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고속철도][도롱뇽 소송]도롱뇽의 권리

2003.12.03 | 백두대간

“도롱뇽 살 권리도 지켜야죠 ”
후지와라 다케지 일본환경법률가연맹 대표

[출처: 한겨레]

“사람에게 천부적 인권이 있듯이 자연에게도 존재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보수적 법원은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후지와라 다케지(59) 일본환경법률가연맹 대표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이른바 ‘자연의 권리’ 소송을 벌여 큰 반향을 일으킨 변호사다. 지난달 28일 천성산을 관통하는 고속철도 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도롱뇽을 원고에 포함시킨 공사중지 가처분 소송의 첫 심리가 열렸다. 후지와라는 이날 녹색연합과 천성산전국비상대책위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일본의 경험을 나누었다.

“1995년 골프장 건설로 서식지를 위협받게 된 난세이 군도의 세계적 희귀종 아마미흑토끼를 비롯해 그곳에만 사는 개똥지빠귀, 도요새, 어치 등이 원고에 포함된 행정소송을 내자 재판부는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나 이 소송이 성립하려면 원고가 개발사업에 의해 어떤 권리를 침해받는지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했다. 변호사와 환경단체, 그리고 주민으로 구성된 원고단은 곧바로 동물에게 자연의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연은 공공가치를 지니고 인간은 자연을 보호할 법적 권리를 가지며, 자연을 사랑하고 잘 아는 사람과 단체가 사람과 자연의 바른 관계를 방어할 임무를 갖는다는 논리를 폈지요.” 그는 “자연의 권리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고 말한다. 자연의 후견인 목소리를 정당하게 인정해야 말 못하는 자연이 개발에 의해 일방적으로 파괴되는 것을 막는 타협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6년 만에 “원고의 자격이 없다”며 패소판결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연보호 여론이 일고 골프장 건설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실상 승소한 셈이다.

이후 일본에서는 ‘자연의 권리’ 소송이 잇따랐다. 월동지역을 잃게 된 큰기러기, 서식지에 미술관이 들어서는 곤충과 나무, 그리고 새만금의 원형으로 알려진 이사하야만 간척지에서는 짱뚱어, 키조개, 농게, 갈매기, 도요새 등이 자연원고가 됐다. 지난 9월엔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해 듀공과 바다거북이 미국 연방재판소에 소송을 냈다.

그는 “소송을 진행하는 데 기술적인 어려움은 있겠지만 천성산 도롱뇽 소송에서 불과 며칠 만에 17만명의 원고단이 모인 것은 놀랐다”고 말했다. “자연의 권리는 ‘생성중인 권리’입니다. 전체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언젠가는 인정될 권리이지요.”

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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