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회원] 산처럼 그렇게 – 허재용 회원

2002.05.24 | 행사/교육/공지

허재용 회원님의 첫 마디에서 산들이 쏟아져나왔다.
북한산, 도봉산, 사패산, 선운산, 청계산…. 사람이 하는 말이 곧 그 사람이라는 말을 이해하겠다. 산처럼 수줍어하시면서 산처럼 흔들림없는 눈빛이다.
‘북한산 관통도로 반대’를 위해 등산객들에게 홍보하고 도봉산에 가서 서명운동을 한 것과 4월 중순에는 장애우평등학교의 장애우들과 선운산에서 가신다는 말씀,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5월 2일 목요일부터 있을‘녹색친구들 등산학교’라고 강조하신다.



년 1회, 주중과 주말을 이용해 4주 동안에 이론교육과 암벽등반 실제 훈련까지 5만원으로 이루어진다. 입산료와 보험료와 교재비를 포함하고도 ‘녹색친구들’ 모임에서 1인당 1만원씩의 보조금이 지급된다고 한다. 즉, 사람들이 많이 와도 조금은 손해라는 것인데, 산이 좋아 산을 배우고 산을 타려는 사람에게 나누는 정신이 무엇인지 확인하게 된다. 올해로 3기. 허재용 님은 지난해 등산학교 2기로 녹색친구들에 합류하였다. 함께 간 지아가 활동가가 이번에 3기로 들어간다는 것을 신나게 씩씩하게 밝힌다.

“참 소모적으로 살았구나 했어요. 주로 머리로 사는 습관에서 이제 몸을 믿게 된 것이지.”

허재용 회원님의 가게에서 이루어진 인터뷰는 한시간 남짓이었지만, 몇 년에 걸친 긴 이야기가 흘렀다. 빛이 있고 그림자가 있는 시간들이 허재용 회원님을 이끌어 놓은 지점은 북한산 인수봉이 아닌가 한다. 연간 종잇값만 1억을 썼다며 웃으시는데, 그렇게 8년간 경영하던 광고대행사를 정리하고 힘들었던 때, 북한산 백운봉에서 인수봉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인수봉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하고 싶다,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나눔의 집’과 ‘외국인 노동자센터’의 활동에 이어 녹색연합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읽다가 알게 되셨다. 현재 장애우 이동봉사대에서 일하시며 귀농운동본부의 계간지 ‘귀농통문’의 편집인이기도 하시다.
이야기를 계속 할수록 어쩌면 마음의 문제라는 생각으로 모아졌다. 심리적 동요에서 자신감으로, 어둡고 힘들었던 불안감에서 사람을 믿는 즐거움으로의 변화. 암벽을 먼저 올라간 사람은 나중에 온 사람을 위해서 안전을 점검하고 확인해야 한다. 그것을 ‘빌레이’라고 한다. ‘확보’라는 말인데, 인간에 대한 믿음에서 나오는 원초적인 즐거움, 믿음으로써 얻어지는 자신감이 담긴 말이다. 선등(先登)에서 쓰이는 엄청난 에너지, 또한 공포감을 귀뜸해주신다. 암벽타기를 하는 사람, 특히 먼저 올라가는 낯선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은 어쩌면 두려움이 없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은 틀렸다. 두려움이 있으니까, 용기도 있는 것이다.
“편하게 살고 싶어요. 마음 편하게.”

옆에서 말을 거드는 지아가 활동가의 증언에 의하면 예전보다 표정도 밝고 살도 많이 빠지셨고, 젊어지셨단다. 마음이 매이지 않고 흐르게 두면 산처럼 우뚝서기도 하고 물처럼 흐르기도 하겠지. 밝고 힘차게 사는 또 한 방법을 알려주신 허재용 회원님께 감사드린다.

성신여대 앞에 가면 허재용 회원님의 소극장에 가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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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정혜영 / 녹색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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