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렵이 활개치는 지리산

2007.01.15 | 백두대간

백두대간의 정점이자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 1월 중순을 바라보는 지리산은 천왕봉을 비롯한 주능선이 하얗게 눈으로 빛나고 있다. 하지만 지리산 자락 곳곳은 겨울의 불청객인 밀렵이 성행하고 있다. 녹색연합의 야생동물지킴이들이 밀렵의 현장을 조사하고 올무를 수거했다. 1월 14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과 하동군 청암대 일대의 경계지역에서 약 5시간동안 활동하여 약  55점 가량되는 올무가 수거되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 바깥 쪽의 산림지역은 여전히 밀렵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수거된 올무는 5 mm내외 굵기의 두꺼운 강선 와이어로 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일부의 올무들은 과거 밀렵을 할때 죽어간 동물들의 피가 그대로 묻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지리산국립공원의 경계에서 벗어난 산림지역 중 능선으로 뻗어나가  산간마을로 내려가는 길목이나 경계에 집중적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최근에는 국립공원 내에서 이루어지는 밀렵행위는 적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일부멸종위기종에 대한 전문적인 밀렵행위만 아직도 일부 남아 있을 뿐 국립공원 내에서 밀렵은 드문 경우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국립공원을 벗어나서 산자락을 내려오면 여전히 밀렵이 활개치고 있다. 비록 국립공원 경계 바깥이지만 동물들은 국립공원의 안과 밖을 모두 터전삼아 살아가기 때문에 실제로는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종들도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녹색연합의 대표적인 야생동물지킴이 자원활동가인 양시종씨는 이번 작업 결과를 “지리산국립공원 바깥에는 여전히 전문적인 밀렵꾼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작업에서 확인된 올무는 전문적인 자들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관계당국의 지속적인 관리와 수거활동이 절실하다. 지리산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생태지역인데 동물들이 이렇게 죽어가면 생태계라는 표현을 쓰기가 민망하다.”라고 진단했다.  

녹색연합은 지난 2004년 2월 중순에도 야생동물지킴이들이 나서서 지리산일대의 밀렵현장을 조사했다. 당시 3일에 걸쳐 밀렵도구 제거작업을 한 결과, 올무 200여점과 덫 2점을 수거하였고, 올무에 걸린 채 죽어 있는 너구리 사체를 발견하였다. 밀렵의 현장은 천왕봉을 중심으로 펼쳐진 동부 지리산의 산청군과 하동지역 일대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지리산 외곽의 산자락에는 여전히 밀렵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이번 밀렵도구를 수거하는 과정에서는 죽어간 동물들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수거된 올무는 동물들에게 시련의 시절임을 알려주었다. 지리산 주능선과 주계곡 들에 폭설이 내려 쫓겨 산자락을 내련가뜩이나 동물들에게는 힘겨운 겨울철인 셈이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곰에게도 고라니와 오소리, 너구리에게도 국립공원의 경계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지리산 전체에서 편안히 살고픈 마음 만은 같을 것이다. 지리산의 진정한 주인들이 한겨울의 인간의 잔혹함에 내몰리고 있다. 지리산을 관리하는 정부는 적극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지속적인 밀렵도구 제거작업과 야생동물 관리가 절실한 겨울이다.  

글 : 녹색연합 서재철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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