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미소길

2010.01.26 | 백두대간

전국 녹색연합 숲길 내부 워크숍

전국 녹색연합 숲길 워크숍이 지난 1월 14일부터 15일까지 충청남도 서산시 용현자연휴양림에서 열렸습니다. 전국적인 관심사가 된 걷는 길 열풍에 정부 부처별로 환경부 생태문화탐방로 조성사업, 산림청 산림문화체험숲길,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역사탐방로 사업이 지자체, 민간단체와 연계되어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조금 과다하다 싶을 정도로 각 부처 및 지자체, 민간단체들이 경쟁적으로 길 조성에 나서고 있으며 녹색연합에서는 2007년부터 경상북도 울진에 십이령길 복원 사업에 산림청과 함께 시작하여 올해 봄, 전체구간 13.5km가 공식 개통됩니다. 이와 함께 대전충남 녹색연합이 활동하던 `가야산 순환도로 반대운동’이 성공해 가야산에는 자동차 길 대신 사람이 걷는 길 `백제의 미소길’ 5km가 생길 예정입니다.

올해부터 원주, 광주·전남, 인천, 대구·경북 녹색연합에서 걷는 길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할 예정이라서 그동안의 경험과 앞으로의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와 함께 가야산지키기시민연대의 이지훈 선생님, (주)하늘그린의 권경익 대표님께서 참여하셨습니다.



첫 번째 시간은 ‘가야산 순환도로 반대운동’ 으로 걷는 길 약 5km로 조성될 가야산 숲길 ‘백제의 미소길’ 의 과정, 현황, 의의에 대하여 이지훈 선생님 강의로 진행되었습니다. ‘백제의 미소길’은 2007년 3월 문제제기가 되어 2008년 10월 31일 생태탐방로를 만들 것을 합의하여 2009년 11월 3일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로부터 최종승인을 받았습니다. 국토해양부가 가야산 순환도로를 만들려고 했던 예산으로 도로를 만들지 않고 걸어 다닐 수 있는 숲길을 만들게 된 최초의 일로 의미가 있는 운동이라 보입니다.

가야산은 충청남도에서 생물종 다양성이 계룡산의 2.5배에 달하는 식생이 아주 풍부한 곳이며, 예로부터 중국무역에 있어 거점 역할을 했던, 서산, 당진과 접하여 위치함으로 다양한 문물을 접한 곳으로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역사와 이야깃거리를 간직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숲길을 조성하는데 지역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에 적극적인 참여와 제안을 하고 충청남도와 산림청에서는 높은 책임감을 가지고 지원, 격려하고 실제현장에서 시공하는 현장팀, 그리고 이 모든 요소들 간에 소통을 원활하게 끌어낼 수 있게 책임감을 가지고 제안, 협력해야 할 시민단체의 관계들의 중요성에 대해 실제사례를 통해 들었습니다.

이후 강의는 (주)하늘 그린의 권경익 대표로부터 [숲길 조성 사례와 기법-지리산 길을 중심으로]에 대하여 이루어졌습니다. 강의는 이론적인 요소들과 실제로 조성에 참여하였던 지리산 길을 중심으로 한 조성사례들을 볼 수 있는 사진들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숲길 조성을 위한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왜 길을 조성하려고 하는 지에 대한 목적에 대해 고민하고 또한 노선선정원칙을 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지리산 숲길을 시공하는 경우 기존에 나 있던 길들을 따라가며 시공을 하였는데 인위적이든 자연적이든 길의 흔적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여 실제 시공 시 길을 300m나 500m정도 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거나 또는 자연자원이 나타나는 경우 이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길이 아닌 다른 곳으로 새로운 길을 내기도 해야 합니다. 이는 곧 목적에 맞게 길을 내야한다는 것으로 책자만을 보고 길을 내지 말고 그 지역에 맞고 목적에 맞는 노선선정의 원칙을 정해야 합니다.



기본계획을 세우고 설계에 들어갈 때도 기획자와 설계 시공팀 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충분한 이야기를 나눠야 합니다. 실제로(현장에서 시공을 하면서 느낀 부분인데) 기본계획을 세울 때 이 부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중심을 둬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과 함께 이용자 추정 및 이용자행태 예측을 해야 하며 길에 도입할 프로그램을 고려하여 공간 및 시설 계획을 짜야합니다(명상, 순례, 체험, 레저, 탐방, 오픈형, 가이드형등) 그리고 숲길의 설계와 조성에 따른 기준을 제시(폭, 종․횡단 경사별 구조물 적용기준, 숲가꾸기, 이용자재)하고 이용공간과 보존공간을 구별할 적절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조성 기법을 통하여 복구 및 복원에도 힘써야 합니다.

