타일 관련 기업의 성장이 어느 때 보다 뚜렷한 상승 곡선의 그래프를 만들고 있습니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오늘의 집’이나 ‘집 꾸미기’ 같은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약 28조4천억 원이었던 국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2020년이면 41조5천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하니 그 규모가 상상되시나요?
문제는 가구가 쉽게 사고 버릴 수 있는 것으로 변모했다는 것입니다. 패스트푸드에서 파생된 패스트 퍼니처(Fast Furniture)라는 단어도 생겨났습니다. 빠르게, 대량으로 찍어내고 아무렇게나 쓰다가 쉽게 버릴 수 있는 가구라는 뜻이겠지요. 평생 쓸 가구를 장만하기 위해 찾아다니는 사람은 주변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는 평생 살 내 집을 꿈꾸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드는 사회적 맥락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가구를 버리는 방법도 생각보다 ‘간편’합니다. 일정 크기 이상의 가구는 ‘대형 폐기물’로 간주하여 지자체에서 지정한 폐기물 수거 업체에 신고하고 처리 비용을 지급해야 합니다. 일명 ‘스티커’라 하지요. 스티커를 붙여 내 집 밖에 내놓으면 알아서 가져가 처리합니다. 재활용하는지 매립하는지는 아무도 따지지 않고, 일단 눈에서 보이지 않으니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더 이상 내 소관이 아니게 됩니다. 벽이나 타일을 뜯어냈거나, 걸레받이나 몰딩을 교체하는 시공 후에는 ‘건설 폐기물’이 발생합니다. 특수한 재질인 경우가 많아 반드시 적법하게 분리 배출해야 합니다. 5t 이상이면 allbaro.or.kr 홈페이지에서 신고서를 작성 후 배출 신고를 하고, 5t 이하라면 건설 폐기물 전용 봉투에 담아 일반 종량제 봉투처럼 집 앞에 배출하면 됩니다. 사실, 건설 폐기물 수거-처리업체에 연락하면 ‘알아서 다 처리해준다.’는 팁도 온라인에서 심심치 않게 돌아다닙니다.

가구를 살 때, 인테리어 소품을 살 때, 전자제품을 살 때, 벽지를 바를 때, 페인트를 칠할 때 우리에게 주어지는 소비 정보는 넘쳐납니다. 반면 ‘어떻게 버리세요’라는 폐기에 대한 정보를 단 한 번도 받아보지 않은 점이 수상합니다. 소비자는 소비자이면서 ‘폐기자’라 해도 무방할 만큼 소비와 폐기의 사이클이 짧아진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폐기’에 대한 정보가 예전보다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 제품은 복합재질이기 때문에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특수한 방법으로 배출해야 하니 지자체에 문의하세요’ 또는 ‘이 제품은 생산 시 유해 화학물질을 사용했으니 사용-폐기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와 같이요. ‘알아서 다 처리해드림!’과 같은 방법은 버리는 행위에 대한 부담을 없애고 오히려 무감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삶은 ‘이걸로도 충분한’ 무언가를 찾아가는 여정이라 생각합니다. 나의 생활 속에서 ‘충분한’ 역할을 하는 물건이 어떤 물건인지 깨우치는 노력은 유행을 따르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요. 어떤 물건과 나와의 관계에서 어떤 만족을 얻을 수 있는지는, 타인의 취향과 욕망에 얼떨결에 접속해서는 안 되고, 나라는 사람과 나의 세계에 대해 골똘히 천착해야만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대량 소비, 대량 폐기 시대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다름 아니라 물건과의 관계 탐색입니다. 필요와 불필요, 충분과 불충분 사이의 기준을 찾아야 합니다. ‘언젠가 필요할 테니’, ‘지금 유행이니까’, ‘가지면 만족스럽겠지’와 같은 욕망은 넘쳐나는 광고와 미디어로 인해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자리 잡았는지도 모릅니다. 끊임없는 소비 제안을 거절하는 근육을 단련해야만 ‘살까 말까’ 고민할 때 사지 않을 힘이 생깁니다. ‘1일 1개 버리기’를 실천하며 비우는 연습을 하기 이전에 소비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인류는 오늘도 물건들이 초고층으로 쌓여 있는 탐욕의 스펙터클에 접속한 채로 하루 중 몇 시간이고 마우스 휠을 휙휙 돌려가며 무엇을 살지 고민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만족할 줄 모르는 욕망의 과열은, 지난여름보다 더 지글거리는 기후변화의 악몽으로 우리를 몰아세울 것이 분명합니다. 쉽게 사서 쓰고 쉽게 버릴 수 있다는 편리 대신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무엇을 살까(buy)’ 보다 ‘어떻게 살까(live)’라는 고민이 아닐까요?

 

글 · 배선영(녹색연합 전환사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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