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곰의 고통으로 몸보신하는 나라

곰은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입니다. 유명한 곰 캐릭터와 인형부터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음료 광고 모델이기도 합니다. 단군신화에도 곰이 등장합니다. 곰 하면 떠오를 또 하나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웅담으로 대표되는 보신 문화의 상징입니다. 이러한 곰의 이미지를 활용한 유명 제약회사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야생동물을 이용한 보신 문화는 뿌리 깊습니다. 전통 의학서 동의보감에는 야생동물을 이용한 약재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호골, 서각, 녹용 등 범위도 넓습니다. 웅담 역시 그 효능이 기록되어 지금까지도 귀한 약재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웅담은 귀하게 여겨지지만, 그 웅담을 채취하기 위해 사육되고 있는 곰에 대한 대접은 그렇지 못합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는 곰들은 평균보다 몸집이 작고 말랐으며, 머리를 돌리거나, 제자리를 빙빙 도는 등의 스트레스로 인한 정형행동을 보입니다. 다치거나 병에 걸려도 치료를 받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2005년 녹색연합이 진행한 ‘사육곰 및 웅담 관련 한의사 여론조사’에서 한의사 93.3%는 ‘일반인들이 건강이나 약용 등의 목적으로 한의사의 처방 없이 웅담을 구입하여 복용하는 것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또한, 2009년 대한본초학회가 작성한 「웅담 대체 한약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10년 동안 우리에 가두어 기른 곰에서 얻은 쓸개는 한의학에서 말하는 웅담의 약효를 나타낼 수 없으며, 웅담의 효능을 대체할 여러 약재가 있다고 합니다.

그릇된 보신 문화의 상징, 웅담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져 온 웅담에 대한 믿음은 그릇된 보신 문화를 불러왔습니다. 현재 웅담 채취를 위해 곰을 사육하는 것이 합법인 나라는 전 세계에서
단 두 곳입니다.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입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곰을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사육하며 웅담 등의 부산물을 상품화해 파는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한국인은 주요 고객으로 꼽힙니다. 1997년 타임지는 동물보호단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 세계 곰에서 채취한 쓸개의 10개 중 9개는 한국에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사의 과장된 사실 여부를 떠나 한국의 웅담 및 보신 풍조는 국제적 비난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2018년 녹색연합은 국제동물보호단체인 WAP❶와 함께 국내 웅담 및 호랑이 관련 상품 인식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98.3%가 ‘향후 웅담 또는 웅담 관련 상품 구입 의향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구입 의향이 없는 이유에 대한 답변은 ‘특별히 필요하지 않아서(70.9%)’, ‘곰이 받을 고통 때문에(32.5%)’, ‘곰이 멸종위기종이라서(27.0%)’순으로 곰에 대한 보호 차원의 인식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웅담의 수요가 거의 없는 수준에 달하며, 곰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웅담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자 농가에서는 경제적 손실을 메꾸기 위해 사료의 질과 양을 낮추게 됩니다. 사육환경은 날로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약용으로서의 웅담 채취 외 다른 활용은 모두 불법이지만 공공연히 곰 코스요리 판매를 홍보하는 농가도 있습니다.

지리산의 60마리와 철창 속 500마리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을 복원하기 위해 국가에서는 수백억의 예산을 쏟아붓습니다. 지리산에는 60여 마리가 넘는 반달가슴곰이 귀한 대접을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좁은 사육장에 갇혀 자유를 잃고, 10년의 시한부 삶을 살다 웅담마저 빼앗길 500여 마리의 사육곰이 있습니다. 흙을 밟고, 숲을 누벼야 할 야생동물이자, 국제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멸종위기종을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하는 이 모순을 우리는 언제쯤 해결할 수 있을까요? 다른 생명의 고통을 이용해 건강해지고자 하는 욕망을 우리는 언제쯤 멈출 수 있을까요?

 

[참고 및 부분출처]
❶ WAP : 세계동물보호기구(World Animal Protection)

 

글.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활동가)

이 글은 녹색희망 267호 <먹을까, 사랑할까>에 실린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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