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생태계의 보고 고층습지 관통하는 고속철도 계획 철회하라!

2002.02.16 | 백두대간

백두대간 낙동정맥의 중심부, 양산 천성산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고층습지가 무려 15개소가 발견되어 국내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곳이다. 고층습지는 고산지대의 특수한 기후조건속에서 수 만년에 걸쳐 형성된 각종 희귀 동식물의 보고이자, 생물 유전자원의 집합소로서 생태계의 살아있는 고문서, 자연사 박물관이라 불려지고 있다.

천혜의 보고 천성산이 고속철도 관통계획으로 인해 죽음의 위협을 받고 있다. 천성산 늪지대 지하를 가로지르는 무려 16km의 고속철도 터널이 건설된다면, 급격한 환경변화와 인근 수맥의 변동으로 물이 고갈되어 늪지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이것은 많은 학자들과 환경단체가 경고하는 것처럼 수많은 생명을 죽이는 일이다.

우리가 경부고속철도의 천성산 늪지대 관통을 반대하는 것은 결국은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맹목적인 인간이기주의에 대한 반성이며, 개발 지향적인 정책이 몰고 올 엄청난 생명파괴에 대한 경고이다.

정부는 경부고속철도 건설계획을 무려 300여 차례나 수정을 해오면서 수많은 오류와 착오를 거듭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93년 실시한 환경영향 평가에서는 천성산 일대의 고층습지에 대한 언급조차 찾아볼 수 없다. 수만년을 거쳐 형성되어온 늪지대 아래를 관통하는 터널을 만들면서 기술적인 문제로 습지훼손을 피할 수 있다는 오만에 가득 차 있다. 이 모든 것이 개발의 이익에만 눈이 먼 인간의 편의주의가 아닌가?

지금과 같이 전국의 산하를 철도와 도로 건설 등 대규모 토목공사로 계속 파헤치고, 잘라낸다면 후손들은 더 이상 푸른 숲과 맑은 공기 속에서 아름다운 생명의 향연을 누릴 수 없을 것이며, 우리의 행위로 인해 생명파괴의 인과응보를 받을 것이다.

동안거 수행에 정진하셔야 할 비구니스님 다섯분이 산문을 박차고 전국을 순례한 것은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통과 반대뿐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하나이며, 어떤 명분이건 간에 뭇생명을 죽이고 결국 우리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개발정책은 막아야 한다는 숭고한 의지인 것이다. 우리는 다섯분의 국토순례 속에서 확인된 천성산을 살려야 한다는 전국의 목소리를 모아 다음과 같이 천명한다.

하나, 정부는 경부 고속철도 천성산 통과구간의 건설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하나, 고속철도 통과구간 중 자연환경과 문화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계획을 즉각 재검토하라!
하나, 개발위주의 국가정책을 명실상부한 개발과 보전의 병행 정책으로 전환하라!

2002년 2월 15일

조계종 환경위원회, 천성산살리기 공동대책위원회, 북한산 관통도로저지시민.종교연대.내원사.범어사.조계사.봉은사.도선사.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불교환경연대, 조계종 중앙신도회

문의 : 서재철 자연생태국장 (02-747-8500, 019-478-3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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