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순례1일차] 미세먼지 걷어내고, 에너지전환의 길 걷자!

2019.05.09 | 녹색순례-2019

[기후변화를 걷다]

녹색연합은 1998년부터 봄이 되면, 도보순례를 떠납니다. 활동가들은 무쌍한 자연과 또 인간이 낸 생채기들을 현장에서 만납니다. 2019년 스물 두 번째 녹색순례는 ‘기후변화를 걷다’입니다.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를 둘러 재생에너지와 그 재생에너지를 일구고 사는 사람들의 궤적을 좇습니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는 당장의 편리가 결국 치명적인 불리로 돌아온 증거입니다. 에너지 전환은 이제 절체절명의 사명입니다. 8박9일(5월9일부터 5월17일까지) 동안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보고, 듣고, 내딛은 단편의 기록을 연재합니다.

 

 

삼십여 명의 활동가와 회원을 태운 버스가 네 시간 여를 달려 도착한 곳엔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고개를 들어보니 두 눈에 들어오는 건 낡아빠진 높다란 굴뚝과 멋없는 공장. 지난 2017년 7월, 34년간의 가동을 멈추고 비로소 폐지된 서천화력발전소 건물이다. 눈을 좀 더 즐겁게 해 줄 무언가를 찾아 고개를 돌리니, 이번엔 울타리 너머로 공사가 한창인 건설 현장이 보인다. 기껏 폐지한 노후발전소 바로 앞에 최신 시설이랍시고 새로 또 지어지고 있는 발전소. 바로 신서천화력발전소이다.

 

 

 

신서천화력은 대한민국 영토 내에 현재 건설 중이거나 착공을 앞둔 7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중 하나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무려 60기의 석탄발전소가 가동 중인데, 미세먼지 등 갖가지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정부는 노후발전소 폐지 시점을 앞당기거나 추가 폐지 계획을 검토하는 등 탈석탄 정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7기의 발전소를 새로 짓고 있으니 앞뒤가 영 맞질 않는다. 정부와 발전사 측은 최신 기술을 적용한 신규 발전소가 기존 발전소보다 발전 효율이 높으며 유해물질 배출량도 훨씬 적다는 해명을 한다. 신서천화력의 건설·운영을 담당하는 한국중부발전은 총사업비 5분의 1에 달하는 2천 6백억 원을 환경설비에 투자하여 세계 최고의 친환경발전소를 짓겠다며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석탄발전소 환경설비에 들어가는 그 많은 돈을 차라리 태양광 발전에 쓰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그리하면 온실가스·미세먼지 배출량을 0으로 유지하며 전기를 만드는, 진정한 ‘친환경’ 발전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온실가스 걷고, 에너지 전환의 길 걷자! 미세먼지 걷고, 쓰레기 없는 길 걷자!’는 메시지를 내건 녹색연합의 스물두 번째 녹색순례 <걷고, 걷자>가 신서천화력발전소 건설 현장 앞에서 그 출발을 알렸다. 이제 막 지어지고 있는 석탄발전소를 등 뒤에 두고 ‘석탄발전 OFF 미세먼지 BYE’ 피켓 퍼포먼스를 펼쳐야만 하는 현실이 슬프지만 그래도 우리는 웃는다. 그 옛날 만리장성을 쌓은 중국인들도 결국은 “벽돌 한 장을 놓고 그 위에 다시 한 장을 놓은”거라 말한 사티쉬 쿠마르 (*핵무기 없는 세상을 꿈꾸며 2년 반 동안 인도부터 미국까지 8,000마일을 두 발로 걸어간 인도의 생태철학자. 그가 걸었던 길이 녹색순례의 시초가 되었으며, 녹색연합은 그의 평화순례 정신을 계승하여 1998년부터 녹색순례를 매해 열어오고 있다.) 의 말을 떠올리며. 아무리 멀어 보이는 길도 결국은 한 걸음 내딛으며 시작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담담하게 우리의 메시지를 전하며 갈 길을 간다. 에너지 전환으로의 길, 쓰레기 없는 길을.

간단하게 발대식을 하고, 본격적인 순례길에 들었다. 차도 옆을 걷는지라 흙먼지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지만 햇살 아래 살랑살랑 봄바람을 맞으며 걸으니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걷는 길 양 옆으론 어느새 푸릇해진 산과 들이 보이기도, 드넓게 펼쳐진 갯벌이 보이기도 한다. 일렬로 줄을 지어 걷고 있는 활동가들은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말없이 묵묵히 걷는 사람도, 화음 맞춰 이번 순례 주제곡인 <행복의 나라로>를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각자의 ‘걷(어내)고 싶은 것’과 ‘걷고 싶은 길’을 생각하며 15km를 걸으니 어느새 순례 첫 날이 저물었다.

 

 

 

글/ 전환사회팀 유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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