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츄어리 답사기 3. 베트남 Ninh Binh

2019.08.07 |

국제동물복지단체 포포즈 인터내셔널(Four Paws International)에서 운영하고 있는 생츄어리에 다녀왔다. 베트남 닌빈(Ninh Binh)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약 93km정도 떨어진 곳이어서 차로 2시간정도 이동해야 했다. 오토바이와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하노이와 달리 닌빈은 높지 않은 산들이 줄지어 낙타 등처럼 솟아 오른 모습이 매우 아름다웠다. 닌빈의 곰들은 어떤 환경에서 지내고 있을까? 더욱 궁금해졌다.

사진1. 곰 생츄어리 닌빈 안내도

 

교육을 위한 생츄어리 방문 시설

생츄어리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건 생츄어리 전경을 볼 수 있는 실내 공간이었다. 이 곳은 방사장보다 높아 곰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조망할 수 있게 설치되었다. 전면 유리창을 통해 방사장에서 곰들이 쉬거나 놀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볼 수 있었는데, 나무와 놀이기구 그리고 웅덩이로 조성된 방사장은 땀다오(Tam Dao) 생츄어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사진2. 생츄어리 전경

 

사진3. 웅담 채취 모형

실내에는 베트남 사육곰들이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 영상을 상영하고 모형을 전시해 두었다. 국내에서는 살아있는 곰으로부터 웅담을 채취하는 것은 불법으로 그런 사례를 본 적은 없었는데 베트남에서는 여전히 이런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사육곰들이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다고 했다. 한국에서 말로만 들어왔던 광경을 직접 영상과 모형으로 보니 그 끔찍함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옆 건물에는 채식음식과 친환경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인근에는 식당 등의 편의시설이 전혀 없기에 방문자들에게는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이 곳에서 안내자를 만나 베트남 사육곰 현실과 생츄어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메일로 방문신청하면 어렵지않게 닌빈 생츄어리에 방문할 수 있는데 다른 생츄어리보다는 방문자 교육 부분에 신경을 더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섬세한 시설과 관리

곰사 내부로 안내를 받아 들어갔다. 첫 발을 내딛었을 때 곰사는 고요하고 깨끗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천장이 높고 지붕을 두 개의 층으로 얹혔는데 그 사이로 공간이 있어 통풍이 잘 되었다. 덕분에 밖보다 훨씬 시원하게 느껴졌다. 곰사 안에는 방마다 수도꼭지가 있었는데 곰들은 더울 때 시원한 물을 맞으며 쉴 수 있었다.

 

사진4. 곰사 내 천장

 

곰사 마지막 방에는 작은 아기 곰 두 마리가 장난을 치며 놀고 있었다. 올해 1월 10일에 불법 거래 도중에 구출된 1년도 되지 않은 곰들이었다. 곰사에서 연결된 방사장은 아기곰 두 마리 만을 위한 공간이 따로 있었는데 너무 어린 곰들이기에 큰 곰들로부터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과 이들에게 필요한 기구를 마련해 준 것이다. 문뜩 국내 사육농가에서 태어나 사육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큰곰 때문에 손이 잘린 아기반달가슴곰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진5. 2019년 1월 10일에 구출된 새끼반달가슴곰

 

사진6. 방사장 내 새끼반달가슴곰을 위한 독립된 방사장 공간

 

이어서 곰들의 식사가 준비되는 곳을 둘어보았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채소 위주의 식단을 주로 제공한다고 했다. 저온 창고에는 다른 야채들과 함께 죽을 보관해두었다. 농장에서 사육되다 구출된 친구들은 대부분 죽(잔반) 형태의 식사를 해왔기에 처음부터 딱딱한 야채를 제공하지 않고, 죽부터 시작해서 점점 강도를 높여간다고 했다.

 

사진7. 곰 먹이로 준비된 채소

곰들이 구조되어 생츄어리에 왔을 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매우 예민하다고 했다. 좁은 공간이 전부인 것처럼 평생을 살아온 그들에게 새로운 공간은 냄새도 색깔도 크기도 달라 낯설기만 할 것이다. 그리고 관을 꽂아 웅담을 뽑아내던 착취의 경험과 고통의 기억이 그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을 것이다. 사육농가에서 지내던 곰들은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다양한 병에 노출되어 있어 각 곰에 맞게 수의사들이 직접 치료를 한다. 방문한 시각에 운이 좋게 직접 치료하는 모습을 활동가들은 볼 수 있었다. 꿀을 문에 발라 수의사가 있는 쪽으로 곰을 유인하고 수의사가 ‘터치(touch)’라고 말하면 꿀을 먹던 곰은 피부병이 있는 부위를 수의사에게 스스로 갖다 댔다. 마취도 수면유도도 필요없었다. 예민한 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토록 그들을 괴롭히던 인간에게 마음을 열어준 곰과 그리고 그렇게 마음을 열 수 있게 돌봐 준 생츄어리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의 사육곰 농가에서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반달가슴곰들이 구출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구출이 되어도 갈 곳이 없다. 그들이 마음을 열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생츄어리를 오늘도 꿈꿔본다.

사진8. 피부병을 치료하고 있는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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