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왕피천 – 산림청의 부실관리에 신음하는 생태보고 왕피천

2005.04.19 | 백두대간

산림청, 왕피천 생태보전지역 지정은 외면하고 광산, 임도, 도로건설 등 각종 훼손행위 방치

동강을 능가하는 국내 으뜸의 자연하천 왕피천(王避川)이 멍들고 있다. 산림청의 관리부실 및 난개발 방치 때문이다. 도로와 임도의 건설, 폐광과 군폐기물의 방치 등으로 왕피천 유역 곳곳이 보전과 관리의 손길을 안타깝게 기다리고 있는데, 왕피천생태계보전지역 지정의 맨 마지막 단계에서 산림청의 부동의로 표류하고 있다. 울진과 영양 등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동의도 끝난 상태다. 오직 산림청이 동의하지 않아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보전지역이 태어나지 못하고 있다.

■ 도로
도로건설은 왕피천 최상류이자 백두대간이 영남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의 생태축을 단절시키면서 이루어졌다. 왕피천의 핵심지역을 훼손하며 들어선 이 도로는 경북의 생태보고 한가운데에 들어선 대표적인 환경 파괴형 도로다. 이 도로는 경북 영양군 수비면 신암리와 봉화군 소천면 남회룡리의 경계를 연결하는 고개(애미랑재)를 관통한다. 관통도로는 2차선 포장도로로 일반 국도나 지방도와 같이 아스콘을 깔아 약 10km 이상 길을 내었다. 이곳은 국내 제일의 금강소나무 군락지이자, 산양, 사향노루, 수달, 담비, 하늘다람쥐 등 국내에서 보기 드문 야생동물의 서식지다. 이런 곳에서 50m가 넘는 절개지를 발생시키며 도로가 흉물스럽게 들어섰다. 이 도로는 산림청의 무분별한 산림생태계 관리의 실상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현장이다. 왕래하는 차량이 하루 30여대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전형적인 예산낭비인 도로를 산림청은 아무 개념 없이 허가해 준 것이다. 도로가 건설된 주변도 대부분이 국유림이다. 생태계 파괴와 함께 부실공사도 만만치 않다. 흙을 파고 깎는 토공이 90%쯤 진행된 상황에서 절개지 곳곳이 무너지고 갈라지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당초 터널을 뚫거나 튼튼한 구조물을 덮어씌워 공사해야 하는 험한 산지였는데도 마구잡이로 사업을 추진한 결과다. 절개지 곳곳에 금이 가고 푸석푸석한 절벽 곳곳에 흙과 돌이 떨어지고 있다.

■ 임업도로
왕피천 유역의 산림 곳곳에는 임도가 난맥상을 이루고 있다. 산불방지와 효율적인 산림확보를 위한 벌목과 조림작업을 위해 산림청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설하였다. 그러나 이 임도는 긍정적인 건설목적을 무색케 하리만큼 여름철 산사태의 주범이 되어 하천의 범람과 교량파괴를 불러들이고 있다. 산림관리용 임도가 산림 훼손의 주범이 된 것이다. 왕피천 유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통고산, 천축산, 대령산, 금장산, 울련산 등은 멀리서 보아도 능선을 가르는 누런 띠를 볼 수 있다. 임도인 것이다. 시작과 끝조차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얽히고설킨 임도는 산림개발의 명목 하에 무분별하게 자행되고 있는 생태계훼손의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왕피천 수계에 있는 임도의 현황을 보면 다음과 같다. (ㄱ)경북 영양군 수비면 본신리 금장산 서쪽의 웃본동에서 금장산 서북부 능선을 연결하는 임도, (ㄴ)영양군 수비면 수하리 송방마을에서 시작하여 울진군 서면 왕피리와 원남면 갈면리를 연결하며 대령산 남쪽 능선을 통과하는 임도, (ㄷ)울진군 서면 박달재에서 통고산 남북 능선을 각각 통과하여 봉화군 소천면 남회룡리로 이어지는 임도, (ㄹ)박달재에서 천축산 서쪽 능선을 통과하는 임도 등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 특히 왕피천 수계의 핵심축인 통고산은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도로와 무분별한 임도로 인해 생태계훼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통고산은 1,065m의 산으로 북서쪽 능선은 경사가 아주 급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녹색연합이 최근까지 이곳을 조사 한 결과, 봉화군 소천면 남회룡리에서 통고산 자연휴양림 삼거리까지의 임도 곳곳은 산사태로 얼룩져 있었다. 경사가  급한 관계로 산사태의 규모도 대단하여 너비가 100m 깊이가 150m 이른 곳도 있다. 산사태 지역도 거의 200m 마다 한 번꼴로 목격된다.
임도로 인한 산사태는 한번의 산사태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임도를 기준으로 상하로 거대하게 무너진 곳은 다시 임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공사를 하는데, 무너진 부분을 모두 파헤치고 임도를 더 넓힌다. 공사가 끝나고 다시 폭우가 쏟아지면 임도는 다시 무너지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이다. 왕피천 곳곳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임도의 문제는 생태계의 교란과 대형 산사태, 그리고 불법 밀렵에의 이용 등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다.

