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쓰레기 정책이 필요하다! 시민인터뷰 ③ 일회용 없는 카페 ‘보틀팩토리’ 대표 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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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쓰레기 정책이 필요하다! 시민인터뷰 ② 시민커뮤니티 ‘쓰레기 덕질’ 인터뷰 내용 보기

 

앞선 두 번의 시민인터뷰에서 쓰레기를 최대한 적게 만드는 실천으로 지구에 부담을 덜 주려 고군분투하는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쓰레기 제로를 실천하는 시민의 입장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쓰레기 관련 제도가 왜-어떻게 보완되어야 하는지 힌트를 얻을 기회였습니다. 이번에는 개인의 실천을 넘어 카페라는 플랫폼을 운영하며 일회용품 없는 삶의 가능성을 꾸준히 소개하고 계신 분을 만났습니다. 일회용품 없는 카페 ‘보틀팩토리’ 대표이자 녹색연합의 회원인 정다운 님의 ‘불편한 생활의 실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녹색연합: 안녕하세요. 먼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정다운: ‘보틀팩토리’라는 일회용품 없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디자이너였어요. 패키지 디자인을 했는데 이 디자인의 특성상 버려지는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환경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성수동에 작업실이 있을 때, ‘일회용품 없는 카페가 가능할까?’ 하는 호기심으로 팝업 카페를 운영했어요.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진짜 실험’을 하는 셈이네요.

 

녹색연합: 여느 카페와 분위기가 달라요. 테이크 아웃용 텀블러도 잔뜩 있고, 세척할 수 있는 싱크대도 마련되어 있고, 손수 만드신 친환경 소품들도 많더라고요. 최근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로 다른 카페들의 풍경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규제가 강화되기 전부터 ‘일회용품 없는 카페’에 대한 실험을 해오셨던 터라 개인적인 소회가 남다르실 텐데요.

 

정다운: ‘이렇게 쉽게 바뀔 수 있는 거였구나. 제도만 바뀌면 되는 거였네. 제도가 정말 중요하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예전에 어떤 카페에 ‘저희 매장에서는 친환경 용품을 사용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운영되지 않더라고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게 이리도 불가능한 일인가? 의문이었는데 제도가 시행되고 나니 가능한 일이었어요. 잘된 일이죠. 한편, 종이컵은 아직 써도 되더라구요. 종이컵도 일회용인데…

 

녹색연합: 빨대의 경우도 여전히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는 걸 보면 애초에 문제의식 자체가 없었던 거라 아쉽죠.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도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정다운: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은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만 초점이 맞춰져 규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확장이 되어야 해요. 규제에 의해서 강제하는 것만 지키는 수동적인 모습 보다는, 진짜 일회용품을 쓰지 말아야겠다는 근본적인 마음이 있으면 이렇게 안 할텐데…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느껴요. 특히 빨대는 선택의 여지도 없이 음료에 꽂혀 있잖아요. 카페 운영하시는 분들도 익숙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익숙하다고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바꿀 수 있어요. 빨대를 꽂아주는 것도 당연한 것이 아니고 매장에서 마시는데 테이크 아웃을 위해서 만들어진 일회용 컵을 주는 건 더더욱 당연한 것이 아니고 잘못된 거라는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녹색연합: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현상에 물음을 갖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어쩌면 당연하게 여겼던 ‘일회용품 서비스’에서 탈피해 전환을 도모한 행사를 기획하셨지요? 작년 여름, ‘유어보틀위크 Your Bottle Week’를 진행하셨다고요. 카페들과 손님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는 고민은 있으셨겠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으니까요.

 

정다운: 맞아요. 행사 준비 과정이 오래 걸렸어요. 영업하시는 분들이다 보니 당연한 일이죠. 그래도 어렵지만은 않았던 게 가능성이 있는 카페들에 제안을 했어요. 그런 제도가 시행되기 이전부터 일회용품 컵을 안 쓰던 카페들, 테이크 아웃이 아닌 경우 – 매장에서 마시는 경우에는 머그잔이나 유리컵에다 음료를 주는 게 기본값인 그런 카페들이요. 역시 행사에 참여했던 한 카페는 행사가 끝나고도 계속 일회용품 쓰지 말까? 테이크 아웃 손님이 많지도 않은데 텀블러 가지고 오는 분들에게만 드려도 되지 않을까? 라는 고민을 지속할 정도였거든요. 반응은 카페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긍정적이었어요. 특히 빨대에 대해서요. 이전에는 음료에 빨대를 꽂아서 제공하는 카페가 많았는데, ‘유어보틀위크’ 기간에는 음료에 빨대를 꽂아 제공하지 말자는 가이드를 만들었습니다. 대안으로 보틀팩토리가 각 카페에 다회용 빨대를 지원했어요. 다회용 빨대도 처음부터 꽂아서 내놓는 것은 아니고, 손님이 오시면 메시지 카드를 보여드려요. 우선은 빨대 없이 마시길 권유한 거죠. 필요시에만 다회용 빨대를 제공하기로 하고요.

 

 

녹색연합: 빨대를 찾는 손님이 많이 계셨나요?

