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비상시국회의 초록행동단 결의문

2005.01.24 | 백두대간

우리 초록행동단은 지난 1. 3 광화문에서 새해벽두 길을 나선 지 20여일만에 다시 광화문에 선다. 초록행동단의 20여일의 활동은 전국에서 벌어지는 노무현 정부의 반환경개발사업의 실상을 알리고 반환경, 반생명 개발사업으로 신음하는 생명의 소리에 공감하고 자연에게 미안함을 전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땅을 섬기며 산과 강과 함께 조화롭게 살아 온 주민들이 개발사업에 땅을 빼앗기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주민과 연대하고 작으나마 위로하는 날들이었다.

전국의 산하는 여전히 아름답고 못생명을 품어 이 땅을 기름지게 하고 생명을 위한 오곡백과를 길러 내고 있었다. 땅을 섬기며 살아가는 각 지역의 농심과 민심은 따뜻하고 서로 어울려 나누기를 즐기고 소중하게 지역공동체를 가꾸며 살아 가고 있었다.

이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운 전국의 강산과 지역의 공동체는 경기부양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반환경개발사업으로 파괴되고 있어 그야말로 전 국토는 공사중이다. 노무현 정부가 내걸고 있는 개혁과 참여는 말 뿐으로 전국에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 개발하기 좋은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농민의, 지역주민의 땅을 강제로 수용하고 주민을 몰아내고 있다. 그리고 강, 산, 해안, 습지를 점령하여 기업도시, 골프장, 산업단지, 도로, 댐 등을 건설하고 뭇생명의 보금자리를 앗아 가고 생명을 살상하고 있다.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다. 자연에 가하는 반환경정책은 지역주민의 삶과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는 반지역, 반민중정책이요, 지역의 현실과 주민의 요구를 외면한 비민주정책이 되고 있다. 백두대간의 상징인 자병산 석회석 광산, 계룡산 국립공원 관통도로, 습지보호구역인 천성산 관통 고속철도는 자연보호 구역의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골프장 규제완화, 기업도시특별법, 수도권 규제완화 등 개발특별법과 환경규제 완화는 합법의 틀과 제도를 갖추고 전 국토를 땅 투기장과 막개발 현장을 만들고 이에 항의하는 주민과 환경단체를 법이라는 이름으로 매질을 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폭력은 없다.

이처럼 초록행동단은 20여일의 전국 환경현장 활동을 통해 전국에서 벌어지는 환경파괴 실상을 분명하게 확인하고 그 실상을 우리 환경인과 국민에게 알려 나갔다. 그리고 지역과 환경현장, 자연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면서 환경운동의 새로운 방향을 찾고 우리의 마음을 다진다. 특히 초록행동단이 마지막 환경현장으로 찾은 천성산 관통 고속철도 공사현장에서 89일 단식으로 이미 몸은 살아 있지 않으나 영혼이 살아 초록의 공명을 주고 계신 지율스님의 뜻을 새기고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용기를 내고 오늘의 절망을 미래로 전가하지 않고 생명의 진실에 겸허하고 솔직하게 온 몸을 던질 수 있는 환경운동의 결의를 다졌다. 우리는 책상에 앉아 논평하는 시간보다 환경파괴로 생명의 아픔과 주민의 고통이 있는 현장으로 먼저 달려가 공명하고 연대하는 일에 더욱 땀 흘릴 것이다.

환경을 볼모로 경기부양과 개발주의를 맹신하고 있는 이 사회의 낡은 개발 패러다임에 맞서 싸우면서 새로운 사회의 녹색대안과 녹색희망을 만들어 갈 것이다. 2만불 시대 성장신화에 맞서 경제와 환경이 서로 만나 잘 살 수 있는 생태패러다임과 대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자칫 오만해지고 관성화되어 있는 환경운동을 성찰하면서 더욱 회원과 시민 속에서 낮아지고 모든 활동과 삶 속에서 초록행동의 모범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동안 15년여 환경운동의 역사에서 각 단체, 각 지역, 각 사안 등으로 흩어져 있거나 닫혀 있던 환경운동이 환경비상시국회의와 초록행동단을 통해 그 빗장을 열고 연대한 소중한 경험과 성과를 잘 모두어서 이후 환경운동의 초석으로 삼을 것이다.

초록행동단은 1. 20 경인운하 백지화를 요구하는 초록행동이후 오후 시간을 내어 그간의 초록행동단 활동을 돌아보고 우리가 해야 할 과제를 결의하는 소중한 토론시간을 가졌다. 다시 각 단체의 일상활동으로 돌아가기 전에 초록행동단의 활동을 소중하게 모으고 나누기 위해 초록행동단 활동백서를 작성하기로 하였다.

20여일의 활동을 글과 사진, 영상으로 모아 그동안 각 환경현장에서 함께 만나 연대한 주민, 지역단체와 나누고 소중한 활동의 역사로 기록하기로 하였다. 또한 20일 50여개 환경현장에서 주민과 자연에게 약속하고 결의한 사항을 이행하고 문제 해결의 길을 찾는 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 이후 대책활동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초록행동단에 임한 초심처럼 그 마무리를 잘하여 이후 환경운동과 연대의 방향을 찾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이 자리를 빌어 그동안 20여일 초록행동단이 다녀온 각 지역과 환경현장에서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 따뜻한 식사와 잠자리를 나누어 주신 지역의 주민과 벗들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과 연대의 인사를 드린다. 또한 초록행동단의 활동을 성원하고 격려해 주신 모든 환경의 벗들에게 연대의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자연 그대로의 환경현장에서 생명을 품어 우리를 부양하고 있는 자연과 생명에게 사랑과 고마움을 느끼고 사람의 욕망과 물질 문명으로 쓰러진 자연에게 미안함을 고백한다.

2005. 1. 23

환경비상시국회의 초록행동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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