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탐사단]4일차. 산양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걸어보는 4박 5일

야탐단 마지막 날 우리는 새벽 6시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하고 탐사과정에 관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였다.  오늘 탐사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두 모둠으로 나뉘어 탐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한 모둠인원인 4명이 각자 역할을 분담했다. 탐사 전 과정을 사진으로 남기는 기록용 카메라는 이은정 님이, GPS는 내가, 관찰 종이나 흔적을 기록하는 야생동물 조사 야장은 김상원 님(eddy)이, 발자국이나 배변 흔적 길이를 측정할 줄자는 이희창 님이 맡았다. 어제 약 9시간 동안의 산행으로 근육이 뭉치고 몸이 많이 지쳤지만, 마지막 날인 만큼 다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탐사지로 향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가파른 사면, 암벽들로 인해 숨이 턱턱 막혀갔다. 경사가 가팔라 나무뿌리를 로프처럼 잡고, 큰 바위와 나무 기둥을 잡으며 네발로 기어가다시피 올라갔다. 산양은 바위가 많은 절벽지대를 선호하는 생존전략을 갖고 있어 산양 모니터링을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작은 바위, 돌을 잡거나 발을 디디면 쉽게 떨어지기 때문에 집중하며 천천히 올라가야만 했다. 떨어지는 돌은 가속도가 붙어 큰 힘을 가지고 있어 매우 위험하다. 따라서 빠르게 “낙석!!” 을 큰소리로 외쳐 뒤에 따라오는 사람에게 알려 위험을 최소화했다.

힘겨운 탐사과정 중 가장 즐거웠던 일은 바로 설치되어있던 무인카메라에 찍힌 사진들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사진들을 보며 ‘이곳이 산양이 지나간 자리구나. 그들의 발자취를 우리가 따라 걷는구나.’ 하는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무인카메라에 찍힌 사진에는 생생한 산양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산양 이외에도 고라니, 오소리, 담비, 청설모, 족제비, 멧돼지 등의 일상생활 속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야생동물의 모습이 찍혀있어 모둠원들 모두 사진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나는 이전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자원활동가로 활동했기 때문에 수리부엉이, 올빼미, 너구리, 고라니 등 다양한 야생동물을 볼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구조센터에 들어오는 동물들은 일단 ‘구조’ 가 된 동물. 즉, 로드킬, 유리창 충돌, 덫, 전선, 낚싯줄 등과 같은 사람이 제공한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생명에 위협을 받을 정도의 큰 치명상을 입고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힘없이 가만히 앉아있고 숨을 가쁘게 쉬는 모습이 내가 이제까지 보아왔던 야생동물의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무인카메라에 담긴 생생한 야생동물들의 모습들을 처음 볼 때,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산양의 흔적은 바로 하산하면서 발견한 대량의 산양 똥이다. 이 대량의 똥들은 놀랍게도 도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되었다. 주위를 확인해보니 이곳은 도로절개지로, 산양이 건너가지 못하는 구간이었다. 아래로 내려가면 도로기 때문에 갈 길을 잃은 산양이 내려오려던 것을 멈추고, 다시 올라갔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산을 넘어갈 길이 없으니 산양은 얼마나 당황했을까? 도로절개지 쪽 도로는 바로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삼근리 36번 국도이다. 삼근리-대흥리 일대의 이 국도는 산양의 핵심 서식지를 관통하기 때문에 로드킬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장소 중 하나이다. 야생동물들의 이동 습성은 오랜 시간에 걸쳐 각각의 생존 방식을 형성하면서 지구 생태계를 지속가능하도록 유지해 온 일종의 자연의 질서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야생동물들의 이동은 인간 활동 영역 확장의 영향을 받으며 사실상 ‘생명을 건 모험’ 이 되었다. 이러한 방향이 과연 야생동물의 생명과 맞바꿀 만큼 가치 있고 옳은 것인지 여러 번 곱씹어 생각해보고, 야생동물의 습성을 고려한 올바른 방식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전 탐사를 마친 후에는, 왕피천 트레킹을 진행하였다. 왕피천 유역은 빼어난 자연경관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생태경관 보전지역이다. 길을 걷는 내내 웅장한 산, 바위 등을 보며 감탄을 계속 내뱉었다. 그동안 가파른 산을 오르느라 지쳤을 탐사단에게 왕피천 트레킹은 피로를 달래주는 힐링으로, 그리고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았다. 또, 늦은 저녁에는 ‘늑대가 온다’ 의 저자 최현명 선생님의 야생동물 강의가 진행되었다. 그동안 궁금했었던 늑대에 대해 의문점을 해소할 수 있는 값진 강의였다. 마지막 강의를 마친 후, 최현명 선생님의 엄청난 그림 실력을 보고 모두 감탄했다.

이번 야탐단을 통해 지도를 보면서 산을 오르내리며 산양의 흔적을 조사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이름도 생소했던 ‘독도법(지도를 읽는 법)’ 에 대해 배우고, 실전에 적용해 목적지를 찾아갈 생각에 설레고 기대가 되는 마음으로 조사 배낭을 챙긴 것이 떠오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배운 것이 많았던 4박 5일이었다.

 

글쓴이-야탐단 10기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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