숲길조성기법은 직접 조성된 지리산 숲길의 사례를 찍은 사진들을 보아가며 어떠한 기법으로 시공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조성 시 중점을 둔 부분은 시공에 들어가는 돌이나 흙, 나무들을 다른 곳에서 조달하지 않고 현지의 것들을 되도록 이용하려고 노력하였으며 시공에 필요한 인력역시 지역주민들을 위주로 선발하였습니다. 해당지역에 사는 분들에게는 경제적인 도움을 드림과 동시에 숲길이 지역주민들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시공사례들을 보니 자연적인 길들이라고 생각했던 길이 자연과 사람의 동선을 모두 고려한 치밀한 설계를 통해 정밀하게 시공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많이 놀랐습니다.
이와 함께 전국 녹색연합 차원의 정맥사업들과 관련한 논의를 가졌습니다. 논의내용들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대전충남 녹색연합은 길을 조성할 때 자연스러운 길을 조성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는 뜻을 견지하였습니다. 이는 정부가 발표하는 토목사업 성격을 띤 탐방로를 조성하려는 목적을 견제할 활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대전충남녹색연합에서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금강 트레킹 행사를 진행하였는데 금강 정비 사업이 진행되는 금강의 가치를 회원들에게 알리고 충청남도에서 추진되고 있는 금강 걷는 길 사업이 토목사업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담고 있었습니다.

광주 지역에서 무등산 옛길 조성이 끝났습니다. 생태문화탐방로 로서의 의도는 좋았으나 또 하나의 등산로가 되어버린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등산로 분산효과가 충분히 발생하여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다른 숲길 조성시에도 등산로에 집중되는 등산객의 분산효과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전북 녹색연합은 전북지역의 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하지는 않은 상태이나 지자체에서 여러 곳에 탐방로를 추진 중인 사실들을 인지하고 있습니다.(부안, 해변길, 진안 마실길 등) 전라북도 지역에서는 토목 사업과 관련된 일들이 진행되는 모습은 아직 없으며 호남정맥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길을 발굴 조성해나가는 방향도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구경북 녹색연합은 경상북도가 추진하는 낙동정맥 트레킹 계획에 대한 큰 문제의식 갖고 있어 모니터링 하는 중이며, 4대강 살리기 사업구간 주변에 자전거도로 건설을 예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문제들 또한 잘 살펴볼 예정입니다.  



광양녹색연합에서는 하동과 구례를 잇는 길을 장기적으로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사람들이 자연에서 걷기 위해서는 주거지역이 아닌 숲길이 조성되어 있는 타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고 길을 걷는 사람 대부분이 외지 관광객들 입니다. 살고 있는 지역 내에서 지역주민들이 걸을 수 있는 길들을 확인하고 내부적으로 고민한 뒤에 사업적으로 지자체에 건의하는 방향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본부 녹색연합에서는 올해 울진 숲길을 산림청과 함께 개통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조성 초기부터 그곳에 서식하고 있는 식생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환경보전에 대한 문제 때문에 사람들을 유입시키는데 고민을 거듭하여 예약탐방제를 시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울진 숲길에서의 핵심은 생태계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사단법인 설립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이는 또한 다른 숲길 조성의 역할모델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전국 녹색연합 공동 활동 제안이 있었습니다. 사업명은 [전국 ‘걷는 길’ 사업 실태 조사] 로서 시기는 2010년 2월 ~ 12월중 예정입니다. 이는 지역별로 나뉘어져 진행되어왔던 숲길에 대한 조사와 조성사업들을 광역단위로 시행하여 전체적인 매뉴얼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조사하여 정책적으로 정부에 제안 또한 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그리고 전국녹색연합 뿐 아니라 지역별로 숲길을 추진하는 단체들과 전국적인 네트워크 형성 토대를 다질 수 있는 자리를 가지고 숲길 조성 및 운영에 관련된 정부 부처들 간에 하나의 통합관리 부서․기관을 설립할 것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논의가 모두 끝난 이후 대전충남녹색연합 양흥모 국장의 안내에 따라 보원사지터와 서산마애삼존불상을 돌아보고 거기에 얽힌 역사 흔적들을 듣고 전국 녹색연합 숲길 내부 워크숍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워크숍을 통해 느끼게 된 생각은 사업을 진행해 나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의식을 확실하게 정립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목적으로 숲길을 만들려고 하는 것인지 전제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일이 추진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와 함께 지역주민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잘 풀어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봅니다. 논쟁이 생길 수 있는 각각의 의견차를 잘 조절하고 풀어나가서 공동의 이익목표를 설정하고 나아가 지역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미래의 가치에 부합하는 지를 고민하여 가치를 창출해야 할 것입니다.

글 : 이현우 (녹색연합 신입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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