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호남의 정기

2005.07.06 | 백두대간

환경실태조사_호남정맥.hwp

2005년 호남정맥 462km 환경대탐사 결과 보고
광산, 댐, 도로, 군사시설 등의 난개발에 무너지는 전라남.북도의 생태축

녹색연합은 2004년 12월 30일부터 2005년 6월 30일까지 약 7개월간 호남의 젖줄이자 생태계의 핵심축인 호남정맥 462km 전구간의 환경실태를 현장을 직접 밟으며 정밀하게 탐사하고 그 결과를 담은 [환경실태조사 – 호남정맥]을 출간하였다. 이번 조사결과 호남정맥은 각종 난개발로 인해 환경훼손과 생태계 파괴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도로, 광산, 댐, 군사시설, 공원묘지, 폐기물, 임도, 산림벌목, 관광시설, 등산로훼손 등으로 인한 호남정맥의 훼손현장을 고발하며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을 촉구한다.

70개소에 달하는 도로가 호남정맥의 생태통로를 절단하고 있다. 462km에 달하는 호남정맥에 포장도로만 70개소가 관통되어 있어 호남의 자연생태계가 6.6km마다 끊어져 있다. 이는 전라남.북도의 야생동물의 서식지반경이 6.6km에 불과하며 주요 멸종위기종인 산양, 수달, 삵, 담비 등이 살기에는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능한 불필요한 도로는 철거하고 전면적인 생태통로의 확보가 시급하다. 도로의 문제는 생태계를 단절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연환경을 고려하지 않아서 재해의 위험도 높다. 장수, 진안 일대의 도로는 마구잡이로 개설하여 집중호우 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이렇게 환경을 파괴하는 도로에 차가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예산낭비형 도로가 여러 곳에서 확인되었다.

산림훼손이 가장 크게 나타난 것은 광산이다. 개발만 하고 복구나 복원 없이 그냥 방치한 광산으로 호남정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순천 청소리 폐광의 경우 4년 가까이 방치하여 산림훼손은 물론이고 각종 특수폐기물이 수백 톤 방치되어 있으나 산림청과 지자체는 실태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10여 개 광산이 호남정맥 곳곳에서 복원은 뒷전인 채 흉물로 방치되어 있다.    

호남정맥의 대표적 계곡인 장수군의 장안산 덕산 계곡은 수달의 천국인 생태계 보고였다. 섬진강 최상류인 덕산 계곡은 현재 먼지투성이의 공사현장 속에 잘리고 으깨지며 시련을 당하고 있다. ‘용림지구 농촌용수 개발사업’으로 용림제 건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백두대간과 인접해 있으며 전라도의 고도가 높은 산들이 밀집해 있어 험준하지만 훼손되지 않은 청정자연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흐르는 강을 막아선 댐은 야생생물들이 살던 숲과 계곡을 물로 덮어 도로와는 또 다른 차원의 생태계 단절을 일으킨다. 계곡에 사는 물고기들도 고인 호수의 물 때문에 주변의 작은 하천들에 갇히게 되고 댐에서 흘러나오는 일정한 양과 온도의 물은 주변 생태계를 혼란에 빠뜨린다. 또한 안개와 구름이 끼는 날이 늘어나 기후까지 바뀌어 인근의 농작물이 입는 피해도 크다. 댐 부지에서 겨우 비켜나있는 당동 마을의 주민들은 이미 농작물이 입는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문제는 이 댐의 필요성이다. 이미 하류에는 수자원공사가 건설한 대형 댐이 들어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곡의 맨 위에 다시 댐을 짓는 것은 전형적인 예산낭비에 환경파괴이다.    

호남정맥은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인한 훼손 이외에도 여러 가지 환경파괴가 이루어지고 있다. 환경관리에는 관심 없는 군사시설이 곳곳에 방치되어 산림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용도가 끝난 참호와 교통호가 산림 곳곳에서 특수폐기물과 함께 방치되어 있다. 이와 함께 공원묘지를 짓는다며 호남과 충청을 연결하는 생태계의 정점을  거대한 무덤으로 훼손시키는 주화산 공원 묘지 사업이 있다. 산림을 경영하면서 산림 생태계를 절단하고 재해를 유발하는 임도도 무분별하게 들어서 있으며, 시대착오적인 산림정책으로 자연림을 베어내고 외래수종을 심는 벌목과 조림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무심한 산림관리 속에 산속 곳곳에 수백 톤의 폐기물들이 정화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허탈함과 안타까움의 현장도 곳곳에서 나타난다.

호남의 정기이자 생태의 중추인 호남정맥이 신음하는 생생한 현장을 고발하며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을 촉구한다. 즉각 손을 쓸 수 있는 노력을 요청하며 호남정맥을 되살리기 위한 생태복원을 촉구한다.

결론 및 대책
– 추가적인 도로건설은 중단하고 훼손한 도로는 절개지 복원, 생태통로설치 등 생태환경복원을 실시한다.  
– 각종 광산으로 훼손된 곳은 최대한 원지형에 가깝게 되돌리기 위한 생태복원을 수립하여 즉각 실시한다.
– 호남정맥에 대한 종합적인 정밀실태조사를 통해 장기적인 관리와 보전 대책을 마련하는 노력을 시행한다.
– 무분별한 임도건설과 수종갱신사업을 중단하고 기존의 사업지역은 태풍과 장마에 대비한 재해예방에 강도 높은 대책을 수립하고 조림지에 대해서는 생태계복원조림을 실시한다.    
– 무등산 등의 군사시설은 지역 주민의 품으로 돌려주며, 훼손된 지역에는 전면적인 환경생태복원을 한다.
– 호남정맥의 산과 고개의 왜곡된 지명을 바로잡고, 호남정맥에 관한 홍보와 교육을 진행한다.
– 대규모 관광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극복하고 주민과 자연이 공존하는 호남정맥 생태관광을 계발한다.  
– 호남정맥을 관리하고 보전하기 위한 호남정맥관리법을 제정하여 자연과 지역주민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산림환경 관리대책을 강력히 추진한다.

※ 호남정맥은 무엇인가 – 호남정맥의 자연과 지리 현황
호남정맥은 백두대간 영취산에서 갈라져 전남 광양의 백운산까지 이어진다. 장안산, 팔공산, 마이산, 만덕산, 내장산, 추월산, 광덕산, 무등산, 계당산, 제암산, 존제산, 조계산, 문유산, 백운산 등 호남의 명산과 진산을 아우른다. 뿐만 아니라 섬진강, 금강, 만경강, 동진강, 영산강, 탐진강 등이 호남지역 주요 하천의 발원지이자 유역을 나누어주는 분수계이기도 하다. 호남지역의 야생동식물 서식지이자 하천의 근본이 바로 호남정맥이다.
호남정맥은 전라북도, 전라남도, 광주광역시 등 3개 광역시.도와 장수군, 진안군, 완주군, 임실군, 정읍시, 순창군, 장성군, 담양군, 곡성군, 화순군, 보성군, 장흥군, 순천시, 구례군, 광양시 등 15개 시.군을 비롯하여 81개 읍.면, 209개 마을에 걸쳐있다.

2005년  7월  6일

녹색연합

문의 : 정은실(광주전남녹색연합 자연생태부 017-603-6327),
         서재철(녹색연합 자연생태국 019-478-3607)

첨부 : 환경실태조사 – 호남정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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