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버스탐방 후기 ①] 힘든 싸움, 그러나 지치지만 않는다면

2019.10.21 | 탈석탄

녹색연합은 지난 토요일인 10월 19일, 시민들과 함께 삼척을 찾았습니다.

우리에게 닥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삼척포스파워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막기 위해,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시민들이 현장을 찾은 건데요. 발전소 부대 시설인 석탄하역부두가 건설되고 있는 맹방해변 바로 앞마을 주민분들, 그리고 지역에서 반대 운동을 펼쳐 나가고 계신 분들을 만나 발전소가 왜 지어지면 안 되는지, 마을엔 어떤 피해가 있는지 등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이야기 후엔 삼척포스파워 석탄화력발전소 백지화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다 함께 ‘포스파워 OUT 석탄발전 OFF 기후위기 BYE’ 현수막을 펼치고 ‘SOS 모스부호 구조요청’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일정에 함께해 주신 시민분들의 후기를 연속으로 공유합니다.

>>> 삼척포스파워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백지화 서명하러 가기 >>> http://bit.ly/삼척포스파워반대서명


 

맑은 아침이었다. 주차장엔 행락 일정을 소화하기 위한 버스들이 여기저기 제법 많았다. 으레 이때쯤엔 저 행락 그룹에 서 있는 게 자연스러운데 내가 오늘 이 버스를 왜 타고 있을까 약간의 어색함을 느꼈다. 버스 안에서 각자를 소개할 때 알게 된 건 환경 이슈가 국가 제도 안에서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는 다행스러운 상황이었다.

긴 시간의 이동 끝에 도착한 맹방해변에는 모이신 주민분들의 심각한 표정과 달리 파도가 힘차게 당당히 부딪혀 왔다. 예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가 결국 의존할 수밖에 없는, 훼손할 수밖에 없는 그 자연, 그 자연의 의연한 자존심과도 같이.

동네 대표와 투쟁위원장님의 상황 설명에 말없이 연신 고개로, 눈으로 결기를 보여주시는 동네 주민분들. 개인이 소유하지 않은 주변의 친구와도 같은 자연을 자본이 돈으로 셈하는 동안 틀이 잡힌 힘찬 연설을 들으며 섬처럼 외로워질 자신들의 처지를 그나마 위로하고 있는 듯했다.


해변의 퍼포먼스, 발전소 현장 입구에서의 짧은 외침, 민물김이 자라는 계곡, 그리고 전망대에서 바라본 해변 공사 현장. 일정을 소화해가면서 차츰 더 마음이 무거워졌다. 내 손에 쥐어진 계란을 만지작거리며 바위를 바라볼 때 느끼게 될 막연한 패배감이 이러할까?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마지막으로 사무처장님이 마무리 인사를 하시면서 삼척발전소 건설 반대운동은 힘들겠지만 해 볼 만하다고 하셨다. 답답하던 마음이 풀려 가기 시작했다. 잠시 패배감에 젖었던 내가 부끄러웠다. 국가 시스템 안팎에서 자본에 대응하여 다양한 형태와 이슈로 우리는 여전히, 꾸준히 교전 중이다. 이 싸움은 해 볼 만한 싸움인 것이다. 우리가 잊거나 지치지만 않는다면 우리들은 늘 저쪽에 당당한 싸움 상대가 될 것이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헤어져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 오늘 행사에 참여하신 수녀님과 잠시 걷게 되었다. 좋은 일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 기쁘다는 말씀이셨다. 머릿수건으로 다 가려지지 않은 그분의 은색 머릿결이 내가 우리 마을에서 본 가장 선명한 푸르름이었다.

 

 

글: 임경인 님 | 정리: 전환사회팀 유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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