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내기 이식사업에 멸종위기 야생식물이 사라진다

2005.10.27 | 백두대간

백두대간_훼손지_30선_및_야생식물_이식지_이식_사업_현황.hwp

녹색연합은 백두대간에서 벌어진 대규모 개발사업에 따른 야생식물의 훼손현황을 조사하였다. 이를 위하여 1998년부터 2005년에 걸쳐 백두대간에서 벌어진 대규모 환경훼손 지역 30 곳의 환경영향평가 조사 보고서 및 식물상 자료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121,194,330.6㎡의 면적이 각종 개발사업으로 훼손되었다. 이는 야생식물의 보고인 백두대간에서 야생식물 서식지가 각종 개발 사업으로 훼손됐음을 뜻한다.

백두대간의 대표적 환경 훼손지 중 환경영향평가를 받은 사업은 13 곳에 불과하다. 이는 다른 17곳의 경우 환경영향평가법 제정 이전의 개발과 환경영향평가법에서 규정한 면적을 피한 탓이다. 또한 환경영향평가를 받은 곳 중 4 곳만이 환경영향평가 협의 조건으로 야생식물을 이식하였다. 다른 9곳의 경우, 이식 대상의 야생식물이 없었다기보다 부실한 생태조사 탓으로 분석된다. 이는 훼손지 주변의 식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욱 어이없는 사실은 이식을 실시한 4곳의 야생식물들 마저 엉터리 이식과 부실한 사후관리로 고사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나마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이식하기로 한 멸종위기종 등의 야생식물마저 서식처를 잃고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개발 사업으로 인한 백두대간의 대표적 훼손지 30곳 중 지적한 4곳은 백두대간 핵심구역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식물 최적의 서식지이다. 이에 환경영향을 저감하기 위한 환경영향평가 협의조건으로 야생식물을 이식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실제 이식은 형식적이고 허술하게 이뤄져 이식 야생식물 대부분이 고사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 사업을 허가받는 최선의 대안처럼 여겨지고 있는 야생식물 이식사업의 현실은 개발사업 명분 세워주기와 생색내기에 급급하여 사업처의 이식여부 확인이나 식물의 생존여부도 확인 안 되는 불투명한 이식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무주 리조트 사업 당시 이식한 한국 특산식물 구상나무는 100%가 고사했다. 무주 양수발전소는 환경부 협의 내용(노랑매미꽃, 연복초)과 전혀 다른 종(큰제비고깔, 당개치지 등)을 이식, 외래식물 식재로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었다. 양양 양수발전소는 멸종위기 야생식물 Ⅱ급인 큰연령초와 희귀․특산식물인 개불알꽃, 금강초롱 등의 야생식물을 이식했다는 9곳 모두 그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였고, 라파즈 한라시멘트의 경우 사후관리가 되지 않아 이식한 식물이 얼마나 살아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이들 4곳의 구체적 사례는 다음과 같다.

■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인 ‘야생식물 이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개발 사업

1) 이식한 구상나무가 100% 고사한 무주리조트
환경영향평가 협의 조건으로 1994년과 1995년에 걸쳐 주목과 구상나무 총 366그루를 향적봉 일대에 이식했다. 그러나 덕유산 주봉인 향적봉(1,614m) 바로 아래인 설천봉 부근 1,480m까지 스키 슬로프를 개발하면서 슬로프 외곽에 이식한 구상나무 113종 100%가 고사하였고, 주목 253종 중 142종만이 남아 43.9%가 고사한 상태이다. 게다가 멸종위기에 처한 초본류는 전혀 이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2) 환경부 협의 내용 무시한 무주 양수발전소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협의에서 노랑매미꽃과 연복초를 이식하도록 하였으나, 1990년 4월 상부 수몰지 이식 초화류 조사에서는 협의 내용과는 전혀 다른 식물들을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협의내용과 다른 종인 큰제비고깔, 당개지치, 복수초, 너도바람꽃 총 172본을 1991년부터 1995년까지 이식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야생식물을 이식한 곳이 일반인의 출입이 잦은 등산로를 끼고 있는 지역으로 불법 채취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이었으나 안내표지판이나 보호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

