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네 마리 구출 이야기 – 반이, 달이, 곰이, 들이의 두 번째 삶

웅담채취용 사육곰.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에 놓였지만 한국에서는 인간의 보신을 위해 10살이 되면 도축당해 웅담을 빼앗기는 처지에 놓인 곰입니다. 평생을 좁은 철창에서 개사료나 음식물쓰레기로 연명하다 10살이 되면 죽습니다. 이 사육곰 정책을 폐지하려는 녹색연합과 WAP의 노력으로, 이제 더 이상 철창안에서 곰은 태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남은 곰들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녹색연합은 웅담채취용 사육곰을 구출을 시작했습니다.

#1

사육곰을 구출하기 위해, 곰들을 보호할 장소를 찾는 게 가장 먼저였습니다. 녹색연합이 2013년에 사육곰 ‘보담이’를 구출하려고 했을 때, 대형 포유류를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을 찾아 전국을 수소문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결국 보담이는 농장 철창 속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담이와 같은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녹색연합은 종복원기술원에서부터 국립생태원, 전국의 크고 작은 동물원까지, 사육곰이 구출 후 지낼 수 있는 시설을 찾았습니다. 많은 곳의 문을 두드렸지만, 전주동물원과 청주동물원에서만 사육곰을 받아 줄 수 있다고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더 자유로운 보호시설로 보낼 수 없어 안타까웠지만 우선 열 살이 되면 도축이 당할 위기에 놓인 이들을 구출하고자 동물원으로의 구출을 선택했습니다. 보담이처럼 보호시설이 만들어지기 전에 죽지 않도록, 녹색연합이 보호시설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동안 농장의 사육환경보다 조금 더 넓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수의사와 사육사의 보살핌 속에 기다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2

곰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을 찾은 후 해피빈을 통해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웅담채취용으로 곰을 기르는 것이 적법이고, 곰이 개인의 사유재산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농장에서 곰을 구출하려면 농장주로부터 곰을 매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금을 시작하며 구출할 곰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전국에서 웅담채취용으로 사육되고 있는 5살 이하의 새끼곰은 40여마리입니다. 녹색연합은 이 가운데 사육곰 구출 이후 사육곰 사업 폐업이 가능한 농가를 우선순위로 5살 이하의 새끼곰 구출을 제안하였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되자 약속한대로 곰을 보내겠다는 농가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2차 안으로, 새끼곰을 보유한 농가로 확대하여 구출을 제안하였고, 그 결과 한 농가의 새끼곰들을 구출하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곰을 구출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 받아주는 곳이 없어 세 마리의 곰을 구출하게 되었습니다. 2014년에 태어난 새끼곰 4남매 중 세 마리. 사람들 틈에 살았지만 그저 재산으로 여겨지며 살아온터라, 이름이 없었던 이들을 위해 시민분들과 함께 sns 공모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45분께서 이름 아이디어를 내주셨고, 92분의 시민분들께서 주어진 생을 다 할때까지 오래오래 불러줄 이름으로 ‘반이, 달이, 곰이’를 선택해주셨습니다. 4남매 중 남은 한 마리에게는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들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3

2018년 12월 7일, 사육곰이 37년만에 농장밖으로 나오던 날. 녹색연합은 이 날을 위해 청주동물원 김정호 진료사육팀장님과 함께 미리 곰들의 건강검진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먼 길 여행을 떠날 새끼곰들이 많이 힘들어하지 않도록 진동이 적고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차량을 준비했습니다. 이동을 담당하는 운송업체 또한 2012년부터 동물 운송 경험을 쌓아온 회사로 선택했습니다. 이른 아침, 반이와 달이, 곰이를 마취하여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직접 케이지에 옮겼습니다. 회복제를 주사하고 곰들의 상황을 확인한 후 청주동물원으로 출발했으며, 중간에 휴게소에서 곰들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였습니다. 반이와 달이는 보금자리인 청주동물원에 오후 3시 30분경 도착했고, 곰이는 저녁 6시 30분에 전주동물원에 도착했습니다. 반이, 달이, 곰이가 이사한 후 1달 정도 후에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찾아갔을 때 반이와 달이는 수의사님, 사육사님들과 많이 친해졌고 음식도 잘 먹는 상황이었습니다. 곰이는 안타깝게도 아직 적응을 하지 못해 사육사님이 특별히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4

곰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보금자리에 적응하여 표정도 많이 밝아지고, 사육사님들이 넣어준 통나무 장난감도 잘 가지고 놀게 되었습니다. 음식도 잘 먹어 털도 반지르르해졌지요. 청주의 반이와 달이는 합사를 시작했습니다. 같은 농장에서 살았지만 다른 철창에서 지냈던 탓에 서로에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적응을 잘 마친 두 마리의 곰은 함께 살기 시작했으며, 몸집에 따라 서열이 잡힌 덕분에 크게 다투는 일 없이 잘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 녹색연합은 농장에 남겨졌던 들이를 구출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반이와 달이가 살고 있는 청주동물원 곰사가 리모델링되며 조금 더 넓어졌고, 흙바닥과 통나무 장난감, 구조물 등이 생기며 사육환경이 더 좋아졌습니다. 넓어진 공간에 들이가 살 수 있게 되어, 청주동물원에서 들이를 받아주시기로 했습니다.

#5

2019년 9월, 9개월 만에 다시 사육곰이 농장에서 나왔습니다. 혼자 남겨졌던 들이가 구출된 것입니다. 형제들이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건강한 삶을 살아갈 동안 들이의 시간은 여전히 머물러있었습니다. 차가운 콘크리트뿐인 철창 속에서 빙글빙글 돌며, 하루에 한 번 주는, 그것도 정량의 1/3밖에 되지 않는 개사료를 기다리며, 내리는 눈과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이전과 다름없는 9개월을 살았습니다. 다행인 것은, 건강상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들이를 구출하던 날도 아침부터 활동가들이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그래도 반이, 달이, 곰이 세 마리의 곰을 한 번에 구출했던 경험이 있어 들이 한 마리를 구출하는 것은 조금 수월했습니다. 무사히 청주동물원에 도착하여 반이, 달이처럼 사과를 제일 먼저 집어든 들이. 들이는 이제 농장의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벗어나 흙을 밟고, 야생에서처럼 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들을 사용하고, 여름에는 물에도 풍덩 빠져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반이, 달이와 함께 놀 수 있겠지요. 현재 들이는 반이, 달이와의 합사를 앞두고 열심히 적응하고 있으며 곰이도 봄이 되면 다른 반달곰들과 합사하게 될 예정입니다.

#6

녹색연합이 네 마리의 곰을 구출했지만 아직 과제는 남아있습니다. 웅담채취용으로 길러지던 곰을 방치하지 않고, 자연과 가까운 환경에서 보호해줄 보호소가 필요합니다. 녹색연합이 베트남, 라오스 등 해외의 곰 보호소를 찾아갔을 때, 그 곳의 곰들은 철창 속에서 약해진 몸을 재활하며 맛있는 음식과 보살핌으로 두 번째 삶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웅담을 찾는 사람들이 없는 지금, 마지막 사육곰이 죽기를 기다리며 그들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남은 생을 조금이라도 자연에 가까운 모습으로 살도록 돕는 시설이 필요합니다. 이 일을 시작한 정부가 끝맺어야 합니다. 철창 속 500마리의 곰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녹색연합은 계속 방법을 찾고, 관련된 사람들을 이으며 꾸준히, 그리고 꿋꿋하게 활동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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