■ 폐광
경북 울진군 서면 왕피리의 속 깊은 산 중에는 동석광산(폐광)이 있다. 서면소재지에서 약 12km의 들어간 왕피리 동수골 일대다. 동수골 입구에서 20여분 계곡의 숲 속으로 올라가면 길이 나온다. 이 길은 거의 형태가 남아있지 않은 길인데 숲을 헤치고 들어가면 갑자기 무슨 중세의 요새 같은 콘크리트 건물이 나온다. 여기가 중석(텅스텐)광산으로 허가되었던 곳이다. 이곳에는 경사면에 3단의 층을 두고 만들어진 폐건물도 있다. 거대한 콘크리트 폐건물(가로 25m, 세로 15m, 높이 10m 정도)에는 부서진 지붕의 잔해가 어지러이 콘크리트 골격 사이에 남아 있다. 부서진 지붕의 잔해와 곳곳에 튀어나온 철골잔해, 그리고 구석에 쌓여있는 스티로폼 다발 등 생태보고의 산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폐기물들이 방치되어 있다. 갱도의 입구로 만들어 놓은 듯한 방치된 구조물 서너 곳도 있다.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과 조립식 건물, 그리고 갱도 사이에는 계곡이 흐르고 있는데, 오래 방치된 건물과 무너진 암석더미들로 인해 물의 흐름이 바뀌어져 있고, 계곡은 본래의 모습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어 있다. 동석광산의 콘크리트 옹벽과 조립식 건물로 이루어진 광산 폐기물은 생태계의 보고인 왕피천 깊숙한 곳에 남아 왕피천 생태계에 얼룩을 남기고 있다.

■ 군폐기물
군폐기물도 방치되어 있다. 왕피천 유역을 대표하는 산림의 정점인 통고산 정상에서 천축산으로 이어지는 산림생태축의 한가운데에 과거 군이 주둔했던 막사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10년 넘게 방치된 건축폐기물임에도 산림청은 철거나 복원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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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피천이 제대로 된 보전의 손길에 의해 관리되지 못하는 것은 산림청의 이율배반적 행정에서 비롯되었다. 왕피천은 국내의 마지막 자연하천으로 손꼽히는 생태보고다. 4대강 지역을 포함하여 국내에서 동일 규모의 하천 중 가장 보전이 양호한 상태다. 연어와 은어가 회귀하고 쉬리가 서식하고 있다. 그 유역은 하천보다 더 탁월한 자연생태계를 자랑한다. 산양, 하늘다람쥐, 담비, 수달, 삵 등을 비롯하여 까치살모사, 꼬리치레도롱뇽, 물두꺼비 등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뿐만 아니라 노랑무늬붓꽃, 애기송이풀, 고란초 등의 희귀식물을 비롯하여 금강소나무의 울창한 숲과 측백나무 자생지까지 어우러진 남한에 마지막 남은 생물다양성의 보고 중 하나다. 더불어 왕피천의 핵심구역인 왕피리 일대는 가야국 유적이 산재하는 문화의 현장이다.