3) 이식한 식물을 찾기 힘든 양양 양수발전소
상부댐 주변 9곳에 큰연령초(5본), 관중(220본), 금강초롱(514본), 금강제비꽃(350본), 금강애기나리(500본), 개불알꽃(3본), 참배암차즈기(100본), 모데미풀(30본), 도라지모시대(10본), 지리대사초(10본), 도깨비부채(20본)를 이식했을 당시 표찰이나 구역이 모두 사라지거나 지워져 현재 사업처에서 이식지 위치와 면적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며, 이식 후 고사한 야생식물과 생존한 야생식물의 개체수를 파악하고 있지 않다. 2000년부터 2001년까지 식물 생태 지식이 없는 직원들이 사후관리 자료를 작성해서 원주환경청에 제출했다. 2001년 이후로는 모니터링도 하지 않고 있다. 현재는 2002년 태풍 루사 때 이식장에 토사가 무너져내려 이식했던 식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4) 사후관리 엉망인 라파즈한라 시멘트 광산
환경부는 1998년 6월 13일, 1차 환경영향평가 때 보호대상식물인 한계령풀, 솔나리 등이 많이 서식하고 있어, 보호대상 식물을 복구, 이식하도록 협의의견을 주었지만, 복원과 이식에 관한 대책이 없어 이식한 식물들이 대부분 고사했다. 2003년 8월 13일 75ha의 추가 개발을 허가해 주는 2차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이루어져 2001년~2004년까지 총 6,002본을 이식하였다. 그러나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이식한 식물 가운데 2001년 이식식물은 대부분 고사하였고, 2003년 2004년 이식한 식물도 대부분 고사하거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현장조사 결과 이식대상 식물과 근주에 라벨링하여 이식 관리하기로 한 당초 협의 의견을 이행하지 않고 있었으며 이 사업장 역시 현재 이식 후 고사한 야생식물과 생존한 야생식물의 개체 수가 파악되지 않는다. 또 라파즈한라시멘트 광산 훼손지 복구 공사를 하면서 끈끈이대나물, 루드베키아, 금계국, 아카시아, 해송 등의 외래종이나 이 지역에 서식하지 않는 종들을 심었다.

이처럼 이식한 야생식물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이유는 환경부가 이식할 야생식물의 선정기준을 명확히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식지가 이식할 야생식물 서식에 알맞은 조건인지에 대한 구체적 검토가 없고, 이식 후 해당 기업에 사후 관리 지침 및 모니터링 책임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이식종 선정 기준의 문제
야생식물 보호와 관련된 기관이 환경부, 산림청, 문화재청으로 산재되어 있어 야생식물 보호에 관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야생식물에 대한 구체적인 서식 실태 자료가 없어 이에 따른 멸종위기 종 목록을 작성할 근거 자료가 불충분하다.

2. 야생식물의 이식 후 서식 가능성의 문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식물은 그 지역의 서식조건에 오랫동안 적응한 종들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옮길 경우 서식환경이 맞지 않아 고사할 위험성이 큰 종이다. 따라서, 이식 후 서식가능성에 대한 조사 연구가 필수이지만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다른 곳에 옮기는 것에만 급급하여 대부분의 이식 식물이 고사하고 있다.

3. 야생식물 이식 후 사후 관리의 문제
이식장의 야생식물 사후관리는 식물의 생태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야생식물 전문가 주도로 이루어 져야 한다. 또한 작성된 야생식물 이식 사후관리 자료는 이후 다른 개발 사업의 야생식물 이식에 대한 참고 자료로 활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사업장이 야생식물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사후관리를 직접 하기 때문에 이식한 식물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어느 지역에 몇 본의 야생식물을 이식하였는지, 현재 생존하는 개체 수와 고사한 개체 수가 얼마나 되는 지를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또한 사업장마다 이에 대한 관리대장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야생식물이 고사해도 그 상황을 전혀 파악할 수가 없다.

위에서 지적한 사례를 아래 표로 정리하였다.


따라서 정부는 하루빨리 체계적인 야생식물 서식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멸종 위기 정도에 따른 식물 목록을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지의 멸종위기 야생식물을 선정해야 한다. 사업지의 멸종위기 야생식물의 이식 후 생존 가능성을 조사하여 ‘야생식물 이식종’을 선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식할 야생식물은 식물의 생태에 맞는 이식 장소와 이식 방법과 계획을 가지고 진행해야 하며, 이식이 불가능한 멸종위기 야생식물이 분포할 경우 개발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2005 년 10 월 27 일

녹 색 연 합

* 관련 사진은 녹색연합 웹하드 내리기 전용 폴더 (야생식물 이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개발사업)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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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 백두대간보전팀 정용미 팀장 011-9585-3494 pis715@greenkorea.org
                               남경숙 간사 016-426-0986 zeumeun2@greenkorea.org

※ 관련기관 연락처
    ○ 환경부 자연보전국 환경평가과: 양근호(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승계) 전화)02-2110-6713
    ○ 원주지방 환경청(양양 양수발전소, 자병산 석회석 광산 개발 환경영향평가 협의):
         김기용 계장 전화) 033-760-6460, 팩스)033-765-0003, kimgy@me.go.kr
    ○ 무주리조트(시설팀 환경과): 김영진 063-320-7260
    ○ 무주 양수발전소(환경담당): 서문준 063-320-3254
    ○ 양양 양수발전소(환경담당): 김희찬 033-670-1327
    ○ 라파즈한라 시멘트 주식회사(환경 경영팀): 윤기수 033-534-1000

첨부자료 : 백두대간 훼손지 30선, ‘야생식물 이식지’ 이식 사업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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