 

정다운: 의외로 그냥 드시는 분들이 많더래요. 요청하는 분은 정말 소수였고요. 비용을 떠나서 빨대를 버릴 때마다 쓰레기가 많이 나와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좋았다고 회고하시더라고요. 다른 일회용품을 줄이는 실천은 잘되는 곳도 있었고 조금 안되는 곳도 있었죠.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카페주인장과 손님 사이의 스킨십이라고 할까요? 친밀도가 있었던 곳은 다른 행동을 요청하기 쉬웠던 것 같아요. 신뢰가 있었던 거죠. 이 사람들이 준비했으면 텀블러가 깨끗할거라는 믿음이 있었을 거예요. 저의 추측이지만요. 조금 규모가 크고 주인과 특별히 알고 지내는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던 곳은 아무래도 이해도가 떨어지고 세척에 대한 불안이 있었을 테니까요.

 

녹색연합: 텀블러로 테이크 아웃까지는 가능하더라도 회수 문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정다운:  사실 회수는 잘되는 편이긴 해요. 그 이유는 지역 기반한 동네 카페이기 때문일 거예요. 역세권에 있어 붐비거나, 하루에 많은 양의 테이크 아웃 요청이 있는 카페는 어려울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단골’이 있는 카페일수록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동네 분들은 오가다 가져가셨던 텀블러를 돌려주시고, 모았다가 한꺼번에 가지고 오시기도 해요. 시스템이 없어 정확히 얼마나 회수되는지 체크하고 있지는 못하지만요. 책 대여점이나 비디오 대여점처럼 텀블러 대여 카드를 만들어서 대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실험해볼까 고민 중입니다.

 

녹색연합: 계속 ‘실험’이라고 표현하시네요. 인상적입니다. 그러고 보니 정다운 님뿐만 아니라 보틀팩토리를 찾는 분들도 그런 실험의 기회를 얻게 되는군요. 빨대 없이 마셔볼 기회가 있는 공간이 되고, 텀블러를 직접 세척해보며 대안적인 삶을 경험해보고요.

 

정다운: 그러면 좋을 것 같아요. 불편한 생활의 실험. 저도 제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몰라서 실험이라 생각한 거고, 그렇다 보니 부담 없이 할 수 있어요. 제로웨이스트를 철저하게 실천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저는 그렇게까지는 못하는 사람이고,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실험하는 마음으로 하면 힘들기보다는 재미있거든요.

 

녹색연합: 성공의 경험이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빨대를 안 써보는 경험, 일주일 동안 내가 해봤어! 같은 성공의 경험 말이죠?

 

정다운: 네, 맞아요. 작더라도 그 성공의 경험이 기억에 남아 일상에서 조금씩 실험해볼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게 된다고 할까요.

 

 

녹색연합: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나만 잘하면 된다, 나 하나라도 지구를 위해서 뭔가 실천을 해보자, 라는 마음에서 출발해요. 그러다 어느 정도 하다 보면 자꾸 누군가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고요. 카페에서는 ‘빨대는 빼고 주세요’, ‘일회용컵 주지 마세요’. 시장에 가면 ‘비닐 주지 마세요’ 처럼요. 혼자만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기에 보틀팩토리라는 공간에서 그런 불편한 제안을 끊임없이 하시는 거란 생각이 들어요.

 

정다운: 정말 공감되는 이야기입니다. 맞아요. 끊임 없이 다른 사람에게 제안하기도, ‘이거 안 쓸래요!’ 거절하기도 하죠. 저는 디자이너로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왜 저렇지?’ 의심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어떻게 바꿀 수 없나?’ 시스템을 고민하게 되는 거죠. 보틀팩토리를 운영하면서는 컴퓨터 앞에 앉아 디자인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저는 계속 세상을 디자인하는 셈이에요.

 

녹색연합: 녹색연합과 같은 환경단체에서 어떤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지요?

 

정다운: ‘제도’가 굉장히 필요하다고 예전보다 더 느꼈어요. ‘제도’가 한번 바뀌었는데 결과가 확 달라지는 것을 보고 나니까 개인의 역할도 분명히 중요한데 제도가 뒷받침되어주면 변화의 속도가 빠르겠구나. 시너지가 있겠다. 그래서 ‘제도’가 지금보다 촘촘하게 보완되면 좋겠다고요. 하지만 제도 변화를 촉구하는 건 개인의 힘으로는 어렵잖아요. 개인이 제안하는 것과 단체가 제안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니까요. 파워가 다르다고 할까? 녹색연합이 그런 힘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어요. 관심 있는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더 공간을 마련해주시고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정보도 잘 모르기도 하니까요. 쓰레기 대란 이후에 사람들의 관심은 높아졌는데, 여전히 잘 모르는 거예요. 매번 법령을 찾아볼 수도 없고 용어도 너무 생소하고. 일상에서 쉽게 알 수 있는 정도로 정리-해석된 가이드가 만들어져서 시민들에게 쉽게 전달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녹색연합: 네, 녹색연합의 역할을 찾아 더 열심히 활동해야겠습니다. 인터뷰 고맙습니다.

 

개인의 실천과 더불어 카페와 같은 영업점에서 일회용품을 비롯한 쓰레기를 줄이려는 시도에 대해 상세한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할 거리가 많아집니다. 법과 제도가 일상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한편, 시민들의 자발적인 실천과 문제의식이 멈춘다면 정책도 금세 껍데기에 불과해지지 않을까요? 삶에서 실천을 통해 스스로 영향력을 키우는 시민이 많아져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커집니다. 그 가운데 녹색연합은 실천하는 시민과 함께 현실에 밀착한 제도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펼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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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녹색이음팀 김진아

인터뷰 진행과 내용 정리: 녹색이음팀 강승남, 전환사회팀 배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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