지난 2000년 10월부터 녹색연합과 울진군청이 1년 동안 공동으로 종합자연생태계조사를 수행하였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녹색연합-울진군청은 2002년 4월 환경부에 생태계보전지역 지정을 요청했다. 그해 9월 환경부도 국립환경연구원과 공동으로 중앙정부 차원의 왕피천 자연생태계조사를 착수하여 2003년 3월 생태계보전지역 지정의 필요성이 충분함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보전지역 지정 활동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지자체인 울진군청과 영양군청은 생태계보전지역 지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이런 일은 매우 이례적이고 드문 일이었다. 백두대간보호법에서 나타난 것처럼 중앙정부가 생태계보호지역을 지정하려고 하면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난색을 표하며 반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왕피천의 경우는 울진과 영양 두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이 대승적인 견지에서 동의를 했다. 그래서 2004년 봄, 국내에서 제일 큰 규모와 면적을 자랑하는 생태계보전지역이 탄생하는 듯 했다. 하지만 커다란 장벽이 나타났다. 바로 산림청이다. 왕피천 유역은 생태계보전지역 지정 대상지의 90%가 산림청이 관리하는 국유림이다. 그래서 법적으로 산림청의 동의를 받아야 생태계보전지역 지정이 가능하고 생태계의 관리와 보전, 조사와 연구 등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마지막 단계에서 산림청은 국유림은 자신들만이 관리해도 충분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생태계보전지역 지정을 외면했다. 환경부와 녹색연합이 1년 가까이 생태계보전지역 지정 요청을 했으나 산림청은 끝끝내 부처이기주의로 일관했다. 앞에서는 ‘우리만이 잘 할 수 있다’며 보전지역의 지정에 비협조적이었던 산림청이 정작 뒤에서는 폐광의 방치를 비롯해 각종 훼손을 나 몰라라 했다. 아울러 왕피천의 핵심 생태축을 절단하는 불필요한 도로건설을 허가하는 등 이중적이고 이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동강도 산림청의 딴지걸기로 유역 전체를 보전지역으로 지정하지 못하고 앙상한 뼈만 지정한 셈이다. 그런데 왕피천에서도 이런 조직논리로 국가의 자연자원 관리와 보전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2003년 12월 국회에 백두대간보호법이 상정되어 법안의 소관부처를 놓고 산림청과 힘겨루기를 했다. 하지만 법안이 표류할 위기에 처하자 대승적인 견지에서 산림청에게 양보한 적이 있다. 그래서 형식은 산림청의 법으로 되었지만 내용적으로 공동으로 법과 제도를 관리하기로 했다. 이런 자세가 왕피천에서도 절실하다. 하지만 산림청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이 과정에서 각종 난개발과 훼손행위가 왕피천을 멍들게 하고 있다.

녹색연합의 주장

– 산림청은 왕피천 생태계보전지역 지정에 동참하라.
– 산림청은 왕피천 유역의 훼손지에 대한 항구적인 생태복원을 하라.
– 자연생태계를 고려한 국유림 관리 방안 마련하라.

붙임 : 왕피천 생태계보전지역 추진 경과

2005년  4월  14일
녹색연합

문의 : 서재철 국장(019-478-3607, kioygh@greenkorea.org)
         이신애 간사(011-9735-4912, sihnae@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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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피천 생태계보전지역 추진 경과

2000년 5월 1일,   울진군청, 녹색연합에 왕피천 온천개발에 대응 요청

2000년 8월 10일,   울진군청-지역단체-녹색연합 공동으로 왕피천생태학교 개최

2000년 9월 1일,   녹색연합-울진군청 공동으로 왕피천 유역 종합 자연생태계조사 착수

2001년 6월 12일,   건교부, 왕피천 상류에 댐 계획 발표

2001년 6월 26일,   경상북도, 왕피천 온천개발 불허

2001년 10월 30일,   녹색연합-울진군청 공동으로 왕피천 자연생태․환경종합조사 보고서 발간

2001년 11월,   주요 신문과 방송에 왕피천의 생태가치 보도

2002년 4월,   녹색연합, 환경부에 왕피천 유역을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건의

2002년 9월,   환경부, 국립환경연구원과 중앙정부 차원의 왕피천 자연생태계 조사 착수

2003년 2월,   환경부, ‘울진 왕피천 자연생태계 조사보고서’ 발간

2003년 5월,   환경부, 왕피천 유역을 자연생태계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실사 착수

2003년 12월,   환경부, 5월부터 12월까지 10여 차례 왕피천 현지 정밀 답사

2004년 4월 29일,   녹색연합, 산림청에 왕피천 생태계보전지역 지정 협조 요청, 산림청, ‘국유림은 산림청이 관리한다’며 거부

2004년 5월,   울진군청 및 영양군청, 환경부에 ‘생태계보전지역 지정 동의’ 공식 통보

2004년 11월 19일,   녹색연합-환경부 공동으로 산림청 방문하여 왕피천 생태계보전지역 지정을 재차 요청, 국가의 자연자원 보전을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동의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산림청은 거부

2004년 11월,   환경부, 산림청의 왕피천 생태계보전지역 지정 부동의 입장 확인

2004년 12월 22일,   환경부, 국무조정실에 부처간 협의 조정 안건으로 왕피천 생태계보전지역 지정을 제청

2005년 1월 14일,   국무조정실, 환경부-산림청 참석 왕피천 생태계보전지역 지정 관련 1차 회의

2005년 5월 10일 경,   국무조정실, 환경부-산림청 공동으로 현장 실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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