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번국도 설악산국립공원(한계리~오색리) 도로 복구에 관한 의견서

2006.10.09 | 백두대간

2006년 7월 태풍 ‘에위이나’를 시작으로 2시간 동안 내린 집중호우가 강원권과 중부권을 강타했다. 그 날의 엄청난 피해로 복구 예산만 3조 5125억에 이르렀고 수재민들의 고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설악산국립공원은 이번 집중호우로 유사 이래 최대의 피해를 입은 곳 가운데 하나다. 호우 피해가 집중된 설악산 남부 일대, 원통 – 한계령 -양양으로 이어지는 44번 국도, 한계리와 오색리는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었다.
특히 한계령을 관통하는 44번 국도는 곳곳의 도로와 다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엿가락처럼 휘어진 가드레일이 수백 미터였으며, 100톤이 넘는 바위들이 망가진 도로 위에 내려앉았다. 동서에 걸친 한계령길 25km 중 60여곳 이상에서 산사태가 발생하거나 도로가 유실되는 큰 피해를 남겼다.  

현재 한계령을 관통하는 44번 국도는 응급복구를 통해 차츰 옛 도로의 모습을 찾아 가고, 차량통행도 곧 이루어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계령 길을 어떻게 복구하고 이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계령 길을 예전 그대로의 선형으로 복구할 경우 또 다시 큰 재난을 불러올 수 있다.

이번 수해는 둑을 쌓고 포장한 길들이 엄청난 자연의 힘으로 인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 과정이다. 인위적인 복구보다 자연에 순응하는 근본적인 대안을 갖고 한계령을 복구해야 한다. 제대로 된 조사와 원인파악 없는 졸속한 복구는 또 다른 피해를 부른다. 재해가 나면 마구잡이식으로 복구를 하고 다음엔 다시 붕괴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들은 물길 위에 자리잡은 집들이나 물길을 무리하게 직선화시켜 쌓은 제방, 급경사 산비탈을 무리하게 깎아 억지로 낸 도로였다. 여기에 가파른 노년기 지형과 집중된 강우가 한 몫을 했다. 최근 전세계적인 기상이변으로 인해 많은 재해와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점차 강화되고 있다.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가뭄, 한파 등은 한반도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급한 복구보다는 제대로 원인을 파악해서 더 이상 똑같은 재난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한계령 도로 복구를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한계령 길의 자연생태적인 복구 대안이 나올 때까지 응급 복구한 현재의 상태를 유지한다.

둘째, 현 상태에서 한계령도로를 진단․점검하고, 생태․환경적 복원을 위한 도로의 복구 및 향후 이용대안은 공론화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셋째, 설악산국립공원을 관통하며 설악산 생태계를 단절시키고 있는 한계령 도로를 국도에서 공원도로로 전환, 지역주민과 공원관리 및 응급차량만 다닐 수 있게 하자. 이는 설악산국립공원의 자연생태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넷째, 공원도로 전환과 함께 관광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자연탐방로’나 ‘생태문화체험로’를 만들자. 이런 도로는 설악산의 자연과 지역경제거 건강하게 일어설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설악산국립공원은 우리나라의 생태계나 자연경관을 대표하는 지역이며, 이제는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이 인정한 국제적인 공원이다. 국립공원 중심부에 놓여 있는 44번국도 및 수해피해지 복구 문제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해야 한다.

복구는 동일지역에서 피해가 재발되지 않고 국립공원 보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우리는 44번국도의 복구 방향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제안하며,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설계용역 발주를 유보할 것을 요청한다.

2006년 9월 29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녹색교통, 녹색연합,
(사)백두대간진흥회, 설악녹색연합, (사)우이령보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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