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나무에서 자라는 비누를 소개합니다.

“충분함은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데서 온다. 선입견에 딴죽을 거는 데서 온다. 가진 것은 줄이고 시도는 늘리며 딱 알맞은 게 어느 정도인지 알아내는 데서 온다. 적은 것에서 느껴지는 두려움을 떨쳐버리는 데서 온다. 많은 것에서 느껴지는 거짓된 안도감을 털어버리는 데서 온다.
더 많은 걸 가졌다가 모두 잃어버리고 정말로 필요한 게 뭔지 깨닫는 데서 오기도 한다. 충분함은 오랜 노력의 종착점이다.” – 패트릭 론 <이너프> 중

삶은 ‘이것으로 충분한’ 무언가를 찾는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나는 이걸로 만족해.’라는 마음은 곧 자연 앞에서는 겸손함이 되고, 부대끼는 현실 속에서는 여유로움이 됩니다. 특히 물건을 산다는 행위에서는 더욱더 그렇습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에 이어 대량폐기의 시대에서 우리는 살아가며 물건을 사기 위해 여러 선택을 합니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 끝에 나의 취향과 용도, 그리고 나의 삶의 방식과 퍼즐처럼 꼭 맞는 물건을 발견하면 어찌나 기쁜지요. 게다가 그 물건이 ‘이것으로도 충분하다’는 만족감을 주는 물건이라면 더욱 곁에 두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자연이 주는 충분함에 대해 생각합니다.

저에게 소프넛이라는 자연물은 ‘이것으로 충분한’ 그 자체입니다. 합성 계면활성제를 피하려 샴푸와 클렌저를 끊고, 이내 물과 천연 비누만 사용하기 시작하던 4년 전, 소프넛을 처음 만났습니다. 소프넛은 무환자나무에서 자라는 열매를 말하는데, 열매껍질에 사포닌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비누 열매(Soap Nut 또는 Soap Berry)’라고 부릅니다. 나무에서 자라는 비누라니! 마냥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열매가 흩어지지 않도록 천 주머니에 넣어 사용하면 풍성하진 않지만 거품이 일고, 빨래도 잘 되었습니다. 때가 심하게 묻은 옷은 초벌 빨래를 하면 더욱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소프넛을 천 파우치에 넣은 채, 뜨거운 물로 끓여 액상화해 여기저기 씁니다. 빨래나 설거지 할 때, 화장실 청소할 때 쓰고, 심지어 머리를 감을 때도 사용합니다. 소프넛을 끓이는 날이면 살짝 식초와 오렌지의 중간 정도 되는 시큼한 냄새가 온 집안 곳곳 퍼지는데, 금방 익숙해집니다. 어쩌면 이런 과정이 번거롭고 불편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단순하면서도 충만한 생활의 아름다움을 발견합니다. 수많은 광고 속에서 저마다 초특급 세정력을 자랑하는 각양각색의 세제들을 일일이 비교할 일도 없고, 환경에 더 좋은 제품을 고르느라 골몰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 쓴 용기를 분리 배출할 일도 없고요. 물건을 선택하는 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 스트레스가 확 줄었습니다. 자연스러운 단순함. 스티브 잡스가 매일 같은 옷만 입었던,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사랑스러운 비누 열매, 한번 만나보고 싶지 않으세요?

 

사용 방법


① 천 주머니에 약 15개의 소프넛 열매를 넣고 잘 묶어, 1.5L 물이 담긴 냄비에 넣습니다.


② 센불에 끓이다가, 끓으면 불을 줄이고 한 번씩 저어주며 30분 더 끓입니다.
③ 불을 끄고, 어느정도 식으면 소프넛을 건져냅니다.


④ 약 1L의 액상을 집에 있는 유리병에 넣어서 보관합니다!
*추출 방법은 프레시버블 홈페이지를 참고했습니다. (www.freshbubble.kr)
⑤ 보존제를 따로 넣지 않은 소프넛액상은 냉장고에 넣고 1달 이내로 사용합니다.

소프넛을 사용하면 뭐가 좋을까요?
– 나에게 좋습니다. 샴푸나 세제, 섬유유연제에 첨가된 합성 계면활성제(대표적으로 라우릴설페이트 같은!)의 독성과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지킬 수 있거든요.
– 벌크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면 쓰레기가 나오지 않아서 좋아요.
– 100% 천연 성분으로 물을 오염시키지 않아 지구에도 좋아요.
– 미니멀리즘에 도전한다면? 샤워부터 빨래, 설거지, 반려동물 목욕까지 올 인 원으로 만족!
– 세정력을 잃은 열매껍질은 모아 모아 화분이나 텃밭에서 퇴비화하면, 이것은 진정한 자원 순환.

소프넛을 포장 쓰레기 없이 사는 방법
– 용기를 가져가면 원하는 용량만큼 구매할 수 있는 벌크 매장을 소개합니다.

제로웨이스트샵 지구 (서울 동작구 성대로1길 16) : 매주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zerowaste_jigu

보틀팩토리 채우장(서울 서대문구 홍연길 26) : 매월 첫째 주 토요일, 팝업으로 열리는 쓰레기 없는 장터.
인스타그램 @chaewoojang

 

글. 배선영(녹색연합 전환사회팀 활동가)

이 글은 녹색희망 268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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